영국 장미 중 직립성으로 자라는 제프 헤밀턴의 슛.
독일 장미 중, 하이브리드티 블루문의 슛.
한국 장미 중 관목 장미 프린스 가든의 슛.
사진 찍었을 때 그나마 구분이 잘 가는 대표만 올렸어.
지금 테라스에서 화분에 키우는 내 20종 장미 모두 최소 2개, 많게는 5개까지 슛을 내고 있는데.
화분에서 슛을 저 정도 내놓는 건 장미가 그럭저럭 살 만 하다는 뜻이야.
그리고 사실 장미는 땅에 심는 게 성장세가 훨씬 더 좋지.
집사가 어쩔 수 없이 화분에 심었다면, 땅에 심은 것보다 생육 환경을 맞춰주는 게 더 까다로워진다.
그래도 위에 보여준 것처럼 장미는 환경이 맞으면 슛을 잘 뽑는다.
사실 장미에게 수형 디자인 같은 건 가지를 길게 뽑고 오래 유지해서 아치에 올리는 애들에게나 어울려.
장미는 심은 후 1년 간은 데드 헤딩과 병이 들고 죽은 가지, 겹치고 약한 가지를 골라내는 소소한 가지 치기 외의 전정은 불필요해.
왜냐 하면 수형을 잡을 만큼의 슛을 내지 않으니까.
있는 가지 보존하고 자리 잡기 급급하니까 정식 후 1년 동안은 그냥 관리만 하는 거야.
그리고 2년차가 되면 3월 초의 봄 전정을 해주게 되는데 이때 드디어 가지 치기 다운 걸 할 수 있는 시기야.
얇은 가지, 냉해 입어서 상한 가지 등을 덜어내고 관목 기준으로 지상부에서 대략 40~60센티 수준으로 키도 맞추면서 내가 원하는 수준의 키를 조절해볼 수 있지.
하지만, 봄이 되고 새 순과 꽃봉오리를 만들고 슛이 올라오면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 달리 장미는 바야바가 된다.
그렇게 우르르 봄 개화 시즌이 지나가고 시든 장미를 데드 헤딩하면서 우리는 소심하고 조심스럽게 두번째 가지 치기를 할 수 있지만, 이때는 3월의 그때처럼 과감한 전정을 할 시기가 아니야.
과격한 전정은 너의 여름 개화를 날려버릴테니까.
여름을 거치면서 우리는 수형 디자인 따위는 머리에서 지우고 흰가루병과 흑반병, 재수없으면 모자이크병 등의 곰팡이, 바이러스성 질병과 싸우는 와중에 마구잡이로 잎을 내면서 자해에 가까운 성장을 해서 스스로 통풍을 막는 장미를 자제시키느라 바쁠 거야.
가을 개화까지 끝난 11월 중순이나 말이 되면 다시 장미가 여름 내 마구 내놨던 곁가지를 정리하고 장대처럼 커진 키를 줄여준 후에 월동 준비를 시켜주면 돼.
그러고 나면 장미도, 우리도 겨울동안 좀 쉬는 거지.
내가 이 말은 하는 이유는.
어느 갤러가 영국 장미가 수형을 잡기 편하다, 독일 장미가 별로다 이런 식의 글을 올려서야.
어떤 국적과 회사의 장미든지 어차피 곁가지의 70%는 겨울 전정을 하면서 날려버리고, 벌거벗은 5, 6개의 가지만 가지고 겨울을 나는 장미에게 곁가지가 많이 나오는지는 그냥 그 장미가 어떤 성격의 꽃을 피우는지에 따라서 달라지는 특징일 뿐이야.
꽃이 크고 육중한 대신 수가 적은 애는 그 꽃을 잘 유지하려면 굵고 단단한 가지를 내야 하니까 적은 수의 가지를 내려고 할 것이고, 꽃이 작고 나풀나풀 많이 다는 애는 다소 가늘고 낭창한 가지를 많이 내서 더 많은 꽃을 내려고 하겠지.
이런 모습은 장미 품종을 개량하면서 인간이 그 장미에게 부여한 성격이자, 나름의 생존 전략이다.
그래서 꽃의 성격에 따른 가지의 특징은 내 경험상 국적 불문이었다.
또한 그 와중에 수형을 만들어가는 건 슛과 기존의 굵은 가지들을 관찰해가면서 조금씩 만들어가는 거라서, 판매 페이지의 멋진 수형의 관목 장미는 전문가가 최소 5년쯤 아무 문제(각종 병충해와 질병으로 인한 사망,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 등)가 없이 키워야 가능한 모습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어떤 장미에게 반했다면 국적이나 회사에 따라서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미리 겁 먹지 마.
어차피 네가 반해서 데려온 장미의 참된 꽃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최소한 3년의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고 그 사이 장미와 너 사이에는 많은 역경과 기쁨이 함께 할 것이며, 장미에게 일어나는 무수한 사건을 수습하는 동안 너는 훌륭한 장미 집사로 거듭날테니까.
고생할 생각에 겁이 날 법도 한 장린이에게 기운이 날 얘기를 하나 해주고 긴 글을 마칠게.
저 위 세 품종의 장미 중에 둘은 요단강을 건너는 걸 내가 머리채를 잡고 살려놓은 애들이야.
블루문과 프린스 가든.
블루문은 내한성이 좋질 않아서 재작년에 월동하며 냉해를 입고 작년 봄에 기온이 오르니까 접목부까지 반쯤 썩어들어가던 걸, 가지와 접목부의 썩은 자리를 도려내고 난 후, 근근히 살다가 올해 다시 저렇게 슛을 내놓고 있는 거야.
그리고 프린스 가든은 우리 집에 온지 한달도 안 된 애인데, 처음에 배송 와서 상자를 까보니까 달랑 2개뿐인 가지 중에 하나가 짙은 갈색으로 썩었고 깍지가 벗겨진 껍질 아래까지 끼어있는데다가 몇 없는 잎에 응애가 진을 치고 있었지.
그런데 썩은 가지를 바짝 자르고 잎을 모조리 떼어낸 후, 뿌리까지 벅벅 빨아서 흙을 모두 제거하고 깍지를 벗겨내서 새로 심었더니 지금 저렇게 새 순과 슛을 올리고 있지.
어이가 없을 만큼 장미의 생명력이 대단하지?
다른 식물이었으면, 죽었어도 벌써 죽어서 부엽토가 되고도 남았을 걸, 장미는 결국 이겨내고 다시 꽃을 피운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말고 처음 반했던 장미와 마음껏 사랑에 빠져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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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존버의 기다림이 장미를 천재로 키운다......@@
그리고 덤으로 집사도 장미에 관해서 한정이지만, 지니어스가 되지. ㅎㅎ - dc App
장미가....집사?를 길들이는걸지도? ㅋㅋㅋㅋㅋ
이 말 로맨틱하다! - dc App
궁금한게요...실내 베란다에서 키우는데 겨울도 영상10도이하로 안떨어지던데 그럼 걍 그대로 키워도 되요?? 아님 추운곳으로 유배보내야 될까요? - dc App
그대로 키워도 되지만. 사실 겨울에 어느 정도 추워야 다음해 봄에 꽃이 예쁘게 그리고 많이 개화해. - dc App
아...유배보낼곳이....어쩔수 없네요...폼포넬라는...방출해서 더 살기 좋은곳으로 보내야겠네요 - dc App
장미는 도전해볼 엄두(?)가 안나서 찔레장미 종류 몇개만 시도해보고 있어 ㅋㅋ 벌써 한 친구가 우리집 오더니 잎에 반점 생기고 갈변하고 그러네 ㅜ 제발 살아줘 - dc App
과습이 아닌지 겉흙을 좀 파봐. - dc App
한국 장미는 어디서 사나요 ? 한국 장미 품종이 200여종이라는데 어디 구경할만한 곳이라도 있을까요? 뜸금엇는 질문 죄송합니다
대림원예종묘, 국제화훼종묘 같이 큰 종묘사들의 매장, 또는 온라인 스토어.(대량 판매이다 보니 상태가 복불복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함.) 로즈팜, 홈즈가든, 아베크 라 네이처, 아리아트샷 등의 일반 장미 농장의 매장 또는 온라인 스토어.(각 농장의 장미 관리, 판매 스타일은 논외로.) 개인 절화 농장들이 올리는 카카오 스토리 상의 개인 예약 구매.(역시나 이벤트성이라서 운 좋게 구매해도 장미의 상태는 복불복.) 일년에 한번씩 3월 초중순 경에 이뤄지는 에버랜드의 에버로즈 판매.(대기업의 정식 판매이다 보니 그 어떤 경로의 구매보다 장미의 상태만큼은 최상이라는 후문이 있음.) 개인 장미 농장에서의 직구매. 등등 예전에 비해서 루트는 늘어난 편입니다. - dc App
감사합니다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가장 근시일 내에서는 서울에서 있는 장미 박람회에 참석하시면 다양한 국산 장미를 보실 수 있고. 유명한 장미농원인 로즈원 같은 곳을 방문하셔도 해당 농원에서 개량한 국산 장미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 dc App
독일장미 키우고 있는데 겨울에 월동 온도는 어느정도면 좋을까?
야외라면 땅에 심었을 때와 화분에 심었을 때 준비해야 할 것이 다르고. 실내라면, 월동 준비랄 것도 없고 장미도 휴면하지 않으니 겨우내 필요한 양분과 빛을 잘 주면 되지 않을까? - dc App
-린이 표현은 쓰지말자
왜? - dc App
어린이 를 무시하는? 아동 비하, 아동 혐오의 시선이 담긴 말이라는 의견이 있긴 함.. 음...
영국 장미가 수형을 잡기 편하진 않지 솔직히... 크리스티나 같은 일부 장미 빼면 대부분 낭창거리는 성질이 많고 땅에 심으면 덩굴장미로 크는 애들이 많은데... 독일장미가 줄기에 힘이 있어서 덩치빼고는 수형잡기 훨 편한듯. 독일장미 문제는 수형이 아니라 독일 이상한놈들이 스몰사이즈 페티쉬가 있는지 자기들 장미 크기를 제대로 안 써놓음. 80cm면 기본 160센치까지 자란다고 보면 되는 듯. 가만 냅뒀을 때 자라는 크기를 쓴 게 아니고 봄에 이쁘게 전정해서 꽃 볼 때 높이를 써놨나...
스몰사이즈패티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ㅋ 마자 설명에 써있는 것 보다 훨씬 더 웃자라
그냥 내가 비료 잘 줘서 우량하게 자랐다고 스스로를 칭찬해주자. - dc App
짱 미 - dc App
꼭 식물을 기르지 않더라도 희망과 미래지향적인 단어가 가득한 글이었네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선생님. - dc App
모르긴 몰라도 각국 육종가들이 우리나라 품종끼리만 죤내 교배 시켜서 특정형질만 강화해야지^^ 하며 개량하진 않을텐데 국적 편견은 신박하네ㅋㅋ
사실 우리가 구할 수 있는 장미들은 국적별로 차이가 있는 게 맞음. 민간육종가나 소규모 회사들은 다양하겠지만 실제로 수입되는 대형 육종회사는 나라당 1개에서 3개정도인데, 회사별로 특징이 딱 있음, 또 그 회사들도 일단 그 나라에서 장미에 중시하는 요소들을 감안해서 장미를 출시하기 때문에 국가별로 서로 비슷한 특징을 공유하는 거 같음.
영국은 데이비드 오스틴/ 프랑스는 메이앙, 델바/ 독일은 탄타우, 코르데스 이정도라... 특히 독일의 탄타우 코르데스는 서로 엎어지면 닿을 거리에 있어서 장미들이 비슷비슷함. 일본은 가까워서 노력여하에 따라 상당히 다양한 회사들의 장미를 구할 수 있어서 딱히 특징을 잡긴 힘들지만, 일단 일본 사람들이 크게 크는 장미를 안 좋아해서 대부분 사이즈가 아담하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