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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아그배 나무랑 상관없지만 본문에 앞서 예전부터 나도 올리고 싶었던 사과실생 싹이랑 포도실생 새싹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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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과는 작년 9월에 황옥이라는 사과를 사먹고 씨앗 심어본 거임.

오른쪽 포도는 작년 9월에 캠벨 씨앗 예전에 모아둔게 있어서 사과 심으면서 함께 분명히 다른 화분에 심었는데 이상하게도 소사나무에서 처음에 잡초처럼 싹이 나와서 방치했더니 떡잎이 커서 구글렌즈 검색하니 포도 새싹이라고 해서 포트에 옮겨심어준 것


포도씨 심고 사과만 싹이 나기에 포도는 실패인가보다 하고 그냥 캠벨 삽목묘를 다른 묘목살때 함께 구입했지

그런데 묘목이 올때부터 상태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겠고 껍질이 벗겨지는게 수상했음. 순이 나와야 할 눈 부위에 눈도 다 떨어졌는지 하나도 없어서 말야. 눈조차 없으면 한겨울에 아무리 물내림 했다해도 수세가 전혀 없어서 면역력이 떨어져서 감염이 잘돼서 고사하기 쉽거든.

결국 5월이 되어도 순이 전혀 안나와 중간을 잘라서 단면을 봤더니 완전히 말라죽었더라고. 그래서 작년에 심어둔 저 싹이나 길러보고 있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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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쇼산쇼(일본산사)라고 불리는 사과나무족 오스티오밀스속 슈베리나에(Osteomeles schwerinae)야.

오스티오밀스 속으로 분류되는 종은 현재 전세계에 3종.

하나는 사람들이 산초의 개량종으로 잘못 알고있는 기산초(오스티오밀스 앤실리디폴리아)이고, 또 하나는 그 기산초의 변종인 수트로분다 라는 애가 있는데, 어떻게 보면 이 수트로분다가 시중에 유통되는 기산초라는 애일 수도 있다고 생각됨. 왜냐하면 시중의 기산초 잎모양을 보면 하와이의 앤실리디폴리아 보다는 수트로분다와 더 비슷하게 짧고 둥글고 광택이 있더라고. 아무튼 셋 다 사과나무족이라서 사과, 산사, 마가목, 준베리, 모과, 명자, 피라칸타 같은 사과나무족 나무들과 비슷한 형태의 열매가 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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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리나에는 잎이 수트로분다 기산초에 비해서 더 작고 길쭉함. 잎이 갈비뼈처럼 짧은 마디간격으로 따닥따닥 붙어있고 나뭇가지의 수피가 사과나무의 전형적인 느낌임. 난 잎이 더 귀엽게 보이는 기산초를 택하지 않고 슈베리나에를 선택한 이유가, 기산초는 잎이 둥글고 귀엽지만 좀더 크고 마치 정말 시트러스를 연상케하지만 나뭇가지가 왠지 슈베리나에에 비해서 좀더 아래로 늘어지는 성질이 있어서였음 (물론 그래서 가지들이 기러기 날개처럼 늘어진다고 해서 기러기 산초라고도 불린다고 함). 아무래도 잎 크기가 기산초가 더 크고 두터워서 그런지는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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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가 육안으로 볼땐 낮에는 정말 환하거든. 그런데도 사진만 찍으면 너무 어둡게 나와

예전에 정장을 중고로 팔려고 내놓기 위해 사진을 찍는데 정장은 섬유의 직물 짜임이 나와야 하잖아. 결국 정장은 팔지 않고 옷수거함에 넣었지만 당시에 뭔가 그런 섬세한 부분을 촬영하겠다고 방등으로도 쓰고 있는 포밍램프를 개조해 250v 전원코드를 따로 사서 납땜으로 연결하고 절연테이프로 감싼 뒤 수축튜브로 마감했음. 허접해 보이지? ㅋㅋ 저 세탁소옷걸이로 만든 부분은 원래 벽에 정장을 걸어두고 그쪽을 향해 조명을 비추기 위해 다른 가구에 잠시 고정시켜 사용하려고 만들었는데 전혀 그렇게 쓰진 않고 여기저기 갖고 다니면서 사진 찍을 때 쓰기도 함


자, 이제 제목대로 원래 쓰려던 아그배(심산해당 = 깊은 산속 꽃사과) 열매에 대한 얘기로 들어가자@!

ㅋㅋ 서두가 너무 길었음. 근데 어차피 따로 예전부터 올리려던 사진들인데 그간 다른거 하느라 정신도 없었고 아무튼 몰아서 올리게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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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올해 3월인가 들인 자엽 심산해당이라는 녀석임. 심산해당은 일본과 중국의 한자식 명칭이고 국내에선 아그배라고도 하지.

꽃사과 종류는 전부 동양권에서는 '해당'이라고 부름. 꽃사과의 종류가 전세계에 몇백종 이상이라. 그리고 원예용으로 끊임없이 개량되고 있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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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자엽 아그배의 전체 모습임. 잎 모양이 내가 알고 있는 심산해당과 좀 다르고 너무 커다람 ㅠ

그래서 나무 크기에 비해 잎이 무성해졌을 때 저렇게 너무 겹치고..

나중에 분재로 제대로 다듬고 세밀한 가지들을 받아 잎이 훨씬 많아지면 잎 크기도 작아지지 않을까 기대함


문제는 열매임! 내가 이 아그배 분재와 함께 애기사과 분재도 함께 들였거든. 물론 내겐 이미 오래된 알프스오토메도 있지만 사과나무들은 꽃사과를 포함해서 전부 수분수가 필요해. 자가결실이 거의 안 되고 타가결실을 해야 하기 때문이지. 이런 비유가 좀 그렇긴 한데 내 입으로 내 정액을 먹는 식으로 자기 자신 간의 교배로는 자녀를 잉태할 순 없다 뭐 이런 느낌? 사람으로 치면 근친교배 같은것임. 유성생식을 하는 동식물은 다 근친교배가 되는 것을 싫어함. 비슷한 친척이 아니더라도, 내 유전자와 내 유전자가 교배되는 것도 근친이지. 아무래도 열성 형질의 확률이 높아 불량이나 기형이 나오기 쉽기에 자신의 유전자와 똑같은 유전자를 지닌 꽃가루가 들어오면 나무가 그걸 거부해버리고 꽃을 떨어뜨려버린다는 식인데 자세한 이론적인 용어론 설명 못하겠음. 암튼 초창기 생물체들은 거의 무성생식으로 자신이 분신처럼 복제되는 형태를 띠다가, 그렇게 하니 발전이 없고 지구 환경의 변화에 따라 과거에 적합했던 유전자와 똑같게 계속 유지되어선 결국 멸종하게 되더라 해서 생물체가 진화하다가 암컷, 수컷으로 나뉘거나 나와 다른 유전인자를 지닌 식물끼리만 꽃가루를 받아들이는 유성생식 체제로 바뀐 동물과 식물들이 많아졌다는 이론을 어디선가 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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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잡종 추정 1호: 아그배 암술 + 애기사과 수술의 꽃가루 (아그배 유전자가 우세)


알프스오토메, 애기사과, 아그배의 꽃들이 폈을 때 미용 브러시로 내가 이 아그배 꽃들에게 알프스오토메 꽃가루랑 애기사과 꽃가루를 마구잡이로 묻혀줬는데 어느 꽃에 어느 나무의 꽃가루를 묻혔는지 알 수가 없음. 게다가 꽃은 많이 폈었는데 개화일이 제각각 달라 먼저 핀 애들은 열심히 타가수정을 시켜줬는데 나중에 늦게 핀 애들은 귀찮기도 하고 잊어버려서 제대로 못 시켜줬는지 열매가 안 달리거나 작을 때 낙과했더라고.


유실수 유성생식하는 애들의 공통점이 또 있다! 자가수정이 혹시 되어서 열매가 맺히더라도, 자가수정은 거의 모두 그 안에 씨가 없게 되거든? 그럼 나무는 생각하는거지. "아니, 내가 열심히 열매를 맺히게 힘써서 새와 동물을 유혹하면 뭘하나? 그 안에 다른곳으로 심어져서 번성할 내 자식이 들어있지 않은데!!" 라고 생각해서 이 열매를 키우는데에 양분을 소모하기 싫어서 나무가 자신의 의지로 그 열매가 작을 때 떨궈버리는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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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잡종 추정 1호의 꽃받침이 초기부터 이미 탈락해서 없음. 이것은 다른 사과나무류와 다른 아그배의 전형적인 특성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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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잡종 추정 3호: 아그배 암술 + 애기사과 수술의 꽃가루 (애기사과 유전자가 우세)


근데 이 열매는 꽃받침이 영구적으로 붙어있지. 그리고 위의 1호와 아래의 2호는 열매가 둥글거나 둥글넙적한 모양인데 반해, 이 3호는 열매가 꽃사과처럼 약간 뾰루퉁하다. 그래서 내 생각엔 애기사과의 유전자가 더 표현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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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잡종 추정 2호: 아그배 암술 + 알프스오토메 수술의 꽃가루


이건 누가봐도 알프스오토메 열매와 크기, 모양, 꽃받침까지 너무 닮았음. 크기도 제일 커. 지금 이건 자엽심산해당이라 잎의 초기색, 꽃 색, 열매 색이 익지 않아도 원래 버건디 색상인 품종임. 그래서 일반 아그배였으면 연두색이었을 열매가 처음부터 저런 색이라 익은 것이 아니라 원래 색이 저럼. 수확철이 9월쯤이라니 8월 말부터 익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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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잡종 추정 2호와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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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툴에서 그리기엔 복잡하고 곡선도 많기에 그냥 손으로 그려서 사진찍음


그림에 다 설명해 놨어. 지금 자엽 아그배한테서 열린 열매가 크게 3가지 교잡종 같은데, 이곳에서 내가 처음 이럴수도 있냐고 질문했더니 어느 친절한 갤러가 '크세니아, 메타크세니아'라는 전문적인 용어로 답해줬는데 진짜 너무 고마웠고 엄청난 사실을 알게됐었음! 그건 전공과목 같은걸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은 아무리 일반적인 단어나 문장으 검색해도 얻어낼 수 없는 용어였음.


근데 애기사과 꽃의 암술에도 내가 아그배 꽃가루랑 알프스오토메 꽃가루를 묻혀줬거든? 근데 애기사과 나무에는 다 그냥 평범한 애기사과 열매같이 생긴것들만 열렸음! 왜 그렇지?


가을에 이 교잡종으로 보이는 열매들 먹고 씨 심어서 어느 세월에 길러서 열매 얻어보나 궁금하다.

얘들의 실생묘를 빠르게 성목으로 전환하려면 기존의 성목에다가 접붙여야 한다고 함. 일반적인 품종 묘목은 대목이 왜성이나 아무 사과의 씨를 심어 그 실생 1-2년생에다가 붙이거든. 걔들은 품종 접수 자체의 나이가 20년, 50년, 100년으로 많은 애들이니 그래도 되지만, 이런 새 유전자를 위해 씨를 심어서 유아부터 기르는 나무는 대목을 개화결실이 가능한 성목으로 써야 위에 붙인 접수도 빠르게 성목으로 자란다더군. 이런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는데 사과나무 관련 논문을 겨우 찾아서 알아냈음. 안그래도 얘들 들이기 전에 작년 가을부터 알프스오토메 가지를 삽목해서 한 3개월 지나니까 겨우 켈러스나 생겨서 작은 화분에 심어줬는데 정말 뿌리가 너무 안자람 ㅠㅠ 이거 키워서 나중에 저 교잡종 실생 접수들을 위한 대목으로 쓰려고 생각 중이야.


길었는데 읽어줘서 고마워.

혹시나 교잡종에 관심있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내 경험담을 한번 올려보는 것임. 난 전문가도 아니고 전혀 이쪽 전공자도 아니고, 그냥 유실수와 열매가 너무 좋고 이쪽으로 유달리 호기심이 커서, 어떤 목적이 있어서는 아니고 꼭 내가 원하는 유전자들이 조합된 녀석들을 사과, 배, 시트러스에서 하나씩 얻어내고 싶어. 죽기 전에 이루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