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갤에서

노닥거린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가장 많이 본 글의 종류는

'이 식물 살릴 수 있을까요'인 것 같다.


다른 취미 갤러리의 글들이

성취를 위해 끊임없이 달려나가는 느낌의 글들이 많다면,


식물 갤러리의 글들은

달려가려다 꼭 한번은 엎어지고, 다시 일어나야만 하는, 그런 느낌의 글들이 많다.


다른 취미들은 말이지.

'죽음'이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근데 '식물을 키우는 취미'는

살짝 삐끗하면 (분갈이, 물 주기, 빛, 통풍, 블라블라⋯)


바로 죽음의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다.


짧은 순간의 순발력도 필요하고,

좀 더 긴 시간관을 바탕으로 한 판단력과 관찰력이 요구되는...

식물 키우기, 라는 취미.


우리는 쉽게

그 무게에 압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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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대한 정보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분갈이를 할지 말지, 조명을 가까이 놓을지 멀리 놓을지 등등...


순간순간의 판단이 식물 하나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짜릿한 '식물 키우기'.


식물은 느리지만,

짜릿한 쾌감을 주는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가 필요한 게,

'남한테 공유했을 때' 짜릿하다는 거?

이게 참 중요하고 필수적인 것 같다.


'타인의 시선'


인터넷 쓸 수 없는 산골짝에서

진짜 진귀한 식물 키우고,

진짜 예쁜 식물 키우고 해도


누구한테 보여줄 수 없고

나 혼자만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다고 한다면,


재밌을 것 같아...? 아무한테도 못 보여주는 나의 식물을 기르는 게...?

재밌더라도, 그 재미가 금방 무뎌질 것 같지 않아?????????????????


나는 가끔 자문한다.

'식물 키우는 게 재밌는 건지'

아니면

내가 키우는 식물을 매개로

'다른 식집사들과 소통하는 게 좋은 건지'.


물론 이건 다른 취미들도 마찬가지이긴 할 듯...


악기 연주가 취미인 사람도,

혼자서만 겁나 잘 치면 뭐하겠어,

남한테 그 연주를 들려줄 수 있어야 비로소 완성이 되는 것 아닌가.


그런 맥락으로 식물 기르기는,


'나의 시선'과

'너의 시선'이


필요한

분야 같다!


'내가 이러이러한 식물을 키웠으니까, 봐달라!!'


너무 예쁘지!!!!!!!

라고 했을 때


'예쁘다, 잘 컸다!'

라는 답변을 받아야,


그제서야

100% 만족감이 채워진다.


그런 고로,

식물 갤러리는


화룡점정의

'정' 역할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열심히 키운 식물에게

'눈'을 그려주는 역할 말이다.


내가 열심히 식물을 키워서

식갤에 자랑하면


마지막에 식갤러들이

'너무 예쁘다!!' 하며

화룡점정을 찍어주는 것이다....


그때서야 식갤러는...

지금까지 '스토익'하게 생활해오며

식물을 길러온 세월을 보상 받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아닐까....


그래서 좋은 것 같다.

그런 역할의 식갤이 존재해서.


하하.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나 혼자만 바라보고 나 혼자만 즐기는 식물은,

오래도록 예쁠 수 없다.


'누군가 봐주길 바랄 때'에서야

식물들은 예뻐진다.


우리 인간들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