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집 앞을 보니 택배가 와 있습니다.  열기 전 부터 묵직하고 특이한 향이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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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보니 며칠 전 주문했던 두리안이 도착해 있습니다. 태국에서 수입된 녀석입니다. 가까이 가면 냄새가 살짝 나지만 아직 덜 익었기 때문에 후숙되기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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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안은 가시로 뒤덮인 목질의 단단한 껍질을 가진 데다가 후숙이 되는 과일이라 적당한 품종을 고르면 과일이 20일 넘게 먹을 수 있는 상태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리안이 나오는 철에 생과를 수입하는 곳도 있고 냉동은 1년 내내 구할 수 있으니 열대과일 중에서는 그나마 보기 쉬운 축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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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하면 냄새가 살짝 강해집니다. 두리안의 냄새는 Durio 속에 속한 대부분의 과일에 해당되는 것으로, 종마다 다른 냄새를 가지며 냄새가 거의 없는 종도 있습니다. 두리안의 냄새는 두리안의 가시 돋친 외형과 함께 두리안을 유명하게 만든 특징 중 하나지만 독한 향으로 두리안이 호불호 심하게 갈리는 과일이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두리안의 호불호에는 사과나 복숭아같은 흔한 과일과 다른 신맛이 없는 크림같은 맛이 있는 것도 이유겠지만, 비슷하게 크림같은 질감을 가진 아보카도는 이 정도 불호가 없는 것을 보면 두리안에서 냄새는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두리안의 냄새를 적거나 적당하게 만들기 위한 품종이 개발되기도 하고, 오히려 매니아들을 위한 냄새가 더 특이하거나 강한 품종이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두리안은 의외로 품종이 많습니다. 두리안이 많이 재배되는 말레이시아에서는 두리안의 품종을 말레이시아 농업 식품 산업부에서 등록하여 관리하고 있으며, 이렇게 등록된 품종이 200가지 가까이 됩니다. 각 품종은 D+숫자 형식으로 번호가 부여되며, 일반적인 Durio zibethinus 종 이외에는 D+다른 알파벳+숫자로 번호가 부여되기도 합니다. 물론 두리안 이외에도 말레이시아 일반명에 두리안이 들어있는 사워솝 같은 종이 두리안 바로 밑에 등록되어있기도 합니다

(malaysia national crop list라고 구글에 검색하면 사이트를 찾을 수 있고 사이트에서 두리안을 검색하면 두리안 품종의 리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개중에는 일반명이 없는 것도 있어서 그런 품종은 품종 번호로 유통됩니다.)


이번에 구매한 건 태국에서 개발되어서 태국어로 황금 베개를 뜻하는 "Mon thong" 품종이며, 말레이시아 식량 작물 리스트에는 D159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태국 전체 두리안 재배량의 1/3 이상을 차지하고 과일이 상하지 않고 오랫동안 견딜 수 있기 때문에 수출이 많습니다. 태국산 두리안 하면 거의 다 이 몬통 두리안일 정도로 흔합니다. 두리안 중에서는 그나마 냄새가 적어서 무난한 품종이기도 합니다.


냄새가 아예 없는 품종도 있긴 하지만, 여러 문제로 잘 유통되는 종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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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숙이 충분히 되면 이렇게 두리안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사실 저절로 까질 정도로 기다려야 하지만) 일단 며칠 정도 오래 기다렸으니 두리안을 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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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가 억세서 장갑을 껴고 칼로 열심히 갈라봐도 이 정도밖에 갈라지지 않습니다. 더럽게 튼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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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개고생을 한 뒤에 가장 작은 방 한 부분을 떼어냈습니다. 두리안의 내부는 둥글게 배치된 과육이 들어있는 방 여럿에 과육이 위아래로 늘어서 있는 모양입니다. 껍질 질감은 무슨 엄청 뻑뻑한 새송이버섯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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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육을 꺼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저런 과육 한 덩어리마다 씨앗이 하나 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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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안을 더 분해합니다. 어찌나 단단한지 칼로 적당히 갈라놔도 완전히 떼어내려면 힘을 좀 써야 합니다. 


원래는 마구잡이로 갈라서 과육이 뭉개지던 말던 모조리 분해한 다음에 과육을 퍼먹어도 되지만 지금은 씨앗을 살리는 것이 목표라서 과육을 안전하게 떼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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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을 절반정도 까서 나온 과육의 양입니다. 안에 큰 씨앗이 있어서 실질적인 양은 적지만 어마어마하게 달고 기름지며 향이 강해서 쉽게 물리기 때문에 다 못 먹을 수도 있습니다. 


맛은 겉과 속이 다른 맛입니다. 과육의 겉 부분은 단단하고 씹는 맛이 있는, 뭔가의 껍질을 먹는 느낌이며 부드럽지 않고 형태가 잡혀있습니다. 과육의 속 부분은 달고 땅콩버터같은 고소함이 있으며 특이한 기름 향이 퍼지는 맛입니다. 향은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른지 저는 특이한 기름 향 정도로 느껴지는데 다른 사람들은 돼지 누린내나 음식물 쓰레기 냄새같다고 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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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과육 절반에서 나온 씨앗들입니다. 과육 덩어리마다 씨앗이 하나씩 들어있고, 과육이 들어있는 방 하나에 과육이 여러 덩어리 들어있을 수 있어서 씨앗이 꽤 많습니다. 아무리 훈증처리를 거쳤다고 해도 두리안 자체도 두껍고 씨앗 껍질도 두꺼워서 씨앗은 대부분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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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물에 얕게 담궈놔도 발아가 잘 됩니다. 대개 이틀 내로 씨앗 껍질이 갈라지고 뿌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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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끝이 어마어마하게 크고 두꺼워서 도저히 뿌리로 보이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고 뿌리가 땅으로 파고들어가기 시작하면 보통 아는 뿌리 모습처럼 끝이 뾰족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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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했다면 흙에 올려놓고 흙을 잘 덮은 뒤에 물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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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이렇게 직파를 해버려도 됩니다. 어느 쪽이든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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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두리안에서 씨앗 껍질이 떨어지고 본잎이 드러납니다. 


잘 키우면 커질 수 있긴 하겠지만 과일을 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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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안은 대개 4미터 정도 자라야 첫 꽃을 맺고 거기서 추가로 4미터정도 더 자라야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크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높은 곳에 있던 두리안에 맞아서 부상을 입는 사람도 있고 두리안을 수확하는 작업은 험난한 과정입니다.(유튜브 쇼츠로 더럽게 많이 나오는 내용이니 굳이 설명하지 않음)


물론 왜성 품종이 개발되고 있기는 하지만, 널리 재배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 발아시킨 품종이 왜성 품종이 아니기에 집에서 열매를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주 희박한 가능성으로 씨앗이 변이를 일으켜서 왜성 품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주 먼 모험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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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줄기도 특이하고 잎도 반짝거려서 그리 밋밋한 나무는 아닙니다. 관심 있다면 한 번 키워볼 정도?


이상 발아된 두리안들 근황 올리고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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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물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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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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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튼실한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