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과장이야.
2년 전 아버지 돌아가시고 고향집에 어머니 혼자 계셔.
아버지 돌아가시니 화단도 화분도 관리가 안되잖아.
우리 어머니 꽃은 좋아하시는데 식물 키우는 데는 전혀 아니거든.
한달에 두번쯤 내려가.
우리집 식물을 갖다놓기도 하고, 목숨만 간당간당한 애는 들고오기도 하고.
갈 때마다 화단 호미질 하고 퇴비도 주고 가지치기도 하고.
작년엔 나도 경황이 없어 그냥 관리만 한다는 심정이었는데
올해는 꽃 좋아하는 어머니에게 봄이 오면 꽃을 한아름 보여주고 싶었어.
1. 작년 늦가을에 심은 작약. 빛도 잘 안들고 물빠짐도 안 좋아서 걱정했는데 뒤늦게나마 새순이 올라와.
2. 이름은 잘 몰라. 철쭉 종류겠지? 물도 안줘 죽어가는 놈을 이미 죽은 다른 철쭉 장사지내고 그 화분에 옮겨 줬어. 작년에 비료 꾸준히 챙겨줬더니 꽤 피네. 옆에 있는 건 어머니가 사다놓은 소나무.
3. 작년엔 화단 수국이 하나도 안 폈어.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한 가지치기가 너무 늦었나봐. 그래서 우리집 수국 배달시켜 꽃구경 시켜드리고 삽목으로 올해는 세 화분에서 수국 볼 수 있을 것 같아. 꽃눈 보이지? 화단 수국도 꽃눈 잘 달고 있어.
4. 울 어머니가 젤 좋아하는 장미인데, 조그만 항아리에서 떡진 황토에 살고 있더라고. 깍지벌레에 흑점병은 덤이고. 어머니 몰래 작년 가을에 싹 쳐버리고 큰 항아리에 구멍 뚫어 상토에 배수재 많이 섞어 분갈이했어. 갈 때마다 깜짝 놀랄 정도로 성장중이야.
5. 어르신들이 제일 좋아하는 군자란. 작년에 봤을 때 이보다 엄청 큰 화분에 떡진 흙에서 뿌리는 다 녹아 없어지고 이파리 몇개만 살아남았더라고. 작은 화분으로 옮기고 겨울 춥게 보냈더니 꽃대를 올렸어.
사실 나도 군자란은 잘 몰라. 관심도 없었고. 근데 어떻게든 살아나더라고.
6. 화단이야. 제일 지분이 많은 꽃은 철쭉인데, 아직 다 꽃망울들이라 다음에 올 때 볼 수 있을 것 같아. 밑에 있는 건 작년 호미질하다 우연히 발견한 상사화들이야. 구근 군락이 나오는데 어머니도 그런 게 있다는 것조차 모르더라고. 아마 아버지가 너무 깊게 심어 꽃은 안피고 계속 자구만 늘렸나봐. 하나하나 쪼개서 얕게 심었더니 마구 올라와. 저기 보리는 건 극히 일부야. ㄷㄷㄷ
옆에 있는 건 화분에서 말라죽어가던 다육이 종류인데, 이름도 모르겠고 바위솔 종류 비슷하게 생겼어. 그냥 화단에 살놈살 하라고 뿌렸는데 겨울을 버티고 지피식물이 되어버렸어…
7. 황매화와 명자나무. 우리 어머니 이 꽃들 이름도 몰라. 꾸준히 해준 퇴비질 덕분인지 작년보다 꽃이 실해보여.
8. 울 어머니가 장미를 제일 좋아하니까, 우리 집 미니장미 삽목이들 총출동해서 화분 하나 차지했어. 꽃 피면 좋아하시겠지.
9. 다육이들 사이에 카랑코에. 다육이가 이정도 꽃을 보여준다는 건 행운이야.
10. 죽어가던 제라늄 우리 집으로 이송시키고 토막내 삽목. 그중 일부가 되돌아왔어. 색은 역시 아주머니들 취향인 꽃분홍.
11. 이건 2주 전에 찍은 동백. 지금은 처절하게 참수하듯 땅에 떨어져 있어.
12. 2주 전 찍은 천리향. 꽃냄새 죽여줬는데. 너무 빨리 져서 아쉬워.
ps. 이번에 집에 돌아갈 땐 냉해입은 고무나무 들고 가야 해.. ㅠㅠ
진짜 감동적이다! - dc App
장미 관리하는건 정말 힘들었겠는데ㅠㅠ - dc App
맘이 따뜻해지는 에세이 한소절 읽은 느낌이예요~^^ 좋습니다...
따숩다.... 어머니가 식물은 못 키우셔도 자식은 잘 키우셨네.
감동적이야.. 2번째 친구는 아마도 연산홍?
읽는데 마음이 따뜻해진다...어휴ㅠ
감동적이다 - dc App
효자 추
우린 이런걸 효도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 dc App
와 효갤러다 식물들 다 너무 예쁘다 정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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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좀 많이 멋지다!!! 어머님께서 좋아하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