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계단 정글 이야기

식물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우리 집의 아주 특별한 공간, '계단 정글'로 초대할게.

여긴 그냥 식물 존이 아니라, 아픈 애들이 회복하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소중한 '인큐베이터'야.



계단 정글, 최적의 인큐베이터가 되다

계단 정글 모습


우리 집엔 좀 특이한 구조의 계단실이 있어.

방향은 동남향인데 바로 옆집이랑 가깝고, 창밖에는 커다란 향나무랑 소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줘.

덕분에 직사광선보다는, 큰 나무 아래처럼 부드럽게 걸러진 빛이 들어와.

평소엔 블라인드까지 내려두니 빛이 한 번 더 여과돼서 식물들이 회복하기에 딱 좋은 환경일거 같더라고.

사실 잘몰라 나 완전 식린이거든. 식물에 관심가진지 1주일 됐어..

어째됐든 계단 창틀을 우리 집 식물들의 회복실 겸 인큐베이터로 쓰기로 했어!



계단 정글의 특별한 '입원 환자'들

지금 계단 정글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식물들이 회복에 집중하고 있어.


1. 아레카야자: 4년의 애증

아레카야자


4년 전 우리 집에 처음 왔지만, 내 무관심 속에 거의 죽어가던 애야.

간신히 살아남은 두 줄기를 애지중지 키워서 오늘 드디어 새집으로 옮겨줬어.

너무 아픈 손가락이라 욕실에 두고 애정을 쏟았는데, 이게 또 과했나 봐.

과습으로 다시 한번 위기를 맞고 결국 이곳 인큐베이터로 오게 됐어.

제발 이번에는 건강하게 뿌리내리길!



2. 금전수 살리기

우리 집 첫 식물인 금전수는 한때 화분 세 개로 늘어날 만큼 잘 자랐었어.

하지만 내가 워낙 식물에 관심이 없어서 아무때나 물주다가

과습 공격을 못 이기고 수술행..

이 금전수의 건강이 내 통장사정이랑 연결된 것 같아서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노력 중이야.

지금 인큐베이터 화분(우리집에서는 슬릿화분을 이렇게 불러!)에 심긴 애들은

대수술 중 떨어져 나온 아기 잎이랑 줄기, 작은 구근이야.

부디 이 작은 생명들이 내 통장 상황을 다시 올려주길..


인큐베이터에 있는 금전수

인큐베이터에 있는 금전수


수술 후 회복실에 있는 금전수

수술후 회복실 에 있는 금전수


예전 금전수 모습

이건 예전 초창기 금전수 모습



3. 봄눈 맞고 떠난 몬스테라의 부활

수형 따위 신경 안 쓰고 자유롭게 키우던 몬스테라가 있었어.

지난 4월, 잠시 밖에 내놨다가 때아닌 눈이 내렸고, 그대로 동사해버렸지.

눈물을 머금고 줄기들을 잘라 수경재배를 시작했어.

썩어가는 줄기들을 솎아내고 또 솎아내서,

마침내 살아남은 녀석들을 여러 인큐베이터 화분에 나눠 심었어.

다시 튼튼하게 자랄 날을 기대하고 있어.


수경재배 중인 몬스테라


욕실에서 성장하던 몬스테라와 아레카야자

욕실에서 폭풍성장하던 때의 몬스테라 (그리고 아까 그 아레카야자)



4. 꼬물이들의 수경재배 도전기

스투키:

역시 과습으로 잘려나간 스투키 조각을 혹시나 해서 물에 꽂아뒀어.

근데 얼마 전, 밑동에서 작고 하얀 뿌리가 '똑' 튀어나온 걸 발견했어! 진짜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지.


스킨답서스:

'악마의 덩굴'이라는 별명답게 진짜 강한 스킨답서스!

분갈이하다 떨어진 잎 하나도 스투키랑 같이 수경재배에 도전 중이야.

얘는 분명 살아남아 줄 거 같다.


수경재배 중인 스투키와 스킨답서스



5. 잠시 쉬어가는 바질

연남동에서 3천 원에 데려와 파스타, 샌드위치에 행복을 더해주던 바질이야.

너무 많이 뜯어먹어서 기력 보충이 필요할 것 같아 분갈이하고 여기로 왔어.

며칠 기운 차리고 다시 우리 집에서 가장 빛이 잘 드는 주방으로 돌아갈 예정!

역시 허브는 눈에 보여야 자주 먹게 되더라고.


쉬고 있는 바질



A/B테스트 계단 정글 vs 지하 정글

계단 정글의 또 다른 재미는 바로 'A/B 테스트'야.

우리 집 지하엔 생장등 5개, 에어서큘레이터 2대, 제습기까지 갖춘 '지하 정글'이라고 이름붙인 플랜트박스가 있거든. (지하는 습도가 70~90%에 달해.)


과연 어떤 환경에서 식물들이 더 잘 자랄까 비교를 시작했어.


경쟁 식물: 스킨답서스, 테이블야자, 몬스테라 아단소니, 스파티필룸, 홍콩야자


계단정글에서의 배치 전략:

- 몬스테라 아단소니: 일단 행잉으로 걸어두고, 나중에 코코봉 세워서 대품으로 키울 계획이야.

- 테이블야자: 빛이 제일 적게 필요하다 해서, 계단 정글 중 가장 그늘진 곳에 뒀어.

- 홍콩야자 : 빛을 좋아하는 애들이라, 가장 밝은 명당자리를 차지했지.


지하 정글의 모습

우리 지하정글의 모습


지하 정글 식물들


지하 정글 식물들


지하 정글 식물들


지하 정글 식물들



고사리류는 습도 높은 지하 정글에 그대로 두고,

나머지 식물들은 계단이랑 지하 두 공간에서 경쟁을 펼칠 예정


자연의 여과된 빛이 이길지,

인공의 완벽한 통제가 이길지 궁금해.


저마다의 사연과 희망을 품고 있는 우리 집 '계단 정글'.

여기서 식물들이 건강을 되찾고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

그리고 '지하 정글'과의 흥미진진한 성장 대결도 요즘 내 재미중에 하나야. 


앞으로도 종종 소식 전해줄게. 환자들이 잘 자라도록 응원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