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좋아하시는 분에겐 재밌는 글일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어봅니다.)


흔히들 관심을 갖지 않는 식물의 특별한 아름다움에 대해 공유드리고 싶어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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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나무 올려다보는 걸 좋아합니다.


간단한 규칙의 반복으로 풍부함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경이롭거든요.


설명드리기 전에, 사진들 몇개 먼저 보여드릴게요.


(패턴이 잘 보이는 나무들을 찍어두었던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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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동에서 보았던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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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놀룰루에서 보았던 반얀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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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에서 보았던... 단풍나무인 것 같은데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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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은 대개 첫번째 줄기에서 양옆, 또는 한쪽으로,


Y자 모양으로 가지가 뻗어나가면서 자라납니다.


다른 식물들도 비슷하고요.


그리고,


새로 생긴 가지에서 또다시 Y자 모양으로 나오기를 반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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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노트에 남긴 기록입니다. 나무가 자라나는 패턴을 잘 표현해두었습니다.)


이처럼,


자기 자신의 모양이 계속 반복되어 나타나는 패턴.


즉, 자기유사성을 가진 패턴을,


수학에서는 "프랙탈"(fractal) 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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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동에서 찍었던 느티나무 사진을 흑백으로 바꿔서 다시 보면,


프랙탈 패턴이 조금은 더 잘 보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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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줄기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얇은 가지들이 번개나 강 하류의 삼각지 같은 패턴을 보이며 퍼져나갑니다.)


신기하게도,


프랙탈 패턴은 나무에서만 보이는 건 아니에요.


사실상 자연의 모든 것들은 "자기유사성"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수학에서는 이런 프랙탈이 매우 재미있게 다뤄지는데요,


무지하게 간단한 수식의 반복만으로도, 무지하게 복잡한 자연의 형태를 기술할 수 있거든요.


[간단한 것 무한 반복 --> 엄청 복잡하고 장엄한 결과]


예를들자면,


[Y자 모양으로 가지 돋아나기 무한 반복 --> 10미터를 훌쩍 넘는 엄청난 높이와 무수한 잎사귀들의 무작위적인 분포]


수학에서는 대충 이런 방식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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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번에는,


식물에서 보이는 프랙탈 패턴이 자연의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볼게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양치식물로 예를 들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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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를 보면 이렇게 생겼잖아요?


(이런 패턴은 수학자 Barnsley의 이름을 따서 Barnsley Fern이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Barnsley 양치식물"이라는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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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뻗쳐나가는 패턴이 꽤나 비슷해보이죠?


위 사진은 NASA의 우주정거장에서 찍은 이집트 나세르 호수입니다.


(사실 저 패턴은 Barnsley보다는, Julia Set이라는 것과 더 관련이 있습니다만, 잘 어울려서 가져왔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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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식물을 한 번 더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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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식물은 보통 이렇게 돌돌말려있다가 펴지는데,


이 말려있는 나선형 패턴 중 가장 유명한 건 피보나치(Fibonacci) 패턴이에요.


1, 1, 2, 3, 5, 8, 13, 21...


이렇게 계속 늘어나는 숫자들인데,


규칙은 유치원 수준으로 쉽습니다.


다음에 올 숫자는 바로 전에 있는 숫자 2개를 더한 값이거든요.


고로, 21의 다음번 숫자는, 13과 21을 더한 34가 됩니다.


그 다음 숫자는, 21과 34를 더한 55이고요.



도대체 왜 하는지도 모르겠는 이 간단한 규칙을 바탕으로 찾은 숫자들을 가져다가


네모 모양으로 만들어서 예쁘게 블록쌓기를 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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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달팽이 껍질 같은 모양이 됩니다.


이처럼 간단한 규칙을 무한히 반복하여 나오는 나선형 프랙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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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에 폴리필라에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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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방울에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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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에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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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글 쓰는 김에,


적양배추를 예로 들어 우주에서 보이는 패턴까지 확장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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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방향으로 자르시더라고요.


물론 이렇게 잘라도


큰 줄기에서 양옆으로 얇게 뻗쳐나가는 프랙탈 패턴이 보이긴 합니다만,


가로로 자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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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또 다른 패턴이 나타난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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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로부터 14억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토성의 가스 이동 패턴과 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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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자연에서 발견되는 패턴들은 전부 자기유사성을 가진 패턴을 보일까요?


정녕 왜 그런지는 결코 알 수 없겠지만,


제 생각에는 


가장 단순한 방식만을 반복하며 성장하는 것이 자연에서는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40억년 전부터 살아남기 위해 혹독하게 버텨온 생명에게


지구는 "살아남기 위해선 반복숙달 외에 요령은 없다"라고 말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결과,


가장 효율적인 생존을 위해, 가장 단순한 행동만을 반복하다보니,


Y자 모양으로 가지를 뻗치기를 반복하며 훌쩍 커버리는 나무도 생겼고,


피보나치 수열처럼 간단한 덧셈만을 반복하며 공간을 효율적으로 꽉꽉 채워온 솔방울과 해바라기도,


우연히도 단면의 패턴이 토성의 가스층의 움직임과 유사한 적양배추까지 생겨난 게 아닌 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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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식물을 잘 못 키웁니다.


5년째 키우는 용신목이 있어요.


처음 데려왔을 때에 비하면 길이로는 많이 자라긴 했는데,


폭이 들쭉날쭉해서 부러질까봐 무섭고요,


3년 된 올리브나무는 열매를 맺지를 않네요.


혹시라도 광합성에 방해가 될까 두려워 가지치기도 잘 못하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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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밖에 있는 식물, 특히 나무들을 구경하는 걸 좋아합니다.


나뭇가지들이 뻗어나가는 모습을 구경하다보면,


오만가지 생각의 가지들도 뻗어나가서 심심할 겨를이 없는 것 같아요.



오늘, 우연한 계기로 식물갤에 왔는데 정말 다양한 식물 이야기들을 보다보니


여러분들에게도 식물을 좋아하는 이유를 소개해드리고 싶었어요.


식물과 나무가 좋은 이유는 한도 끝도 없이 할 수 있겠지만 너무 길어져서 이만 줄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