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장 생활을 제대로 못하고 업무 능력도 안 좋고 동료나 상사에게 민폐만 끼치는 존재다.

게다가 나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방법을 나 혼자 깨닫는 게 안 된다.

남들은 알아서 배우는데 하나 하나 알려줘야 되냐는 말도 듣는 불필요한 짐덩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내가 그런 존재인지 잘 모르는 당직 아저씨는 내가 퇴근하기 직전에 출근하신다.

다음날 아침에 출근하니 내 자리에는 가을에 어울리는 꽃이 물병에 담긴 채 있었다.

그분께서 놓으신 거였다.


나는 예쁜 꽃을 나 혼자만 보기는 아깝다는 핑계를 대며 꽃 물병을 사무실 테이블 한 가운데 잘 보이는 곳으로 치워버렸다.

나의 사회성, 센스, 업무 능력, 꼼꼼함에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공간만 차지하는 귀찮은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며칠 후 퇴근하기 전 문득 그 물병을 봤다.

열매나 꽃은커녕 잎사귀 하나 피워보지도 못하고 이미 시들시들해지고 말라 비틀어져서 악취만 풍기는 하찮은 나와는 다르게

아직도 꽃잎이 파릇파릇했다.

식물에 대해 부럽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나는 작년에 처음 취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고 나서 단 하루도 피어나 본 적이 없는데 너는 무려 며칠을 피어봤구나


내가 치워버린 꽃도 열흘을 못 가서 아마 시들겠지

남들은 화무십일홍이라고, 열흘도 못 간다고 말하지만

내게는 그조차 기적 같아 보인다.


열흘은 바라지도 않고 단 하루라도 꽃처럼 피어나는 존재가 되고 싶어.. 제발.. 너무 서럽고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