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4만원짜리 선반으로 온실만들기 방법을 공유하고자 글을 씁니다.
사실 본인의 집에는 식물이라곤 작년 여름 망고를 먹고 씨를 발라서 발아시킨 망고 한그루와 3년 전 화훼시장에서 사온 무지막지하게 커가는 올리브, 어디서 얻어온 보리지 이렇게 밖에 없었답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 여자친구님(원예학과 출신)께서 키워보라며 알로카시아를 얻어다 주셨습니다. 식물에 진심인 여자친구에게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 이 알로카시아를 살리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만들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 녀석들이 살아가는 환경은 사진으로만 보더라도 콧털에 이슬이 맺힐 것만 같은 습습한 기후일 거 같았기에 며칠간 가열식 가습기, 증발식 가습기, 초음파식 가습기를 마구 쏘아대봤지만 기온 17.3도씨 습도 55%가 전부였습니다. 알로카시아 하나 살리겠다고 하루종일 보일러를 펑펑 틀다간 다음달부터 본인이 굶어야하는 상황에 놓일 것 같아서 눈물젖은 초 염가 DIY 식물장(온실) 만들기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됐습니다. (박수)
참고로 본인을 소개하자면 수학이 싫어서 인문계열로 도망친 후 쭉 인문사회계열 대학까지 나왔고, 직장도 인문사회 분야 연구원으로 일하는, 그러니까 공학, 과학, 수학, 식물, 기술, 산업, 공구 등과 담쌓고 지낸, 경상도 말로 '포시랍게' 자란 에겐 그 자체입니다. 집에 있는 공구라곤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산 2만원짜리 핸드드릴과 케이블 타이 몇 개가 전부입니다. 요약하자면, 여러분도 할 수 있단 말입니다.
우선 저의 자비스, 지피티에게 대략적인 현실과 타협가능한 온실장 프로토타입을 그려보라고 했습니다. 흠 그럴듯하군요 (잘 모름)
우선 쿠팡에서 적절한 사이즈의 랙을 구매합니다. 39,500원! 케이블 티비 홈쇼핑 채널에 파는 11팩에 11팩 더 주는 간고등어 가격에 랙을 살 수 있다니! 당장 구매해! 심지어 이 녀석은 조립할 때 볼트도 너트도 렌치도 스패너도 필요없는 랙! 당장 구매해! (사실 나중에 알았습니다만 더 좋은 대안이 많았습니다. 조금 후회합니다만 이미 늦어버렸습니다)
사이즈는 가로 900 세로 400 높이 1500입니다. (저는 아직까지 이 밀리미터 단위가 너무 헷갈립니다 ㅠㅠ 외워둡시다 mm = T(주로 두께에 사용)
공공기관에 가끔씩 보이는 실내 스마트팜에는, 그리고 뉴스에서 보이는 마리화나 키우는 범죄자들은 실내에서 항상 밝은 LED등을 켜두더군요. 아무렴! 온실에는 식물등이 붙어 있어야지! 당장구매해!
챗지피티와 열띤 논의 끝에 (그리고 식물갤의 수 많은 식물등 관련 글을 탐독한 후에) LM301H+660nm 칩이 박힌 걸 사기로 했습니다. 알리에서 사 본 제품 중 가장 비쌌습니다만, 어중간한 식물등을 사서 후회할 바엔 좋은 거 사잔 생각으로 주문했습니다.
제목(4만원짜리 어쩌구 저쩌구...)과 달리 지출이 좀 있었습니다. 크흠...
일주일만에 도착! 근데 이게 뭐시여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당께요! 플러그는 어디 있으며 어느 구멍에 꽂아야 하는 건지 1도 몰라서 일단 바닥에 내려놓음.
(포장은 잘 해옴)
침착하게 하나씩 촬영해서 GPT에게 물어봅니다.
Q : 이게 뭐야?
A : 이건 SMPS라는 거고 교류(벽 콘센트에서 나오는 전기의 종류) 전기를 식물등에 필요한 직류전기로 바꾸고 전압도 낮춰주는 마법의 쇳덩어리!
Q. : 검은색 빨간색이 들어 있는 굵은 선은 뭐야?
A : 검은색 선은 음(-)극, 빨간색은 양(+)극
Q : 이렇게 굵은 게 식물등에 들어갈 리가 없잖아!
A : (경멸스런 눈및으로) WAGO를 쓰렴.
저 클립이 달린 플라스틱 도구를 WAGO라고 하는데, 마치 전선끼리 돌돌 말아서 연결하는 것처럼 여러 가닥의 전선을 연결시켜주는 장치라고 합니다.
5개의 구멍 중에 아무 구멍에 굵은 빨간색(+) 선을 넣어서 물리고, 나머지 4개의 구멍에 가느다란 빨간색 선을 넣어서 물린 후에 각각의 식물등에 붙어 있는 + 단자에 물리면 됩니다.
까만색도 마찬가지로 진행해 주시구요. 이걸 전기의 세계에서는 '병렬연결'이라고 합니다. 다들 기억하시죠? 어렸을 때 초등학교에서 집게 달린 전선으로 전구와 건전지 연결해본 거?
뭐 그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간단해요.
아참. 가느다란 전선은 피복으로 감싸져있는데, 당황하지 마시고 집에 있는 커터칼이나 부엌칼이나 손톱깎이나 이빨 등으로 적절히 뜯어내면 됩니다.
(진지함) 이 식물등을 구매하면 따라오는 가느다란 전선이 까만색 약 2미터, 빨간색 약 2미터가 들어 있습니다. 이 전선은 일반 조명 가게에는 잘 취급하지 않고 구하기 어렵습니다. 애껴쓰십시오! 본인은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럼 콘센트에는 뭘로 연결하나요? 다이소에 판매하는 플러그를 구매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색깔에 맞춰서 끼워주면 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보시다시피 SMPS에 달려 있는 선이 지나치게 짧습니다. (약 30cm)
고개를 숙이고 집 근처 LED, 조명가게에 방문합니다.
"선 달린 플러그 주세요"
- 그러면 똑딱이 스위치가 달린 플러그 선을 주십니다. 대략 가격은 4천원 정도.
"접지 선까지 있던데. 3가닥짜리 없어요?"
- 요즘 접지 잘 안 해. 그냥 그거 쓰면 돼.
잘 모르는 저는 지피티가 위험하다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저걸로 사왔습니다만. 여려분은 더 좋은 거 구해서 쓰시길..
무튼, 집에 돌아와서 이제 3가닥 WAGO에 새로 산 코드와 SMPS에 INPUT 선을 물립니다. SMPS에 달려 있는 접지선(녹색+노랑)을 절연테이프로 잘 말아서 숨겨두고 나머지 두 선을 끼우고, WAGO 반대편에 플러그에서 나온 선을 두 가닥 물리면 됩니다.
이건 식물등 사면 서비스로 주는, 식물등의 밝기를 조절하는 디머(dimmer) 스위치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사실 여기까지 왔으면 어떻게 조립하는지 간단히 알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이 작업에서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챗지피티였습니다. 자꾸만 "병렬연결하면 **위험**"합니다. 라고 겁을 줘서 직렬연결을 여러번 시도했으나 당연히 불은 들어오지 않고 이 구멍 저 구멍 찔러보다가 몇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ㅜㅠㅠ
결국 (판매자 및 식물갤 선배님들이 작업한 것처럼) 병렬연결이 답이었고, 그렇게 연결하니 불이 들어왔답니다 (박수)
태양권! 상당히 밝군요. 지피티는 PPFD 뭐시기 말 하는데 사실 그런 거 모르고, 측정하는 방법도 모르고, 측정 도구도 없어서 그냥 dimmer 제일 약하게 켜 놓고 있습니다.
길어졌네요.
다음에는
1. 경량랙 조립(난이도 최하)
2. 아크릴+포맥스 주문 및 조립(난이도 중)
3. 슬라이딩 도어 주문 및 조립(난이도 극악 but 장비 있으면 난이도 중하) 편을 써볼게요.
그럼 이만 모두들 매리크리스마스!
가짜다 가짜문과다!!! - dc App
굳은살 하나 없는 손가락, 상처 하나 없는 손톱이 보이십니까! 손가락이 증거입니다!!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그렇죠 선 색깔은 의미가 없지만.. smps에서 나온 선과 들어갈 선이 헷갈릴까봐 통일하는 거죠 :)
@TightLines 아하 그렇군요 이미 판때기가 병렬연결로 이루어진 거였군요... 지피티 말만 믿고 시간과 공간의 방에 빠져버렸군요 ㅠ
글에서 문과냄새 나요 ㅋㅋㅌㅌㅌㅋㅋ
그것은 먹물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