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ed8272b48261f123ebf793479c706b843b10e3675cb449f58bda24bea270d40f9dde12bb94d2918bda9884b06e1028e1d7cfff


새해맞아서 방청소하는데 책꽂이 사이에서 종이 하나를 발견했어. 3년 전 쯤인가 식물초보인 내 댓글에 누군가 키워보겠냐고 물어보면서 정말 저렇게 삽수, 씨앗이랑 설명서를 보내줬어

일면식도 없는 사람한테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이렇게 정성껏 해줄 수 있다는게 당시 너무 놀라웠기도 하고 따뜻한 위로 였던게 기억나네

그때 내가 식물을 키우기 시작한 것도 사실은 삶에 더이상 의미를 못느끼겠어서 였거든. 살아야 할 이유가 뭔지 모르겠어서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던 때였고. 근데 평생 제자리인 것 같은 나와 달리 식물은 내가 관심을 기울이면 하루하루 미세하게 달라지는 게 신기했어. 매일 식물을 유심히 보고 있을 때만큼은 아주 잠시라도 그 어두운 생각을 잊을 수 있었던 것 같아.

그게 벌써 3년이 지났네. 지금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찾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지만 용기내어 도전해서 그 일을 배울 수 있는 곳으로 들어갔어.

삶의 막다른 길에 서있을 때, 식물이 나에게 줬던 위로가 그리고 식물을 좋아하는 낯선 이가 준 뜻밖의 위로가 정말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갑자기 들어와서 글 남겨

어딘가에서 삽수와 씨앗을 보내준 식붕아
그때 정말 고마웠어
너도 그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길 바랄게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