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래부터 식물을 키우는 것이 싫었다.


아버지는 늘 식물을 키우곤 하셨는데, 화분에 쌓이는 흙, 생기는 벌레, 무거운 화분, 냄새 그리고 픽하면 소천할 것 같은 것이 마치 조부모님과 같았다.




그런 내가 식물에 물을 주어야만 하는 함정에 빠져버린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것은 내가 사회복무요원(공익)을 하게 되면서 복무관리자가 손쉽게 내 일과로 넣어 버린 것.


귀찮은 일을 떠맡게 되는 아주 흔한 상황이다.




사무실에 식물은 아주 많았다.


동양란, 스투키, 가지마루팬더, 홍콩야자, 드라세나 마지나타, 뱅갈 고무나무, 포인세티아, 꽃기린, 및 금전수 등등이 있었다.


물을 어떻게 줘야할지도 몰라서 대충 인터넷 마켓에서 가장 저렴한 화분 습도계를 사서 마른(dry) 상태가 되면 주곤 했다.


난초는 돌에서 자라는 정신나간 생물이라 돌이 물을 머금을 수 있도록 저면관수를 해야했다.


스투키는 선인장 같은 놈이라 마치 인간을 고문하듯 물을 조금씩 줘야했다.


고무나무는 특히 커서 1.4L짜리 물뿌리개에 있던 물을 다 쳐먹었다.


이 중 내가 가장 물을 주기 싫은 것은 금전수다.




어떤 문제는 항상 내가 보고 있음에도, 내가 알지도 못하게 다가온다.


어느 날 금전수는 교수형에 당한 사람의 머리처럼 처져 있었다.


?


인터넷이나 ai에게 물어봤을 때 금전수는 뿌리에 벌브가 있어서 물을 잘 주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심지어 겨울이라 이 녀석에는 물 한방울 주지 않았다. 습도계도 wet한 상태였었기 때문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를 상황에 나는 참혹한 살해 현장의 초임 검시관처럼 피해자의 사진을 잔뜩 찍어, 셜록홈즈를 찾아가는 레스트레이트 경감처럼 현장을 뛰나왔다.


노련한 셜록홈즈(꽃집 아주머니)의 부검 소견은 다음과 같았다.

"금전수군"


"예, 그렇습니다."


"주변을 보니 자네 꽃을 창가에 키우는 군"


"앗 네 맞습니다. 햇빛을 보게 해주어야 한다고 해서."


"자네 지난 주에 영하 12도까지 내려간 것은 알고 있지?"


"어..!"


"...창가 주변 온도는 외부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냉해야."


"저.. 그.. 혹시 분갈이라도 하면.."


"분갈이를 하든지, 이 화분을 갑자기 따뜻한 곳에 놔두든지, 어쨋든 환경이 변해서 잘 자라지 못할 가능성이 크네. 일단은 그대로 놔두고 이겨내길 바래보세."


"... 예"




사무실로 돌아온 나를 반겨준 것은 여전히 목이 꺾여있는 금전수였다.


자다 일어난 사람처럼 목을 세우고 있을리는 없건만.


나는 마치 수술이 끝난 사람이 목보호대를 찬 것마냥 금전수의 줄기에 지지대를 연결했다.


신비한 자연의 힘으로 물러터진 살이 되살아나고, 끊어진 척추와 척수가 연결되길 바라면서.




사무실에 날파리 몇 마리가 위잉위잉 거리는 소리로 내게 말해주었다.


저 식물은 이미 죽었다. 어제 어쩌면 오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죽으면 유기체가 되고 다른 생명의 양분이 된다는 것.


다만, 날파리를 키울 수는 없는 일이므로 저 유기물 덩어리를 어서 빨리 치우기로 했다.


직접 화분의 흙을 해부해보았을 때 올라오는 악취는 별 수 없다는 마음을 다잡게 해주었다.


이런 유기물은 정말 어쩔 수 없이 빠르게 버려야 했다. 다른 식물들도 유기물로 만들어버릴 수는 없으니까.


유기체와 무기체를 분리해 각각 비닐로 요람과 포대를 만들어 보냈다.


화분은 깨끗하게 씻어 에탄올로 소독까지 했다.


이제 날파리는 내게 지리멸렬한 소식을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이번 달에도 나는 식물에 물을 준다.


나는 정말 식물에 물주기가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