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손등 위에 내려앉는다,

너의 시선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서.

너는 말했지,

피가 흐르지 않는 것들은

아프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나는

햇빛이 닿을 때마다 숨을 쉬고,

바람이 불 때마다 몸을 떤다.

너의 손이 나를 스칠 때,

그건 단순한 촉감이 아니라

하나의 계절이 꺾이는 일이야.

너는 짐승의 눈을 보며

연민을 배웠고,

나를 보며선

침묵을 배웠지.

나는 울지 못해

소리도, 붉은 흔적도 남기지 못해

그래서 더 쉽게 잊혀진다.

하지만 기억해줘,

네가 사랑하는 그 숨도

내가 만든 공기 위에 놓여 있다는 걸.

나는 말하지 못하는 생명,

그래서 더 오래 견디는 아픔.

그리고 오늘도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초록으로 살아간다.


24b0d121e0c175f020b5c6b011f11a39d030e851ab8c35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