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일본 원예계에서는 이런 담론이 있었다고 하더라.
유통이 커지고 자재가 다 표준화되면서 원예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얘기였지. 배양토, 비료, 화분, 재배 키트까지 다 완제품으로 나오니까 누구나 바로 시작할 수 있고, 처음 키울 때 결과도 꽤 안정적으로 나오고. 시작은 훨씬 쉬워졌다는 거야.
근데 문제는 그 다음.
예전에는 흙을 섞고, 물 빠짐 맞추고, 상태 보면서 계속 손을 대야 했잖아. 잘 안 되면 왜 그런지 고민하고, 다음에 또 바꿔보고. 그런 과정이 자연스럽게 쌓였는데, 이제는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기보다 그냥 새 흙으로 갈아버리는 쪽이 더 빠르고 간단해진 거지. 흙이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쓰고 버리는 것’처럼 된 거야. 계속 하긴 하는데, 쌓이는 건 별로 없는 상태.
이 얘기의 핵심은 결국, 원예를 결과로 보느냐 과정으로 보느냐 하는 거더라. 식물은 흙 상태, 물, 미생물, 빛, 온도, 계절 같은 주변의 모든게 다 얽혀서 자라는데, 그걸 계속 보고 건드리고 맞춰가는 게 원래 재미였잖아. 실패도 그 안에 있었고. 근데 완제품에 많이 기대게 되면 그 흐름이 짧아져. 관찰하고 해석하고 손대는 그 고리가 점점 약해지는 거지.
나는 이게 일본 얘기만은 아닌 것 같아서 좀 걸린다. 우리도 벌써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까. (아니, '상토'가 모든 식물기르기의 베이스가 되어버리고만, 어쩌면 더 극단적인 상황으로...)
시작은 쉬워졌는데, 그 대신 흙을 만지고, 상태를 느끼고, 내가 개입해서 식물 상태가 달라지는 그 감각을 알기 전에 지나가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아쉽다...
지금의 그쪽은 두 흐름이 같이 간다고 하더라. 편하게 즐기는 사람들도 많고, 한편으로는 흙을 직접 만들고 계속 재사용하면서 깊게 하는 사람들도 따로 있고.
넓게 퍼진 원예랑 깊게 파는 원예가 나뉘어서 공존하는 느낌.
그럼, 과연 너의 선택은? ㅋ
그냥 생각난김에 몇자 끄적거려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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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린이 배양토 상토 차이도 몰랐는데 식갤 눈팅하고 조언 따라하면서 식물과 교감하듯 환경 만들어주는게 힘들면서도 재미있습니다! 수집욕은 없는데 생육이 궁금해서 자꾸 도전하게 되는데, 좌절속에서 희열을 찾고 있어요.. 농사하시는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애초에 깊게 즐길 사람들은 깊게 즐기고 편하게 입문하는 사람도 늘었으니 좋다고 생각함 나는 오히려 상토처럼 딱 규격이 명확한 흙이 있다는 게 좋게 받아들여진다고 할까? 학생때 이과였어서 그런가 ㅋㅋ
모든 상품과 산업이 거쳐가는 표준화 과정인거지
난 상토쓰는데도 과습 잘와서 흙상태 계속 체크하고 뒤적거리고 관수주기 조절하고 해. 그냥 관심도의 차이 아닐까?? 분명 배수잘되는 상토랬는데 ㅠㅠ 물론 화분을 그지깡깽이같은거 쓰긴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아무리 상토가 베이스가 되어도 중요한건 흙뿐만이 아니니까. 괜찮지않을까? - dc App
그런 방향성에는 정원이나 야외보다는 실내 가드닝, 특히 베란다조차 없애버린 주거방식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거기다가 빨리 결과물을 내고 싶어하는 성향에 검증된 방법만을 선호하는(이건 여행쪽에서도 느꼈어) 대다수. 아이러니하게 최근에 입문하는 식집사들은 오히려 상토보다는 ‘검증되었다고 생각하는 배양토 완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이 봤어.
종이책이 없어진다고 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것처럼 깊게 파는 원예도 영원할 것 같아 나는. 결국에는 맞춰보고, 기다리고, 결과를 보고 기뻐하는게 원예이니까.
여기서 본건데 자생지가 석회암지대인 식물이 비실대서 분필을 넣어봤더니 쌩쌩해졌다는거야 따라해봤는데 뭔가 효과가 있는것 같아서 괜히 뿌듯하더라고 완제품 편리하긴하지만 이것저것 섞어가며 흙놀이 하는것도 식물 키우는 재미중에 하나인것 같아 제법 큰ㅋㅋ
인사이트
선택이 아니라 둘다 무조건 필요함... 그냥 즐기는 층이 있어야 깊게 파는 사람들이 더 편해짐. 쉽게쉽게 한다고 배척하면 결국 축소되면서 사장되는 것
신기하다 역시 옛날의 담론은 뭔가 매력이있어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