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premnum aureum 에피프레넘 아우레움.
스킨답서스라 불리는 그 식물이 맞다.
ㅆㅅㅌㅊ 생존력과 성장 속도로 전 세계 식집사들의 손에 길러지고 있는, 그야말로 흔둥이 오브 흔둥이.
이 흔한 녀석에게도 흔치 않은 구석이 하나 있는데….
"정신이 좀 드십니까?"
"으응? 누구...?"
나여. 의사 양반.
스킨답서스는 실내에서건 야생에서건 꽃을 피우지 못한다.
실제로 개화가 보고된 것은 1962년이 처음이자 마지막.
즉 이 녀석은 60년 넘게 못 해본 고자 식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식물이 고자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지금부터 차근차근 알아보자.
식물은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보다 널리 퍼져나가기 위해 꽃을 피운다.
속씨식물들에게 있어 개화란 일생일대의 사건.
그런데!
스킨답서스는 진화 과정에서 지베렐린이라는 개화 호르몬이 탈락되어 버렸다.
아가 공장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이 말씀.
(호르몬을 주입하여 강제로 개화시킨 스킨답서스의 꽃. 평범한 천남성과 꽃처럼 생겼다.)
속씨식물 중에서도 꽃을 어렵게 피우는 식물은 더러 있지만,
스킨답서스처럼 아예 못 피우는 식물은 거의 유일하다.
그런 놈들은 일찍이 다 뒤졌기 때문.
MZ 병충해라도 등장했다간?
남들은 끊임없이 진화하며 대응하지만,
고자 식물은 시대에 뒤쳐지며 집단 폐사할 테니 말이다.
따라서 스킨답서스는 곧 도태되어 사라질 운명이었다.
‘그 녀석’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대항해시대, 인간들은 대륙 곳곳에서 희귀 식물을 나르기 시작했다.
덕분에 작은 섬에서 자생하던 스킨답서스는 세계로 진출한다.
내음성 강해, 튼튼해, 성장 빨라, 번식도 막 돼.
당연히 끊임없이 판매되었고,
일부는 버려졌고.
버려진 일부가 그 지역에 적응.
지금에 이르러서는 Devil’s Ivy라는 사악한 별명과 함께 생태계 교란종이라는 지위까지 얻게 된 것이다.
(노지에서 마구 자라난 스킨답서스의 모습)
꽃이 없어 바다를 건널 수 없는 문제도, MZ 병충해로부터의 위협도,
인간이 실어 나르고 격리된 환경에서 키우기 시작하며 모두 해결.
덕분에 고자 식물임에도 도태되지 않고 오히려 폭발적으로 번성했다.
(물꽂이로 무한 번식 중인 모습)
여기서 또 하나 재미난 사실.
시중 스킨답서스는 모두 물꽂이 삽목 등으로 번식한 개체다.
그 역사를 타고 타고 올라가면?
식물 헌터가 뜯어온 최초의 스킨답서스가 있을 터.
즉, 전 세계에 퍼진 모든 스킨답서스는 ‘유전적 단일 개체’에 해당한다.
우리 집 스킨답서스도, 너네 집 스킨답서스도, 지구 반대편 스미스 씨가 키우는 스킨답서스도 다 똑같은 클론이라는 거다.
(스킨답서스의 고향 무레아 섬. 이 작은 땅에서 출발해 지금 당신의 방까지 당도했다.)
자연에서라면 도태될 운명이었던 돌연변이.
그러나 인간을 만나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관엽 식물이 되었다는 아이러니.
그야말로 특별한 만남이지 않은가?
마무리는 내가 키우는 스킨답서스 자랑과 함께
내 멋대로 꽃말을 다시 정해본다.
“특별한 만남”
아직 스킨답서스를 들이지 않았다면,
가장 흔한 식물과의 특별한 만남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재밌었다면 개추 눌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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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형광스킨답서스나 이런저런 다양한 무늬 스킨답서스는 뭔데요?
돌연변이? - dc App
생장점에서 무늬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계속 유지된다구 함. 그걸 다시 무한 물꽂이...!
약품이나 방사선으로 만든 돌연변이
나두 그 데블스아이비 ㅋㅋㅋㅋ 쌍둥이를 키우는 부모 개추! 지베레린이 개화호르몬이었구나 씨 없애는 약으로 알고 있었는데
잼게 잘 봤어요. 혹시 저 호르몬 주입 강제개화 사진 논문 출처같은데, 레퍼런스좀 줄수 있을까요? 재미있어보여서; 궁금한것도 있고;; - dc App
출처 같이 올린다고 생각만 하고 안 썼네 ㅋㅋ Gibberellin deficiency is responsible for shy-flowering nature of Epipremnum aureum 구글 검색하세용. 지난번에 링크 올렸다가 광고로 차단 당해서;;
@음지맨 오 감사해요. - dc App
노무 재미져 추
이거보고 스킨답서스 사고싶어짐!! - dc App
영업 성공~
우왕 실베버스! 출발
재밌따!
역시 스킨다바스는 최고야
꽃을 피웠다고 해서 수정이 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니까... 그럼 60년도 더 되었을지도ㅋㅋㅋ - dc App
캬
근데 유성생식이 실제로는 다양성으로 유리한거 아님? 왜 고자 스킨이 유성 스킨을 밀어냈지
고자 스킨은 장기적으로 보면 생존에 취약한 형태지만, 단기적으로는 꽃을 피울 에너지까지 무성 생식으로 몰빵하여 우위를 점할 수 있었을 것이라 추정. 그 짧은 전성기에 하필 인간을 만났다는 점에서 정말 특별한 것 같아.
환경이 좋으면 클론이 유성생식보다 훨씬 유리함. 완전 꽃이 안피는 건 아니지만 참나리처럼 꽃이 피어도 씨앗 성숙 안시키고 그냥 주아 뿌리는 애도 있고 러너, 자구 자촉으로 번식하는 애들도 죄다 클론으로 유리점 뽑아가려는거 스킨은 꽃피우는 능력을 잃어버려서
@ㅇㅇ(118.235) 환경이 변하면 도태될 예정이긴 했지만 그 전에 인간한테 기생(?)을 성공한거
개추 개추요... - dc App
서적같네요
너무너무 재밌다 스킨답서스의 은밀한 비밀..
우와짱재밋어...!!!!
오 토란도 무성생식을 많이 하면서 꽃을 안 피우게 되었단 얘기는 들어봤는데 이건 ㄹㅇ 신기하네
차피 아조변이 형식으로 변이가 나오긴함
고자가 돼 버렸지만 그까짓게 뭐 대수여?! 세상을 다 얻은 녀석이롤세!!! 정복자 나폴스킨!!
오 스킨답서스의 꽃과 씨는 인간 이었던 거군요!
와..스킨답서스님 생명력 정말 뛰어나서 겨울지방에서 태어나신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 노지에서 자라난 스킨답서스 사진 굉장하네요....;; 다른 식물이었으면 말라 죽거나 냉해 입었을것 같은데. / 이렇게 소중한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