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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식물 취미는 친환경적으로 보이지만 야생 개체의 유통에 있어서 큰 환경 파괴가 있습니다

2.야생 개체는 대부분 농장에서 키운 것보다 굉장히 크고 잎이 더럽고 가시나 잎이나 껍질이 닳아있으며 흙이 묻어있거나 뿌리 쪽에 잘라낸 상처가 있습니다

3.야생 개체를 가져다 키우는 것은 많은 불법적인 과정을 동반하며 동시에 직접적인 환경 파괴를 가져옵니다

4.야생에서 가져온 식물들은 대개 느리게 자라서 농장에서 크게 키우기 어렵기 때문에 야생에서 가져오는데, 애초에 그런 식물은 야생에서도 느리게 번식하고 느리게 자라기 때문에 그 식물의 멸종을 앞당기는 행위입니다

5.특히 멸종위기종인 경우는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야생 개체를 줄이는 게 멸종을 더 빨리 앞당길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6.합법적으로 야생에서 식물을 연구 목적으로 채집하는 과정이 있으나 이것은 극소량만을 채집하며 개체 전부가 아닌 씨앗이나 가지를 가져와 번식시키는 경우도 많음
반대로 상업적 목적의 채집, 밀렵같은 경우는 수백 수천개를 야생에서 뜯어다가 팔기 때문에 멸종을 유의미하게 앞당길 수 있어서 합법적인 채집보다 훨씬 문제가 큽니다

7.이런 멸종위기종 등을 야생에서 가져와서 키우는 것은 결론적으로 환경 파괴입니다
코끼리나 표범이 좋다고 해서 아프리카에 가서 코끼리를 죽여서 상아를 얻고 표범 사냥해서 만든 헌팅 트로피를 집에 걸어두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식물을 좋아한다는 이들이 직접 식물을 죽이고 멸종시키는 기괴한 행태입니다
무분별하게 채취-유통되는 야생 개체, 사지 맙시다

8.개발도상국의 밀렵꾼이나 밀렵을 직접 요구하는 사업자를 직접 막는 것은 힘들고 완전한 박멸은 선진국도 어렵기 때문에 구매자의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급적이면 인공적으로 재배되고 증식된 개체를 사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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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식물의 유혹은 상당합니다. 자연 그대로의 순종, 거친 야생에서 살아남은 거친 모습, 농장에서 키워내기 힘든 압도적인 크기, 그리고 쉽게 구하기 힘든 희소성의 가치까지.

마치 수만 년을 땅 속에서 견딘 자연산 다이아몬드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자연산 다이아몬드에 노동 착취, 내전 지원, 독점 등 수많은 나쁜 이야기가 있었듯이 야생 식물 개체들도 나쁜 이야기를 안고 있습니다.

이 밑으로는 야생 개체들에 대해 설명하겠지만 내용 대부분은 불법적으로 채집되거나 보존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채집된 개체들에 대한 비판이므로 밑에서 이야기하는 야생 개체=밀렵 개체 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굳이 불법적인 밀렵이 아니더라도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대량으로 채집되는 식물 개체들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비판하겠습니다.


난초. 안스리움. 다육식물. 선인장. 리톱스. 고사리. 괴근. 야생화. 식충식물. 소철류, 기타 등등.......

수많은 취미 식물 분야에 걸쳐서 야생 개체의 유통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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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중국 남부에서 불법 채집되어 대량으로 팔리는 난초. 이 지역들은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으며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도 미흡하기 때문에 이런 채집이 자주 일어난다.)

난초. 말할 것도 없습니다. Paphiopedilum canhii가 발견된 지 1년만에 야생 채집으로 사실상 멸종 직전 상태가 된 사례가 유명하고, 난초 야생 개체도 생각보다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동양란 종류도 난초꾼들에 의해 무분별적인 채집이 이루어졌었죠. 야생에서 채집한 걸 보통 야생에서 채집한 걸 산채품이라고 하며, 조직배양된 것보다 산채품이 건강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간혹 있습니다. 다행히도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애호가들이 많고 인공번식이나 교배종 등 자연 개체군에 피해를 주지 않은 방식으로 난초를 구할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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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렵 개체 칼라블랙키를 판매하는 사진과 드레스러리 밀렵을 고발하는 글)

안스리움. 2022년즈음에 유명 농장 에콰제네라에서 안스리움 파필릴라미넘과 드레스러리에 대해 대규모 밀렵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밀렵된 구나 얄라 파필릴라미넘을 유통하던 유명한 업체인 에콰제네라는 이후 이를 시인하고 해당 개체들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물론 이후에 칼라블랙키, 드레스러리 등 몇몇 종의 밀렵 개체가 유통되기도 하였으며, 이를 막기 위해 BVEP같은 신종은 아예 자생지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안스리움 자체는 야생 개체의 장점이 적으나 수요가 꽤 많기도 하고 무분별한 채집이 자주 이루어지고 자주 유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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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국립공원에서 두들레야 수천 그루를 불법 채취하다 적발된 한국인 2명. 나라 망신입니다)

다육식물. 이것도 유명합니다. 2020년~2022년 사이에 한국인이 자생지의 두들레야를 채취하다 걸린 사례가 꽤 있었으며, 개중에는 무려 3700개 가량의 두들레야를 밀렵하여 수출하려다 걸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두들레야 뿐만이 아니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식물을 밀렵하다 적발된 사례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한국인이 야생 다육식물을 밀렵하다 걸린 사례가 많은 것을 들어 한국인을 배척하는 경향이 있는 곳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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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에서 밀렵되어 수출하려다 칠레 농무부에게 압수된 야생 코피아포아 선인장들.)

선인장. 역시 야생 개체가 자주 유통되는 편이나, 흔한 선인장류는 인공 번식이 쉽기 때문에 실생 개체를 구하기 쉽습니다. 위의 다육식물 밀렵 사례에서도 선인장류가 같이 유통되었다고 하며, 역사적으로 무분별한 채집이 많이 이루어진 종류입니다. 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정말 소수의 종도 있지만, 대부분의 선인장은 사이테스 1~2급에 등록되어 있으며 멸종위기종인 선인장도 많이 존재하고 그런 종이 야생 개체로 유통되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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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압수된 코노피튬 종류 식물들을 확인하는 모습)

리톱스. 리톱스 및 코노피튬도 야생 개체를 밀렵해서 유통하다 적발된 경우가 많고, 미국의 헌팅턴 식물원에서 이렇게 적발되어 압수된 개체들을 키우고 번식시키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인공적인 번식이 쉽고 이미 국내 리톱스 카페 등에서 야생 개체를 배척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전망이 희망적인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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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란 코로나리움을 채취한 밀렵꾼들이 페이스북에 직접 게시한 사진. 해당 지역에서 코로나리움은 법정보호종이다.)

고사리. 포자로 대량 번식이 가능하고 좋은 품종의 클론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크게 두드러지진 않지만 일부 박쥐란 등 야생에서 가져오는 고사리도 많습니다. 국내에 자생하는 고사리들은 굉장히 많이 채집되었고 이들 중 일부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경우도 있죠.

번식이 쉬운 것은 희망적이지만 야생 개체에 대한 경계가 적은 편입니다. 나무고사리류는 일부가 불법채집되고 가공되어 헤고판의 형태로 팔리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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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니아 페츄엘리가 나미비아의 밀렵꾼에게서 압수된 모습. 나미비아 고유종인 이 종은 상업적 채집 및 유통을 금지하고 있지만 일부 밀반출된 야생 개체가 국내에도 있다.)

괴근. 괴근이나 아프리카식물로 부르는 이 종류는 말할 것도 없이 제일 유명합니다. 매년 수천개의 괴근식물이 뿌리가 잘린 채 사방으로 유통되며, 한국에서는 이것에 대한 경각심이 매우 부족합니다. 밀수, 밀렵으로 유통되는 개체의 양도 굉장히 많은데다 이런 식물들이 자라는 나라는 개발도상국으로 밀렵과 밀수를 감독할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굉장히 암울합니다.

몇몇 검거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여전히 유통량은 많습니다. 부파네, 시포스템마등이 자생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남아프리카 공화국 고유종 650여종 160만그루 가량이 압수되었다고도 합니다. 밀반출에 성공한 개수를 고려하면 실제 불법채집량은 더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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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 산채꾼에게서 압수된 춘란 500여포기가 경찰서에 늘여놓아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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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한국에서 처음 발견된 섬진달래 자생지를 산채꾼들이 박살내놓은 사례도 있고, 심지어 다른 사람의 사유지나 국유지에서 야생화를 채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분별하게 멸종위기종을 채집하여 판매하는 경우도 허다했고, 돈이 되기 때문에 꽤 많은 양이 채집되어서 팔려나가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잘못된 야생화 채집이 자연적인 것으로 포장되어 야생화 채집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단순 관상 목적이 아니라 식용 목적으로  뿌리채로 채집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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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충식물. 과거에는 굉장히 많은 수가 밀렵되어 유통되었습니다. 다행히도 네펜데스의 경우 식물학자 로버트 캔틀리가 운영하는 보르네오엑소틱스 및 다른 농장들이 굳이 야생 개체를 안 사도 될 만큼 상당히 많은 양을 인공번식해서 풀고 있으며 다른 식충식물들은 인공번식이 쉬워 야생에서 채집하는 사례가 꽤 적습니다. 과거에는 파리지옥과 사라세니아, 네펜데스에 사이테스 2급을 부여한 그런 지독한 밀렵과 국제거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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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밀렵된 소철을 되찾아 온 모습. 이외의 야생 소철 불법 채집 사건에서 8년 징역을 받은 밀렵꾼도 있다. )

소철. 역사적으로 굉장히 많이 밀렵된 종류고 모든 종이 CITES 1~2급에 등록되었습니다. 자라는 속도와 야생 번식이 느리기 때문에 굉장히 비싸며, 이런 야생 개체들을 불법적으로 채집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심지어 야생이 아닌 식물원의 소철을 훔쳐가는 경우도 종종 존재합니다.

그리고 정글플랜츠나 기타 등등......대부분의 덩굴형 정글플랜츠는 굳이 채집을 나가는 것보다 그냥 잘라서 늘어놓고 번식시키는 게 훨씬 싸기 때문에 두드러지진 않지만, 덩굴로 자라지 않는 일부 희귀한 종류는 야생 채집 개체가 자주 유통됩니다. 자생지에서는 거래 및 채집 제한이 있기도 하고, 몇몇 종은 CITES 부속서에 등재되어 있기도 합니다. 브로멜리아드 중에 이런 불법 채집으로 고통받는 종이 많고 틸란드시아류도 꽤 인기있는 밀렵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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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스리움 Sp. nov "DF". 아마도 가장 올바르게 유통되는 야생 기반 개체일 것이다. 자생지를 모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야생 채집도 없고 수요는 많고 번식이 잘 되어서 환경에 영향 없는 야생 식물이 유통되는 사례.)

이런 야생 개체를 사는 사람들은 괜히 사는 게 아닙니다. 나름대로 장점이 있죠.

희소성

멸종위기종이거나 수가 적으며 야생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는 식물들은 희소 가치가 상당합니다. 특히 흔한 농장 개체가 아닌 야생에서 가져온 것이라면 더욱 희소성이 높아보이겠죠. 높은 가격과 희소성은 선망의 대상이 됩니다.

특이 취향

야생에서 자란 난초, 다육식물, 괴근 등은 야생에서 오랫동안 지낸 거친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보통 농장에서 키워낸것보다 상당히 크고, 바로 꽃을 피울 수 있는 크기가 많습니다. 사막에 사는 종류들이 오랫동안 사막에서 지내며 닳은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야생에서 지낸 오랜 시간을 화분에 담아 간직한다는 의미로 생각하는 사람도 종종 있고요.

희소종

신종의 경우 아직 인공번식되지 않아 야생 개체가 더 많이 유통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인공번식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종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야생 개체를 찾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 원하는 종이 있는데 그 종이 야생 개체밖에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강인함?

거친 야생에서 수십년 자란 식물들이 화분에서도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랄거라 예상하는 믿음이 있습니다. 동양란 애호가 중에 조직배양 난초를 거부하고 야생을 선호하는 이유에 조직배양 개체가 약하다는 이유도 있을 정도였죠.

저가

개발도상국에서 값싸게 채취된 야생 식물들은 인공번식된 식물에 비해 저렴하기도 합니다. 크기에 비해 가성비가 좋기도 하고 재배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종일 경우 값싸고 시간을 절약하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야생 개체가 꽤 좋아보입니다. 사는 사람도 이유가 있었죠. 그러나 수많은 곳의 식물 애호가들과 식물학자들이 야생 개체를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오히려, 전체 단점을 따져보면 단점이 더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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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밀렵 중 적발되어 압수된 클리비아 미라빌리스. 남아프리카 공화국 고유종인 클리비아 미라빌리스는 개체군이 적어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

희소성의 역설

역설적으로, 그 희소성이 야생 채집 개체의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자연에서 느리게 크고, 흔하게 자라지 않고, 번식이 느린 종이라면 야생에서 해당 종을 가져올때마다 야생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상업적으로 수많은 양을 채취하는 경우 멸종을 더 빠르게 앞당기죠. 희소하고 귀하기 때문에 야생에 둬야 하고, 야생에서 가져오면 큰 문제가 되는 겁니다.

대다수의 선인장, 괴근, 리톱스류, 소철 등 건조한 지역에 서식하거나 크게 자라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종류는 한 번 채취하면 복원이 힘듭니다. 야외에서 수십 년의 세월을 견뎌 얻은 크기기 때문에 다시 같은 자리에 같은 종의 씨앗이 내려앉아 자라려면 또 수십 년이 걸리죠. 채취는 어마어마하게 빠른데 복원은 턱없이 느립니다.

난초, 식충식물, 안스리움. 정글플랜츠 등 습한 곳에서 희귀하게 자라는 종류는 씨앗이 적거나 씨앗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밀렵꾼이 헤집어둔 환경에서는 씨앗이 발아하고 자라기 힘들어집니다. 이런 식물들은 적절한 환경에 군락을 이루어서 사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한 번 채취할 때마다 개체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게 됩니다.

난초나 고사리는 한 개체가 수많은 개체를 만들 가능성을 보유합니다. 다육식물, 괴근식물 종류는 꽃이 피는 크기까지 성장하는 것이 오래 걸리고 한 번 성체가 된 식물은 계속 꽃을 피우면서 오랫동안 씨앗을 퍼트릴 수 있죠. 야생화는 개체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씨앗을 만드는 개체가 굉장히 귀중합니다.  이런 식물들에게 야생 채집으로 개체수를 크게 줄이는 건 회복 불가능한 큰 피해며 직접적으로 멸종을 앞당기는 위기입니다. 희귀해서 더 채집하면 안 되는 겁니다.

더러움

자연에서 오래 지냈기 때문에 거칠지만, 동시에 더럽습니다. 야생 개체는 단순 씻겨져나가는 흙먼지 뿐이 아닌 병균,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독은 불가능합니다. 살아있는 사람의 내장을 일일히 씻어서 깨끗하게 만드는 게 불가능하듯 살아있는 야생 개체의 내부 균과 바이러스를 완전 박멸하는 건 어렵습니다. 바이러스의 경우 흙이나 물을 통해 쉽게 전파될 수 있고, 식물에 한 번 옮으면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야생 개체는 상당히 위험합니다. 직접 국내의 야생에서 가져온 경우 흙에 쥐며느리나 바퀴벌레 등 벌레가 따라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거기에 밀렵한 개체를 유통하기 위해 밀수했다면 검역조차 받지 않았기 때문에 질병과 해충의 위험성은 더 커집니다.

불법 유통의 가능성

야생 식물을 싸그리 뜯어가는 자연 파괴 행위를 두고 보는 나라는 별로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저런 대규모 야생 채집은 불법입니다. 물론 그걸 무시하고 버젓히 불법 밀렵을 행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런 밀렵꾼들을 통한 유통은 당연히 불법이라 수출 과정도 불법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에는 합법적으로 들어오더라도 원산지에서는 불법적으로 채집하여 위조한 검역증을 쓰는 경우가 있고, 아예 완전 밀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 희소한 식물이 자생하는 나라가 대개 개발도상국이라 이런 불법행위를 막기 쉽지도 않고, 외부인이 뇌물을 줘서 위조 검역증을 발급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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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의 재배자가 올린 실생 파키푸스. 야생 파키푸스는 뿌리를 크게 잘라서 들여오기 때문에 야생 파키푸스의 두꺼운 지하부를 본 이는 없을 것이다. 몇 년짜리 실생에서도 두껍게 자라는 뿌리를 모조리 잘라서 들어오는 야생 개체는 당연히 약할 수 밖에 없다.)

허약함

야생 식물이 극한 환경에서 잘 살아가는 이유는 환경에 적응했기 때문으로, 그 식물이 튼튼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해당 지역의 토양 환경, 햇빛, 바람, 균 및 주변 생물, 영양 상태 등 다양한 환경적 요소가 있지만 나머지는 다 재현해도 토양과 햇빛은 인공적인 재배 환경에서 일반적으로 제대로 맞춰주기 힘들기 때문에 옮겨진 식물은 다시 적응을 거쳐야 합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식물이 허약해지거나 죽는 건 일어나죠. 이렇게 환경이 급격하게 바뀌면 죽거나 볼품없어질 가능성이 높고 아예 적응조차 안 된 개체를 사면 비싼 값을 주고 사도 그냥 죽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야생 개체를 채집할때는 흙이나 나무에 붙어있던 뿌리를 끊고 상처를 내서 가져오기 때문에 초기 적응이 어려우며 적응한다고 해도 다시 야생같이 자라기 힘듭니다. 일부 난초나 안스리움같은 착생 식물은 뿌리가 없어도 살아남을 수는 있지만 원래의 크기만큼 자라기 힘듭니다. 괴근이나 야생화같이 뿌리를 깊게 내리거나 섬세한 뿌리를 가진 식물들은 다시 적응시키며 뿌리를 내는 과정이 필수인데, 어떻게 잠깐동안 살아남는다고 해도 원래 식물에게 필요한 만큼의 뿌리를 내기는 어려워서 장기적인 재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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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야생 개체를 구매하는 대다수의 사람은 이런 단점을 알지 못합니다. 식물은 직접 움직이고 고통을 느끼는 것으로 여겨지는 동물보다 윤리적으로 가벼운 것으로 여겨지고 동물같은 생물보다 "배경"에 가까운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죠. 저런 문제점을 알고도 구매하는 추악한 사람들도 종종 있습니다. 덕분에 야생 개체에 대한 수요는 아직도 줄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수요로 인해 밀렵과 불법적인 유통 또한 줄지 않습니다.

이런 불법적인 유통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마다가스카르입니다.

괴근이나 선인장, 유포르비아같은 일반 관상용 식물들 뿐만 아니라 약용식물, 목재 등이 불법 벌채되고 채집되어 세계 각지에 유통됩니다. 물론 마다가스카르 정부가 가만히 있진 않고, CITES 사무국이나 식물원 등과 협력하여 다양한 자연 보호 대책을 세웠죠. 대표적으로 이에 연관된 게 사이테스 수출 쿼터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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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테스 수출 쿼터라는 것은 CITES 부속서에 등재된 동식물들의 수출량을 책정하여 관리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CITES 2급(CITES 부속서 II에 등재된 종)에 해당하는 종부터 상업적 판매에 대한 제한을 겁니다. 사이테스 수출 쿼터제의 수출량은 각 나라의 동식물 개체군과 큰 환경 파괴 없이 채취할 수 있는 수를 고려해여 책정되며, 정해진 수출량 이하까지만 수출이 가능합니다. 또한 별다른 각주가 없다면 수출 쿼터는 기본적으로 야생 개체에 적용되죠. 수출량을 0으로 지정한 경우는 해당 종을 수출하지 말라는 뜻으로, 추가적으로 어떤 형태의 개체에 수출량 0이 적용된다는 각주가 붙습니다.

정상적인 야생 개체 수출이라면 특정 종의 지정된 수출 쿼터량 내에서 업체들이 수출량을 나눠받거나 일정량만큼 수출하게 됩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CITES 등록종의 야생 개체는 수출 쿼터조차 지정되지 않거나 0인 경우로, 수출이 허가되지 않았거나 야생 개체가 수출되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CITES 1급은 야생 개체 상업적 수출 금지)

구글에서 CITES export quota를 검색하면 나오는 사이테스 수출 쿼터 페이지에서 각 나라가 지정한 수출량 및 종별 수출량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마다가스카르가 개발도상국이며 인구에 비해 땅이 남한 면적의 5배 이상으로 워낙 넓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감시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사회 인식이 낮기 때문에 뇌물을 먹이거나 밀수출하거나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검역증을 위조하는 것이 굉장히 쉽고, 야생에 있는 식물을 뜯어오는 것도 굉장히 쉽습니다. 단순히 몇 개월 농장에서 키운 뒤에 인공 번식한 개체라고 수출 허가를 작성해서 수출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영국의 큐 가든과 협력한 TRAFFIC의 관상용이 아닌 약용 식물의 거래를 조사한기사에서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수출되는 약용 식물의 45%만이 합법적으로 유통되었다고 조사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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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실제 마다가스카르의 파키포디움속 야생 개체와 오퍼큐리카야속 야생 개체 등 다양한 식물의 허가된 수출량이 0이며 이후에 인공 번식 개체 위주의 수출이 기록되었음에도, 전세계에는 수천 개에서 수만 개에 달하는 마다가스카르산 야생 식물들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이렇게나 많은 양이 수출되는데도 정부 차원에서는 수출 쿼터를 통한 관리가 없다는 게 마다가스카르에서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는 식물 수출이 많다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마다가스카르가 저런 대량의 관상용 식물 수출을 합법적으로 하도록 허용했다면 분명 수출 쿼터를 지정했을테니까요. 여러 식물들에 분명한 수출 관리를 하는 마다가스카르 수출 쿼터 기록에서 이미 시장에서 대량으로 돌아다니고 있는 관상용 야생 식물 종의 수출 쿼터 기록이 없거나 0인 것은 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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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전체 수출 쿼터를 보여주는 링크가 있었는데 링크 있으면 잘려서 못가져옴.....)

2010년부터 2024년까지의 보고된 마다가스카르에서 수출된 오퍼큐리카야들의 CITES 국제 거래에 대한 데이터입니다. (해당 CITES Trade database 사이트를 이용하면 다양한 CITES 부속서 등재 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대해 볼 수 있습니다.)

맨 끝 열의 Source(사진에서 가려짐)는 개체의 출처를 나타내는데, A는 Artificially propagated, 인공 번식을 나타내고 W는 Wild taken을 나타냅니다.

전체 수량을 분석해보면 2010년대부터 2019년까지는 야생 출처의 개체가 큰 수를 차지하다가 2019년 이후부터는 야생 개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추측해보자면 2019년즈음에 마다가스카르가 로즈우드와 흑단 수출에 관련해서 큰 압박을 받았고 그 이후에 다양한 식물에 대한 거래를 강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직접적으로는 2019년에 오퍼큐리카야속의 몇몇 야생 개체에 대해 수출 쿼터를 0으로 지정한 게 크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러나 공식 거래 데이터에서 야생 파키푸스가 사라졌음에도 한국에는 야생 파키푸스가 지속적으로 수입되고 있습니다. 2026년 올해에도 수입되었다고 올라온 적이 있었죠. 곁다리에 가까운 문제지만 검역통계와 CITES 수출 데이터베이스의 어긋남도 있습니다.

최소한 불법적으로 채집된 개체를 농장 개체로 둔갑시켜 수출하는 상태인 것이며 최악의 경우 인공 번식 개체의 경우만 수출 허가를 발급하여 수출 허가증도 받지 못한 개체가 유통되는 상태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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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테스는 국제적으로 거래될 경우 멸종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큰 종에 대해 야생 개체군의 국제거래를 제한하는 협약인데, 대한민국 환경부는 이를 국제적 멸종위기종에 대한 보호로 이상하게 해석하여 사용한다. 또한 협약에서는 원칙적으로 대상 종의 국내 거래에 대한 제한이 없으나 국내에는 거래 제한을 둔다.)

그렇다면 이 식물들은 어떻게 한국에 "합법적" 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요?

그건 CITES 동식물 관리를 관할하는 대한민국의 환경부가 CITES 동식물 관리에 대해서 유럽은 제쳐두고 마다가스카르만도 못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 법률 및 규칙에 CITES 협약 자체의 몰이해가 드러나는 것은 물론이고, 동물 키우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문 인력이 부족하여 이미 탁상행정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서류 발급 및 관리나 등록 절차는 쓸데없이 까다롭게 만들어 법을 지키는 사람보다 지키지 않는 사람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놓고, 정작 밀수나 밀거래 관리는 전혀 못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말 어쩌다 수천마리를 밀수하는 걸 잡은 사례가 전부거든요. 소량에 대해서는 잡지도 못할 겁니다.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 의심되거나 확실히 문제가 있어도(CITES 1~2급 종의 무분별한 야생 개체 유통 등) 서류상으로 통과되기만 하면 상관 없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불법채집 식물들은 대개 산업 크기에 비해 감시가 힘들어 서류를 세탁하기 좋은 태국을 경유하기도 합니다. 주변국 상황이 나쁘고 국경이 복잡해서 밀수하기도 쉽고, 국제공항이 워낙 복잡하다보니 밀반출하기도 쉽습니다. 이렇게 각국에서 불법채집된 후 밀수되어 태국으로 향한 야생 개체들이 서류만 받은 채 들어오는 겁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서류만 있으면 문제를 제기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신분세탁된 개체를 걸러낼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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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세관과 검역본부도 공동책임이 있습니다. 세관은 기초적인 밀수를 잡는 걸 정말 못 합니다. 정말 대놓고 티내는 거 아니면 잡으려 들지도 않고, 태업이 잦습니다. 검역본부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여 제대로 된 종 동정을 못 하기 때문에 검역증의 식물 품목과 수입되는 실제 품목이 달라도 수입을 허가시켜주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이런 대한민국의 허점을 잘 활용해보면 애초에 밀수하고 SNS등에서 개인 메시지를 통한 밀거래(이 쪽은 완전 불법적)를 하거나, 마다가스카르의 판매자가 위조한 검역증을 들고 수입하려는 식물의 학명을 같은 속의 다른 CITES 미등록종으로 바꿔치기한 뒤 정식으로 수입할수도 있고, 아예 대놓고 CITES 등록종으로 수입했으나 환경부의 태업으로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애초에 CITES 2급 등록종은 국내에 유통될때도 양수양도 서류가 필요한데, 그걸 작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정말 간혹 가다가 양수양도 서류를 해주는 업체나 개인이 있긴 하지만 CITES 등록종인 식물들을 유통할 때 양수양도 서류는 자주 언급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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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가 상당히 유명하단거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칠레, 파나마, 에콰도르, 멕시코, 나미비아, 심지어 미국에서까지 불법적으로 채집한 식물을 수출하려다 걸린 사례가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800개 이상의 코피아포아 선인장 및 CITES 부속서 등록종 선인장들을 불법적으로 채집해 수입한 이탈리아의 식물 수집가 피옴베티의 집에서 선인장을 압수하는 사진입니다.

밀렵된 코피아포아 선인장들은 원산지인 칠레로 반환되었으며 피옴베티는 CITES 협약 관련 법률 위반으로 2만 5천 유로의 벌금에 추가로 선인장 보존 활동에 피해를 입힌 손해배상으로 2만 유로의 배상금을 지불했습니다. 식물을 같이 거래하던 마티아 크레센티니 등 동업자들도 이와 비슷한 상당한 벌금을 냈죠.

(copiapoa poaching이나 operation atakama라고 검색하면 해당 사건에 대한 기사를 볼 수 있다.)

불법적 유통과 함께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비윤리적/불법 행위의 미화입니다. 매력적인 야생 식물들이 자생하는 아메리카나 아프리카, 오래 전부터 환경 파괴를 저지른 유럽처럼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이 좋은 곳에서는 밀렵같은 야생 채집 행태를 비판하지만 유독 한중일, 태국 등 아시아권에서 이런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미화가 잘 일어납니다.  한국에서 야생화 채집, 난초 채집은 오래전부터 자연주의적인 삶으로 동경되어왔고 최근의 괴근, 선인장, 야생 난초, 야생 박쥐란 등은 새로운 세대의 젊은 취미로 미화되어 왔습니다. 매력적인 면만 언급하며 그 취미의 어두운 면은 빼먹은 채로요. 이들이 자신의 취미가 별 문제 없거나 도움이 된다거나 나 하나쯤은 괜찮다는 뒤틀린 인식을 가지며 뒤틀린 인식을 퍼트리는 것도 큰 문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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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테라 알보는 식테크 열풍 속 가장 핫한 식물이었다. 그러나 번식이 쉬웠기 때문에 잎 1장당 50만원을 넘던 것이 지금은 2만원 이내에서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나 2020년대 초의 코로나 시기 이후, 식물 취미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상승한 때에 큰 인기를 얻게 된 괴근식물 과 여러 희귀식물 취미가 특별히 문제입니다.

2020년대부터 시작된 식테크 열풍은 그 식물의 중요성과 가치보다 식물의 희소성과 금전적 가치를 보고 진입한 이들을 크게 늘렸습니다. 식물에 대한 논의는 가격 유지와 재판매 그리고 올바른 재베 및 번식으로 돈을 버는 방법에 집중되었죠. 식테크라는 말 자체가 식물+제태크라는 어휘였으니까요.

식테크 열풍으로부터 파생된 희귀식물 소비의 증가는 아름다움과 생명에 대한 가치를 일깨웠지만 동시에 희소성의 가치에 대한 선망을 증가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야생 식물은 특히 선망의 대상이 되어갔죠. 나만 가질 수 있는 특별함. 야생에서 수백년을 자란 식물을 소유하는 것. 남들이 안 보는 거칠고 풍화된 모습. 대량생산되는 식물과 다르게 사람이 하나하나 캐서 운반한 식물. 그 비싼 가치, 식물이 견뎌낸 시간, 나만의 아름다움이라는 게 굉장한 매력을 주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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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야생 개체들을 판매하는 벌크 마켓들. 대다수의 종은 합법적인 야생 채집 개체의 거래에 대한 기록이 없거나 부족하며 채집 허가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시장이 너무 급격히 성장했기 때문에 시장이 충분히 성숙해질 시간이 없었습니다. 다들 처음이기 때문에 올바른 정보가 돌아다니지 않았죠. 그리고 2020년대에 처음 야생 희귀식물을 키우기 시작한 이들은 야생 개체의 문제점에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그것보다는 떠오르는 유행이나 식물의 매력이나 일본에서 건너온 감각적인 특이 취미라는 점에 집중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런 "선구자들"의 말에 귀기울이고 반론을 제기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는 더욱 멀리 퍼져나갔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를 들자면 몬스테라 알보의 학명 표기법과 안스리움의 원종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함부로 남을 비판하거나 바로잡으려 들지 않는 한국 사회의 풍조도 이런 잘못된 정보를 강화시켰습니다.

이렇게 야생 개체의 문제점이 등한시되면서 야생 개체를 구매하는 이들의 환경 인식은 더욱 낮아졌습니다. CITES나 멸종 위기 등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거나, 단순히 희귀함의 증표로 여기는 경우도 많이 있었어요. 동시에 이런 식물 취미는 수많은 사람을 유입시켜서 상황을 더 악화시켰습니다. 유입된 사람들이 별 생각 하지 않고 야생 식물을 구매하며, 그 야생 식물의 장점만을 늘어놓는 행위가 지속되어 새로운 사람을 유입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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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식물 밀렵꾼은 많습니다. 수많은 열대 지방의 나라부터 유럽, 아메리카, 동아시아까지 퍼져 있죠. 일일히 전부 잡아낼수도 있지만 누군가 야생 개체를 원한다면 또 다시 식물을 불법적으로 채집하여 파는 사람은 생길 겁니다.

그렇기에 식물 밀렵과 밀렵꾼들을 막는 가장 효과가 확실한 방법은 야생 개체의 수요가 없어지는 겁니다. 야생 개체의 수요가 없어지면 불법적인 채집이 굳이 이루어질 일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이 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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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채취된 난초들은 꽃이 달려있거나 잎이 살아있어서 꽤 화사해보이지만, 이 수많은 난초들이 자연에 있을 때를 생각한다면 이것이 굉장히 끔찍한 광경임을 알 수 있다.)

야생 식물을 사지 맙시다

무분별하게 채집된 수많은 야생 개체들을 사지 맙시다. 특히 멸종위기종이나 희소한 식물이라면 더더욱 야생 개체를 사지 말아야 합니다. 최소한 식물원이나 농장에서 번식된 조직배양 개체, 씨들링, 삽목개체 등 번식된 것을 삽시다. 올바르게 인공적으로 번식된 개체는 야생 개체보다 법적/윤리적 책임이 덜하고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으며 해충이 적고 뿌리가 건강하게 살아있기 때문에 야생 개체보다 훨씬 튼튼합니다. 또는 씨앗을 수입할수도 있습니다. 씨앗에 대해서는 수출 제한이 크게 줄기 때문입니다.

만약 정말로 야생 개체를 사야 할 상황이 있다면 그것이 자생지에서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소량 채집되었으며 올바른 과정을 거쳐 채집되었다는 것을 확인하도록 합시다.

단, 어느 경우에도 사이테스 1급의 야생 개체는 사지 맙시다. 그런 게 유통되는 것 자체가 사이테스 협약의 중대한 위반이며 잠재적인 국내법 위반입니다.

밀렵된 식물들을 버리거나 바로 원산지로 돌려보내라는 건 아닙니다. 운송 과정에 수많은 피해를 입은 야생 식물은 다시 같은 자리에 이식하더라도 적응하지 못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것은 앞으로 더 사지 않는 것입니다. 기존에 있는 개체들은 잘 키우면서 씨앗을 채종하거나 삽목을 하거나 영양번식을 하는 등 인공적으로 개체수를 늘려서 야생 개체의 수요가 줄게 하면 됩니다.

+와일드, wc, 야생 개체, 채집, 산채품 등 야생 개체임을 명시한 경우나 채집된 산지를 밝히는 경우 대부분 야생 개체이므로 주의.

야생 개체임을 굳이 명시하지 않더라도 가시나 표면 부분이 닳아있고 농장에서 키운 것 치고 비정상적으로 크며 크기에 비해 뿌리가 작게 잘려있고 상처가 많이 있는 개체라면 야생 개체임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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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식물 밀렵꾼 김병수는 식물 불법채취 및 밀수 혐의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애서 징역 1년, 미국에서 징역 2년을 복역했다.  물론 그것으로 혐의가 끝난 게 아니라 국외 도주 혐의에 대한 추가적인 기소가 있었다. 현재 근황은 알 수 없음.)

야생 식물을 직접 채취하지 맙시다

해외에 나가서 야생 식물을 채취해서 가져가는 건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불법입니다. 해당 국가에 허가받지 않으면 밀렵이고, 벌금형에 처해지거나 며칠 구금되고 심하면 감옥에 갈 수도 있습니다. 국내도 마찬가지로 국유지에서 채취하면 산림법 위반, 허가받지 않은 타인의 사유지에서 채집하면 절도, 사유지 침입입니다. 법정보호종은 특히 더 주의해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해당 국가 정부의 허가를 받은 게 아닌 이상 절대 채집하지 말고, 국내에서도 법정보호종이 아닌 종을 자신 또는 허가받은 타인의 사유지에서 채집하도록 합시다.

추가로, 만약 합법적으로 채집하더라도 그걸 직접 판매하는 행위는 절대로 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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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의 한 유저가 올린 15년 키운 파키포디움 로즐라텀 아종 그락실리우스. 저장해뒀다가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 자주 보여주는 사진이다.)

키우려는 식물에 대한 정보를 알아둡시다.

어디서 어떻게 수입되는 식물인지, 원산지가 어디인지, 멸종위기인지 아닌지, CITES 등록종인지, 여러 가지 정보를 알아두면 좋습니다.

야생 개체가 아니거나 너무 흔한 식물이면 상관없지만, 비싸거나 야생에서 온 식물이면 제대로 알아둬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추가로, 정말 너무 사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야생 개체를 살 때는 그 개체가 합법적으로 채집되고 유통된 개체인지 확인받아두기 바랍니다.

자신이 살 예정이거나 이미 구매한 물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는 것은 기본적인 소비자의 권리입니다. 오늘날의 다른 상품들도 윤리적 이유로 구매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불법적인 상품은 애초에 사면 안 되니 야생 개체에 대한 정보는 물품의 선택에 있어 필요한 정보라고 볼 수 있고, 이것은 소비자의 알 권리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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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에서 키웠다고 주장하는 파키포디움 로즐라텀 아종 그락실리우스. 가시가 심하게 닳아 있고 표면이 거칠며 줄기 두께에 비해 곁가지가 자라지 못하여 상대적으로 얇다.)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합시다

아직 야생 개체가 무슨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왜 구매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길도 그리 많지 않고 무엇보다 판매자들은 이런 정보를 잘 알려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을 통해 올바른 정보가 퍼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행동이 환경 파괴를 일으키며, 좋아하는 식물의 직접적인 멸종을 앞당긴다는 것을 알고 그런 이야기를 주변 사람에게 전할 수 있다면 조금이나마 환경 파괴를 덜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듣지 않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글 쓰는 제가 뭐 되는 사람도 아니고, 안 보거나 무시하면 그만이거든요. 그렇지만 자신이 가진 식물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무시하는 상태에서 스스로를 식물 애호가, 플랜트 매니아라고 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알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알지 않으려는 거라면, 스스로 식물을 사랑한다거나 자연을 좋아한다거나 환경 보호에 신경쓴다는 말을 할 자격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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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파이퍼 실버티쿰? 대만에서 자생하는 종으로 후추속인 것은 거의 확실하나 유사한 종이 많기 때문에 자세한 종은 알기 어렵다. 야생의 상태도 상당히 아름답다.)

자연에서 예쁜 꽃을 피우는 난초를 좋아하면서 난초 자생지를 파괴하고,
아름다운 잎을 가진 안스리움을 좋아하면서 잔뜩 찢어지고 옅은 잎을 가진 밀렵 안스리움을 사며,
다육식물과 선인장을 좋아하면서 집에서 키우기 위해 자연의 다육식물을 없애고,
괴근의 야생성을 좋아하면서 괴근이 다시는 야생에서 보일 수 없게 만들고,
우리 고유의 야생화를 좋아하면서 동시에 우리 고유의 환경에 절대 예전같지 못하게 만드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무분별한 야생 개체의 채집과 거래는 자연을 직접 파괴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물들이 대가 끊기고 멸종되어 다시는 자연에서 볼 수 없게 만듭니다. 물론 자연의 멋을 잠깐은 화분에서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뿌리를 끊고 가지를 자르고 칼로 상처내어 들여놓은 아름다움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빼앗은 아름다움일 뿐입니다.

이런 행동은 과거 한국인들을 해외 커뮤니티에서 욕먹게 만든 밀렵, 밀수의 반복입니다. 과거의 문제점을 고치기는 커녕 새로운 형태로 발전시켜 답습하는 것이죠. 옳은 일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는 생각을 바꿔나가고 자신의 취미가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