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글 쓰는 사람이고, 클리셰를 따르는 게 나쁜 거라고는 생각 안 해. 클리셰가 클리셰인 이유는 그만큼 검증되었다는 의미니까. 예를 들어서... 영화나 소설에서 어떤 조연 캐릭터가 나온다 쳐. 스토리 상 죽기로 예정되어 있고. 그런데 그 죽음이 슬프거나 안타깝게 느껴지려면 그 조연이 매력적이고, 또한 주인공들과 우호적으로 엮이는 장면이 앞서서 나와줘야 하거든. 전쟁영화에서 숱하게 나온 "이 전쟁이 끝나면 고향의 그녀와 결혼할 거야" 같은 소리를 한, 주인공과 친하던 고참병이 다음 번 전투에서 끔살당하는 상황. 지겹게 봤지? 근데 그게 지겨운 이유는 그러한 일련의 상황 설정 자체가 너무 많이 쓰여서 도식화되었기 때문이지, 앞서 나온 '그 죽음이 슬프거나 안타깝게 느껴지려면~' 이라는 요구조건을 충족시키는 장면이 있긴 있어야 한다는 건 여전히 사실이거든. 이입할 만한 건덕지가 있어야 그걸 상실했을 때 임팩트가 있으니. 이러한 전제를 유지하며, 그런 개별적인 상황 설정을 독창적으로 잘 하는 작가가 뛰어난 작가인 거고.
다만 지금 밑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PC의 수준을 넘어서 플레이어의 멘탈을 직접 조지는 마스터링의 경우는... 나도 이해는 함. 나 자신도 글을 쓰니까. 하지만 난 그런 텔러를 만나고서 멘탈이 완전히 아작이 난 적이 있고, 나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결심했음. 마침 그 무렵 합의에 의한 플레이를 접하게 되었고.
하지만 나 역시 그 전까지는 마스터링을 할 때 그 정도로 극단적인 레벨까지만 가지 않았을 뿐 '임팩트 있는 반전을 위해서 필요한 이벤트'를 설정해두고 그 수단으로서 플레이어(캐릭터의 레벨을 넘어서)가 애착을 갖는 대상을 박탈하거나, 박탈할 것임을 시사하며 이야기 자체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트는 시도를 여러 번 했었단 말야. 그래서 '시발 나새끼도 그런 거 극혐하면서도 별 차이 없었구나' 싶어서... 합의에 의한 플레이를 배울 기회를 찾아 다녔음. 근데 버릇이 하루 아침에 없어지는 게 아니더라고-_-
계속 머리 속으로 '전처럼 하면 안 돼'라고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반대로 소심해지고, 하나부터 열 하나까지 계속 신경쓰고 주의를 기울이다 보니 스트레스가 굉장히 많이 쌓이더라고. 합의에 의한 플레이도 꽤 테크닉이 필요한 플레이 방식이기도 하고. 어찌저찌 좋은 팀을 만나긴 했는데, 이번에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하다 보면 나아지기야 하겠지만, 그 때까지 팀원들이 기다려줄까?' '나아지려면 앞으로도 몇 번이나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할 텐데 언제까지고 팀원들한테 노잼 마스터링을 참으라고 할 수는 없잖아' 그런 자괴감도 들고, 마침 당시 바쁘기도 했고... 그래서 바빠서 앞으로 플레이 참가하기 어려울 거 같다고 하곤 팀에서 나왔음.
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