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서는 자리 잡고 살아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뭐, 거기도 사람 사는 데라 크게 다를 것 같지도 않아요) 한국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망을 통해 이익을 얻어내려고 하는 인맥 관리는 대단히 대중적인 사회적 기술이란 말이죠? 이 주제로 제가 알기로만 수십권이 넘는 책이 나왔고, 술자리, 회식에서 각종 경조사 같은 사회적 행사나 전화, 이메일, SNS까지 수 많은 도구들이 이 목적을 위해 사용되고 있어요. 이에 대해서 얼마간의 비판이 일어나는 지점도 있지만, 그런 인맥관리 자체가 부도덕한 행위라는 대중적 지탄을 받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요.

 

그렇다면, 흔히 여왕벌이라고 하는 행태는 말하자면... 어떤 여성이 자신의 여성성을 도구로 다수의 남성들에게 영향을 끼치면서 그 영향 범위 내에서 이득을 얻는 행위를 말하는 것일 텐데, 뭐 그런 경우도 있겠죠. 근데, 그게 뭐 어쨌다는 겁니까? 어차피 우리 사회에서 인간관계망에서 이득을 얻어내는 게 딱히 부도덕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도 않잖아요? 근데 그런 무수한 인간관계 중에서 유독 여성 하나와 그 주변을 둘러싼 다수의 남성간의 관계만 '여왕벌' 문제라고 특정해서 문제시할 이유가 있습니까?

 

결국, 제가 보기에는 여왕벌이라는 개념 자체가 철저한 남녀차별적 발상 없이는 탄생할 수 없고, 성 차별에 대해 위험할 정도로 둔감하지 않고서는 사용할 수도 없는 표현으로 보인다 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