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설프게나마 단편소설 쓰면서, 그리고 초심자로나마 ORPG 해 보면서 느낀 건데,


결국 인물이 행동하기 위해서는 극중 세계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제약이 필요해.

이런 행동은 이 세계에서는 불가능하니, 대신 이 설정을 이용해 이렇게 하자. 그런 판단을 내릴 근거.



그리고 역사적 고증 내지는 개연성을 따지고 드는 건 그런 스토리의 소재를 얻기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임.

모험가 길드가 있다면 당연히 모험가 길드가 처해 있는 외교적 상황이 있을 거고.

그렇다면 그걸 중심으로, 모험가 길드가 황제파와 교황파 중 어디에 설지, 닥친 자금난을 어떻게 해결할 건지,

차기 길드장을 뽑는 권력 암투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 건지... 같은 이야기를 할 여지가 생기는 거고.



바꿔 말하자면, 도심에 들어갈 일이라고는 일절 없는 모험가들의 이야기라면 이런 논의는 하이고 의미없다.

그냥 '아무튼 길드가 우리 신원을 보증해 줬답니다' 하고 넘겨 버리면 될 이야기임.

대신 이런 세계관이라면, 작가 내지는 마스터는 이 세계의 산길의 구성, 도로의 포장상태,

물류 운송의 루트와 튜튼 기사단의 동방식민운동의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설정을 잡아 놔야겠지.




그니까 이런 논의는 유용하다고 생각함.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 그걸 위해서는 어떤 세계를 만들어야 하는가?

거기에 대해서 숙고하면 할수록 이야기의 방향성은 구체적이게 되는 거니까.




다만, 솔직히 지금 들어서 보자면 이런 유사 중세 판타지에 대한 논의는 솔직히 실컷 한 거 같은데

이제 대체 뭘 더 참신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은 솔직히 한다.


이미 일본만화 업계에서는 이걸 가지고 유사 위저드리 풍 이세계 코미디라는, 뇌절을 넘어 명절날 큰절까지 간 장르도 있고.


그리고 경험상, 그리 개성 넘치는 걸 노린 것도 아니고 그냥 좀 분위기만 잡으려고

유럽이 로마 만신전을 그대로 이었고, 중동권이 네스토리우스교로 통일된 대체역사 판타지 단편 같은 걸 끼적여 본 적 있는데



대부분 힙스터 취급하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