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세 판타지 세계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 건지, 도저히 큰 그림이 안 그려진다는 사실이다.
나는 친구한테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를 읽으면서, 첩보물의 세계를 대충은 이해했음.
그리고 '빅 슬립', '안녕 내 사랑', '리틀 시스터'를 읽으면서 하드보일드 탐정물의 세계도 대충은 이해했고.
금서목록이랑 월희를 보면서 현대 전기물 판타지가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굴러가는지도 대충 느꼈고
순정만화와 히토미를 통해서 인싸들의 연애 이야기도 어떤 식인지 대충 알았다.
막줄은 농담이여.
물론 내가 첩보전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냐면 그건 아닐 거임. 탐정 사무소를 연다면 아주 처참하게 망하겠지.
하지만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현실의 나보다는 똑똑해 보이겠지', '대충 이런 일들이 앞으로 벌어지겠지' 같은 생각은 할 수 있어.
흔히 이걸 장르문법이라고 하지? 하드보일드 세계의 경찰들은 전부 폭력적이고, 의뢰인들은 죄다 비밀을 숨기고 있고.
첩보물의 세계에서는 숨통을 조여오는 배신과 기만의 정서가 가득하고. 그런 분위기, 논리 같은 거.
내가 이 장르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아, 이런 느낌이지'라고 맞춰 주는 건 가능하다는 이야기.
근데, 유사 중세 판타지에 대해서라면 내가 그런 느낌을 전혀 못 받는다.
대체 이 사람들은 뭘 먹고 사는 거지? 어떻게 연애를 하지? 하루하루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하늘을 바라볼까?
싸움에 임할 때는? 물건을 흥정할 때는? 정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를 내릴까? 전쟁을 앞두고 어떻게 대비할까?
당장 내일, 힉스 장이 무너져 내리거나 기묘체가 지구를 뒤덮거나,
혹은 더 판타지적으로 - 천사가 일곱 인을 떼기 시작할 수도 있는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건, 대체 어떤 거지???
난 역사 지식이 일천하다. 내 지식은 나무위키 범위 이하야. 그게 잘못이라고까지는 생각하기 싫어.
그리고 갤에서도 누가 지적한 거지만, 나무위키 범위의 지식을 가진 사람은 역사 속에서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했는지,
어떤 걸 할 수 있었고 어떤 걸 할 수 없었는지, 그래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자력으로 가늠할 수 없어.
근데, 소설을 쓰건 RPG를 하건, 나는 실제로 그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행동해야 한다고!
심지어 여기다가 실제 역사와도 다른, 마법이라는 특별한 기술적 기반을 갖추고 있는 사회상을 그려 보라고 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상식에 비추어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따져 보고자 하는 부질없는 시도밖에 없어.
인류 역사상에서 이런 기술이 확보되었던 건 언제였지? 그렇다면 사회 양상도 그 때와 비슷해야 하나?
인류 역사상에서 이런 위기가 도래했던 건 언제였지? 그렇다면 군사 제도도 그 때와 비슷해야 하나?
이런 것이 가능하다면, 기술적으로 이렇게 응용할 여지가 없나? 이 기술은 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나?
그리고 이건 나름 재미있는 유희고, 이렇게 머리 굴리는 게 그다지 힘들지는 않아.
가끔 내 발상이 도를 넘어서 욕을 먹는 경우도 있긴 한데... 그건 내가 입을 열면 보통 욕을 먹으니 뭐.
근데, 다른 사람들이 지적한 대로, 이건 그냥 파편화된 설정 더미를 만들어내는 것일 뿐이잖아.
그래서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은 좋은 책을 읽어서 이런 문제에 대해 확고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건가?
내가 '유사 중세 판타지'의 장르문법, 정서를 캐치하지 못한 건 내 독서량의 부족 때문인가?
아니면 그냥 내가 힙스터 성격 때문에, 댄디 공식 세계관과 같은 주류 유사 중세 판타지의 정서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하고 있는 건가?
턀갤에서 흔히들 그런 말을 하더라고, '취향 맞는 사람이랑 팀을 짜야 한다'고 말야.
근데 나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되게 놀란다.
나 살면서 나랑 취향 맞는 사람 딱 한 명 만났는데,
이 놈하고도 취향을 맞추려고 3년 동안 달마다 영화 한 편씩 같이 보면서 서로의 취향을 '교정'하는 짓거리를 해서 겨우 가능했고
그동안 나랑 그놈은 게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주변에서 받아야 했다.
대체 어떻게, '유사 중세 판타지'의 심상을 맞추는 거야?
병인듯
나도 그래서 판타지를 잘 못돌리겠더라 - dc App
그와 별개로 나는 아조시가 말하는 방법만 좀 다듬으면 꽤나 흥미로운 발상을 하는 재밌는 플레이어라고 생각했는데 - dc App
댄디 삼신기를 보면 해결되려나?
ㅇㅇ 그런 이유로 댄디 삼신기 이번에 지른 거 맞음. 근데 비싸다... 플레이 할 수 있을 거 같지도 않은데 출혈이 너무 큰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다가도 가끔 들어 ㅋㅋㅋㅋ
판타지는 말그대로 판타지야. 그냥 판타지라는 장르 자체가 작가꼴리는대로 설정되고 그럴듯하기만 하면 됨.
일단 네가 말하는 유사 중세 판타지의 범주가 어떻게되는지 모르겠어
그치만 중세 사람들의 생활양식이나 사고방식같은 건 전문서적이나 소설을 보면 잘 나와있다.
고증 잘 지켰다는 평가가 있는 소설
바우돌리노같은 거 읽어보샘.
일단 지금 움베르트 에코의 중세 읽다가 빡쳐서 철학/미학 관련 파트는 다 제끼고 읽는 중이다. 근데, 안 그려져... 좀 웃긴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소설 쓰다가 갤에 '여러분 중세에 불륜이 일어나면 대체 어떻게 만나서, 어디서 그걸 했을까요????'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나 스스로도 대체 이딴 거에 시비를 트는 놈이 있을까 싶은 부분임에도 불구, 내 자력으로는 '나라면 이렇게 했겠지'가 전혀 생각나지 않았거든. 그런 느낌임. 가죽만 있고 그 안에 차 있을 사람의 살이 느껴지지 않아.
마굿간 짚단이 핫플레이스였다더라
취향을 맞추려고 3년 동안 달마다 영화 한 편씩 같이 보면서 서로의 취향을 '교정' 뭐? 게이가 아니라고??
저어는 고딩 때 멀쩡히 여친도 있었습니다. 게이는 아니고, 약간 유비와 제갈량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설명해놓고 보니 씹게이네 ㅅㅂ
유비와 제갈량이면 게이 맞지 솔직히 -봄베이는 맛난 술이라니까
장르 문법은 이고깽 소설을 보시오. 고전 중에서 찾으라면 슬레이어즈 정도. 생활상이 중요한게 아니야. 영웅이 밥먹고 똥싸고 이런거 안 따진다고. 어차피 우리가 중세판타지가 아니라 1900초 시기로만 가도 이상한 사고관을 가진 사람임. 적당히 분위기만 내면 됨.
제로의 사역마는 7만명이랑 싸우고 오는 데까지는 봤을걸.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한데... 근데 아무튼, '이 인물의 행동은 이런 배경에서 이루어졌구나, 이 시대의 정서는 이런 것이구나...'하는 걸 느끼지는 못했음. 반지의 제왕이나 다른 판타지를 읽으면서 느낀 '신비스러운' 정서 자체는 있는데, 이건 D&D 분위기랑은 뭔가 다른 거 같고...
이쯤 되면 병인데 - dc App
나도 비슷함. 근데 중세 역사나 생활상책같은거많이 보니까 역덕인점도있고.. 판타지는 별론데 중세가좋음 - dc App
히익... 히토미... 꺼라... -봄베이는 맛난 술이라니까
근데 그거하고 별개로, 판타지 장르에서 진지하게 글을 쓰려고 하면 생각한 문제부터 생각나는거 맞음. -봄베이는 맛난 술이라니까
솔직히 판타지는 '중세'라고 대충 그 분위기가 정해져 있으니까, 아예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을 쓰는 식으로 기존의 규범이 무너진 시대가 배경이면 몰라도 기존의 규범이 어느 정도 살아있는 시대가 배경이면 좀 그런게 있음. -봄베이는 맛난 술이라니까
물론 실제의 중세와는 일만 광년쯤 떨어져 있지만, 통념상의 중세로 정해져 있잖아 -봄베이는 맛난 술이라니까
이건 진짜 병이다 문제 있다
님진게?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