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TR판으로 인도한 자는 평범한 보드게임러이자 와우저인 중학교 동창이었고

피끓던 청춘, 소중한 젊은시절을 이 취미에 낭비하게 되었으나

여느 놈들과 마찬가지로 이 새끼는 마스터링은 잘 돌려주지 않았다... 씨발..

자연스럽게 내 플레이는 내가 찾아야 했고.

정신차리고 보니 마스터가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시간은 지나 2012년..

제대로 장편플레이를 해본 것도 오래전이거니와.

그 당시가 더워서 뒤질거같던 즈음이란 것밖에 기억은 안나지만

첫째로, 어찌 되었건 나는 당시 플레이와 마스터링에 매우 목말라있었고.

둘째로는 지금까지 겪어왔던 시행착오들을 되새기며 구인을 완벽히 성공해보고 싶었다.


평소 친하던 D&D 플레이에서 만난 분과, 잘 알던 분 몇분과 플레이를 하는 방안도 있었지만

대부분 군대를 가시면서 주변 구인풀이 빵꾸가 났다.

때문에 도움 구할 곳 없이 맨땅에 헤딩하게 된 상태였지만 단편 구인부터 해보기로 했다.


그 구인 조건은 성인일 것, 시간여유가 있는지였고.

당연하지만 그 사람이 괜찮은 경우에 장기플레이로 납치할 생각이기에 내걸은 조건이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내가 정상적인 팀원 3인을 모으기까지의 이야기이다....







단편 구인으로 온 분들은 당연하지만 전부 첫인상은 괜찮았다. 첫인상은.

그대로 그 사람들을 데려가 장편을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면접도 보고 질문도 받고 하다보면 대부분 그 생각은 깨지게 마련이다.


위에도 썼지만 나는 장편플레이가 가능한 인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단편 구인때마다 일부러 시작시간을 저녁 7시로 빠듯하게 잡았다.

시간이 없는 학생이나 직장으로 늦는 사람들이 플레이 시간에 턱걸이로 도착해

식사도 못하고 씻지도 못하고 플레이하는 걸 바라지 않았을 뿐더러, 그런 플레이어를 실제로도 만났기에

그런 빡빡한 스케쥴의 참여자들은 장기플레이 참여에 부적합하다는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1. 아르

그 놈은 처음부터 묘한 새끼였다.

구인글을 보고 가장 처음 찾아온 놈은 빌런이었다.

면접을 위해 스카이프로 부르니 말한 시간보다 1시간 일찍 와서 그 동안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던 그는

정작 약속한 시간에 면접을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던지자 그는 대뜸 7시 시작은 무리라고 첫마디를 꺼냈다.

이유를 물으니 자기에게 알바가 있어서 7시에는 플레이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 시발놈아 그럼 여기 왜 왔냐? 라는 요지를 완곡하게 표현해 말해주니 그는

무슨 플레이를 7시에 하냐, 8시가 적당하다. 8시로 하자. 라며 자기 시간사정을 내게 강요했다.

당연하게도 그는 신속하게 쫒겨났지만 그 또라이새끼는 단편플레이에 뭔 면접까지 하냐며 욕질도 했다.


첫 빌런, 아르바를 만나고, 구인이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이후로 찾아온 사람들은 괜찮았다.

빌런들을 걸러내기 위해 단편을 몇번 마스터링하는 것이 피곤한 일이기는 했지만

즐거워서 하는 취미이니만큼 재밌었기에 그게 피로로 다가오긴 않았다.

순조롭게 추후 장기플레이 팀을 위한 포석을 다져가던 나는 첫 단편에서 W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2. W

W는 이 취미가 처음이었지만 모범적인 RPG플레이어였다.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당시 내가 구인하던 룰이 3.5였다는 것인데

웃기게도 당시에 나도 그게 문제라는 걸 몰랐고, W는 데이터룰이 뭔지도 모르고 참여한 뉴비였다.

처음하는 사람한테 3.5 알려준 것도 웃기지만 알아야 할게 많고 어렵다면서 순식간에 잘 적응한 W는

단편에서도 잘 플레이해주었기에 플레이가 끝나자마자 나는 그에게 러브콜을 넣었다.


아직도 이 친구와는 오래도록 함께해오고 있는데, W의 RP에 특징이 있다면 보면 힐링이 된다는 점이 있다.

순박한 시골 처녀를 보는 듯한 부드러운 마음씨가 RP에서 우러나오는데

암걸려가며 플레이하다가도 W와 플레이하다보면 마음에 평안이 온다.



3. 댄저씨

단편 두번째 구인에서 만난 이 자는, 3.5 고인물이었다.

알피지 오래 한 녀석이 왜 빌런이냐. RPG에 실력이라는 말이 이상할 수 있지만

이 사람은 RPG를 오래 해왔음에도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처럼 플레이했다.


댄저씨는 두번째 플레이에서 3.5에 대한 기초지식을 바탕으로 플레이를 그냥저냥 잘 해주었기에

세번째 단편에서도 함께 플레이하게 되었지만, 그는 룰을 잘 몰랐다.

물론 나는 그가 룰을 모른다고 어이없어하긴 했지만, 그게 결격점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더 지켜본 결과 이 댄저씨가 3.5를 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

팀원 간 대화와 마스터간의 대화에서 빌런의 끼를 심하게 드러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이 3.5 댄저씨가, 평판이 나빠서 여러번 튕겨다녔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그가 왜 댄저씨인데도 소속된 팀도 없이 내 단편에 참여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었고, 이후론 그를 초청하지 않았다.


직접 댄저씨의 아이디를 언급하긴 그렇지만, 티알피지 갤러리 과거 로그를 뒤지면

이새끼 닉네임이 빌런의 명사로 최근까지도 검색된다는 것만 말해둔다.


4. ㅈㅇ

ㅈㅇ는 단편에 들어오자마자 귀쟁이를 한다고 했다.

놀라운 지식과 RP력을 선보이던 ㅈㅇ는 씹인싸새끼였고. 늘 유쾌했다.

플레이 도중에 뜬금없이 미친소리를 던져서 팀을 뜬금없이 현웃터지게 하던 ㅈㅇ는 '얄미운 캐릭터' 연기를 정말 잘했고,

의도는 아니겠지만 늘 나나 다른 플레이어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인싸새끼라그런지 그런 것들이 불쾌하진 않았고, 시나리오 상 당해주는 역활도 싫은 티내지 않고 잘 연기해줬다.


웃으면서 사람들 칼로 찌르고 다니는걸 재밌어하는 놈이어서 당시로 치면 얘도 빌런에 가까웠지만

내가 ㅈㅇ를 팀에 넣은건 얘를 넣어도 괜찮다는 확신이 들어서였다.

성격이 좋고 능글맞은 ㅈㅇ라 갑자기 미친소리&미친짓해도 그게 불쾌하지 않고 유쾌했다는게 빌런과 ㅈㅇ의 차이였다.


5. 섹무새

섹무새는 ㅈㅇ와는 정반대 케이스라고 해도 무방했다.

아싸끼를 드러내던 이친구는 말이 무척 많았다. 플레이 중에도, 플레이 전에도 잡스런 이야기를 무척 많이 말했고

저 혼자 넋두리를 늘어놓는 것들은 대부분이 반응해주기 애매한 주제거나 잘 모르는 이야기였다.

기억에서 지워버린 이 친구 RP를 되새겨보자면, 플레이 내에서도 섹무새 끼를 드러냈던것도 같다.


단편 참여자들 중 딱히 빌런끼를 보이지 않은 분들은 장편에 초대를 하지 않았을 뿐이고

개중엔 장편에 초대드렸음에도 정중하게 거절하신 분도 있지만 이 섹무새는 장편한다는 걸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질척하게 달라붙어서 자신을 장편에 참여시켜달라고 연락을 보내왔었다.

당연히 난 거절했다.



6. 불꽃효자

나는 TRPG를 잘 하는 사람을 찾았던 게 아니었다. 지금도 함께 플레이돌리고 있는 W와 ㅈㅇ 역시

처음에는 나나 그친구들이나 잘 못했지만 함께 오래 하다보니 합을 잘 맞추게 되었을 뿐이다.

나는 일반인, 평범한 플레이어를 찾았고, 이 불꽃효자분은 비교적 정상적인 분이었지만

후에 빌런이 되어 실망한 케이스다. 이 친구는 도의적으로 함께할 수가 없었던 친구였다.


추후에 장기 플레이까지 요청드려서 잠시 함께한 이분은 팀원과 사이도 좋았고 플레이도 잘 했다.

자료가 많고 참고해야 할 룰북도 많은 3.5인데 그런 부분도 잘 찾아왔기에 좋게 평가하고 있었던 불꽃효자는

장편플레이가 시작되자 조금씩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플레이 시간에 때맞춰 오지 못하거나, 플레이 중에 자주 딴짓을 하는 것을 내가 느끼게 된 것이다.

그 때마다 적절한 사유를 대거나 주의력 산만에 대해선 따로 뒤에서 불꽃효자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PL이 주의력이 흩어지는 것이 마스터인 내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넘어간 부분었으나. 그때까지는 이 친구를 믿고 있었다.


하지만 플레이가 점점 진행되어가면서 이 친구는 플레이 지각에 대해서 자신의 부모님과 관련된 변명을 대기 시작했고

플레이에서도 마스터가 다 아는데도 모른 척 넘어가는 부분이 점점 쌓여갔기에 이 친구에게 실망이 커졌다.

안타까운 친구여서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그런 부분이 쌓이고 쌓이는 것들이 터진 끝에

마지막에는 일부러 강한 어조를 써가며 플레이에서 내쳐버리고 연락을 끊은 플레이어다.



7. FK

FK는 2년쯤 전에 합류한 겜돌이 플레이어다.


FK에 대해서 설명하기 전에 나는 와우 내에선 10년전부터 공격대를 돌던 레게새끼였고,

현실에선 떡치러 오는 발정난 년놈들이 03시까지 돌아다니는 천호역 써어비스직 근무자였다.

그런데도 한길 사람 속은 알수가 없다는 것을 늘 느끼며 사는데

이새끼는 현실에서도 본적없는 빠꾸없이 정직하게 RP 하는 플레이어다.


불꽃효자가 나간 이후에, 추가구인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와중

굴타라크 쳐먹겠다고 돌던 구확팩 용의영혼 공대 길드원 몇명에게 ORPG 영업을 하게 됐고,

3.5가 뭔지도 모르고 영업당한 사람들 중에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이 FK였다.


FK의 RP는, 논플레이어블 npc같은 특징이 있어서 언뜻보면 단점같기도 한데

사람이 참 웃긴게 플레이하는 캐릭터들마다 해당 클래스 역할의 스테레오 타입 이미지여서

얘가 가장 D&D에 나올법한 역활극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팀원 세명이 모여서 아직까지도 3.5플레이중이고, 정말 만족스럽게 마스터링중이다.

길게 쓴 것 같기도 하지만, 이렇게 써놓으니 우여곡절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던 것 같아.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 그리고 이렇게 고생하며 사람을 모아보면서 느낀 점을 한줄로 표현하자면....

장기 플레이 팀을 구성하는데 가장 중요한건 "사람" 이다.


내 글이 턀갤러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