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간단히 말해서, 지금 내가 읽고 있는 게 익스팬스 시리즈라고 설명해 주고 싶음.

미드 말고 소설. 도서관에서 빌려 와서, 방금 전까지만 해도 칼리번의 전쟁 2권 읽고 있었다.

이거 다 읽고 나면 아마 미드도 볼 거 같음. 밀러랑 아바사랄라 배우 연기 어떻게 했을지 너무 궁금하다.



익스팬스 시리즈를 읽거나 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비교적 '하드함'을 지향하는 스페이스 오페라 시리즈 중 하나다.

배경이 되는 세계는 200년 후의 태양계. 화성이 국가를 창설하고, 소행성대가 독립 운동을 벌이고 있는 세계.

지구 외부에서 자라난 사람들은 높은 신장과 함께, 자신들만의 독특한 슬랭과 문화를 가지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지.


엄청난 추력을 발휘하는 엡스테인 드라이브라는 게 발명되어서 우주선의 추력을 20G까지도 가하는 게 가능하지만

인체가 그걸 견디지 못해서, 기껏해야 순간 최대 8G 정도의 고가속을 '주스'라고 하는 약물로 버티면서 함대전을 벌이고.




그래, 사실 그냥 이거 보고 삘 받아서 저렇게 만들었다.




정확히는 이걸 봤다는 건 아님. 비슷한 류의, '조금은 하드한 스페이스 오페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우주전 양상 분석에 대한 자료를 많이 접했고(유투브의 'Issac Arthur' 채널 등)

나 나름대로도 고등학생 때부터,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고 혼자서 끙끙대면서 '우주전쟁은 이런 양상이 되지 않을까'를 분석해 봤음.


아마, 나름 SF 팬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다들 겪어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 이렇게 되지?' 라고 묻게 되는 거.




만약, 내가 창작 세계관을 하나 만든다면, 둘 중 하나를 할 거임.

모종의 초월적인 과학 기술을 동원해서, 왜 우주 전쟁이 1차 세계대전의 거함거포주의와 비슷한 양상이 될 수밖에 없었나에 대한

원고지 300자 분량의 그럴싸한 설명과, 그 기술력이 타 산업 분야 및 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한 복잡한 설정을 적거나,


그것도 아니면, '구라과학'은 정말 최소한으로 집어넣고, 나름 현실적으로 우주 전쟁을 그려내려고 했던 선대 작가들의 설정을 본받거나.




난 그냥 후자를 했을 뿐이야. 내 창작 세계관을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누구나 적당히 스페이스 오페라 세계관을 만들어서 땅땅땅빵 할 수 있는 TRPG 룰 없나...' 하고 생각해서 끼적인 거거든.

그리고 누구나 가지고 놀기 위해서는, 누구나 동의할(말이 된다는 뜻에서가 아니라, 불가피하다는 뜻에서) 설정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심지어 이런 것도 만들었고. 아 쪽팔린다.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건 이거임. 스페이스 오페라는 하드 SF를 지향할 필요가 없음. 그건 명확한 사실임.

하지만 어느 장르건 '씹덕'은 있기 마련이고, 그런 씹덕들은 틀림없이 이런 생각을 한단 말이야.


'대체 저 기술력으로 왜 이런 건 안 되지? 아니, 이게 왜 이렇게 안 되고 저렇게 돌아가지?'


말 잘했는데, 라스트 제다이의 그 하이퍼스페이스 충각 전술이 그 '극적 논리의 붕괴'로 가장 유명한 사례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씹덕들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서 장르 작가들은 여러가지 방법을 많이 만들었어.


아무튼 멋있는 로보트 같은 걸 잔뜩 등장시켜서 그런 거 생각도 못 하게 만든 사람도 있었고,


'임펠러 드라이브'네 '중력측벽'이네 뭐네 하는 설정을 잔뜩 집어넣어서,

작중의 기술 수준에서는 이런 접근법이 옳다고 독자들을 설득하려 시도한 정정당당(?)한 작가들도 있고.


그리고 제임스 S.A 코리처럼, 나름 '물리법칙에 충실한 영역 내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려고 열심히 연구하는 작가들도 있고.




여기에 우열은 없다고 생각함. 재미, 경이감, 과학성. 전부 SF를 이루는 필수 요소잖아.

그냥 작가가 어디에 방점을 찍었나의 문제밖에 없지.


그니까, 과학적 정합성을 빡세게 따져도 그건 스페이스 오페라가 맞다고 생각함.




그리고 두 번째로, 사실 마지막 세 번째가 난이도로 따지면 가장 쉬운 거다.

자, 우주선이 일정 속력 이상을 낼 수가 없다고 설정을 짜 보자. 그러면 당연한 질문이 따라온다고: 대체 왜?

이 '속력'은 대체 뭘 기준으로 상정되는 거지? 이 기준이 혜성이라던가, 핵 대포를 통해 사출된 탄환이 아니어야 할 이유는?


나라면 아마 이 무반동추진이 근본적으로 중력장을 건드리는 기술이라서, 근방의 거대한 질량을 가진 물체 - 항성을 기준으로 한다고 하고,

실제로 그 이유로 일정 수준 이상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물체를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며,

이것 때문에 작중에서 생기는 수많은 문제점들, 이를 해소하기 위한 기술적 대안들에 대해서, 전술한 대로 원고지 300장 분량의 무언가를 쓸 거야.




근데 자작룰에다가 그 짓거리를 할 수가 없잖아.

씨발 그걸 누가 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