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저번주에 있었던 개인적인 경험을 좀 풀자면...



일단, 지금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캐릭터는,

군대에서 친구가 빌려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계속 읽었던 거 뽕이 덜 빠져서

전직 메가콥 정보부에서 일하다가 짤린 4~50대 발기부전 아저씨, 반쯤 알콜 중독... 이라는 컨셉인데


시발 왜 내 설정인데 내가 쓰면서 손발이 오그라드냐. 암튼.



내가 뒷골목의 중개인으로 재기할 수 있게 해 주었던, 의뢰 중개인(젊은 여성)이 우리 실수로 죽었거든.

그리고 우리가 당일날 플레이에서 얘가 남긴 유언을 발견하고, 마지막 의뢰를 들어주는 내용으로 진행이 됐어.

그리고 유언에서 언급되었던, 같이 일해줄 거라는 기자(역시 젊은 여성)랑 접촉을 했는데,

여기서 동료가 괜시리 '거 애인은 있으신가?' 라고 질문을 툭 던졌는데,


죽은 그 중개인 이름을 대더라고.



솔직히 예상한 답변이었는데,

오히려 예상한 답변이었어서, 뇌정지가 오더라.



나는 이 캐릭터를 구상할 때, 이 의뢰 중개인에 대해 사랑...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호감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사회에서 버려진 남자가 젊은 여자에게 친절을 받았을 때 느낄 감정이라면 분명 그런 종류일 거라고 생각해서.

아래에서 누가 헷갈릴 거 같으면 나 같은 캐릭터 만들어라고 했잖아. 적어도 나라면 그랬겠다, 이거지.


그러니까 당연히, 나=내 캐릭터는, 대충 호감 있던 사람이 나 때문에 뒈졌고

사실 그 사람은 여친이 있었다는, 그 정도의 정서적 충격을 받았다.


여기서 자연스러운 행동? 적어도 내 기준으로는, 표정 관리는 안 되지만, 닥치고 있는 거거든?



근데 여기서 문제.

어떻게 하면 '침묵'을 RP하는데?




몰라, 그냥 @침묵을 지킵니다 하면 되는 거 아니냐,

TR이었으면 그냥 비언어적 표현으로 될 부분이었다, 뭐 그렇게 말하는 게 상식적이라는 건 나도 아는데...




...뭔가 말을 하고 싶더라고. 여기서 입을 다물고 있으면 게임으로서 이야기가 굴러가기를 포기한 거 같고.

정서를 어떻게 굴리고 그걸 표현을 해야 나중에 다시 그게 돌아오는데, 이걸 어떻게 토스를 해 줘야 할지 모르겠더라.


이게 소설이었으면, 아마 노트북 붙잡고 이틀 동안 고민한 다음,

만족스럽진 않지만 어떻게든 말하고자 하는 바는 표현한 기묘한 문장 하나 정도 던져놓고 넘길 텐데...

ORPG는 그게 안 되잖아. 결국 대충 때우고 플레이 끝났는데...




사실 그것뿐만이 아니더라도, 내가 정말 뭔가... 잘 못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 참에 이런 일을 겪으니까,

'이런 걸 애드립으로 넘기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RPG를 잘 한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 아냐?'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렇잖아도 그 날 우리 팀은 건물 침투 계획을 짜느라(저번에 건물에 다이브했다가 그 중개인이 죽은 거라...) 하루 플레이를 다 썼거든.

그래서 ORPG 시간 너무 오래 걸린다고 투덜대는 사람들이 좀 있길래, '아, 이거 내 이야기로군'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글 좀 쌌다.




일단, 그냥 푸념 같은 거니까 너무 그러지 말고(내가 아스퍼거인 건 내가 더 잘 알아요),

너희들은 이런 경험 없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냥 좀 물어보려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