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으로 D&D캠페인을 굴릴 때, 잘 아는 PL이 보온병의 가격을 물어봤다. 물론 나는 D&D시대에 무슨 보온병이냐고 그냥 가죽수통이나 쓰라고 했다.

그러자 이 PL은 D&D 세계수준에서도 만들 수 있는 보온병에 대해 열한가지 가설을 가져왔고, 질린 나는 그렇게 좋으면 1000GP 내고 사던가? 라고 대답했다.

....그리자 진짜 마법무기 안 사고 보온병을 사왔다.


그는 그 보온병을 그냥 안에 데운 술이나 가지고 다니는 용도로 썼고, 나도 그냥 RP용 소도구 정도로 잊고 있었다.

보온병에 1000GP나 쓰게 한 대신 진행 중 보상으로 적당한 마법무기도 하나 던져주고 아무런 문제 없이 지나....갈 줄 알았다.

캠페인 도중, PC들이 전투 패배로 사교도들의 성당에서 무장해제당한 채 감금당한 일이 있었다.

이전에 PC들이 목숨을 구해준 도둑 한명이 몰래 PC들을 탈출시켰는데, 물론 장비는 전혀 못 챙기고 몸만 탈출했다.


탈출한 후 사교도가 눈에 걸렸던 도둑 길드와 연합해서 성당을 쓸어버린 후, PC 전원에게 무기와 방어구, 마법책만 돌려줬었다.

"저기 DM. 내 스크롤은요?" "내 포션은?" "가방도 없어?" "아 그런거 없어요 없어. 다 가져갔어"

"내 보온병은?"

....무기 없어도 되니 보온병은 있어야 하는 PL이 있다는 걸 깜박하고 있었다.

그런데 포션도 스크롤도 가방도 없는데 보온병만 남기자니 또 다른 PL들과 불공평한 것 같아서 그냥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 후 그 PL은 잊을만 하면 한번씩 PC를 통해 보온병을 언급했다. "그 보온병은 스승님의 유품이었는데..."

그런데 저렇게 한줄 두줄 설정이 붙다 보니 너무 유서깊은 보온병이 되어서 다른 보온병을 던져주기에도 애매해져 버렸다.


그래서 결국 그 PL의 보온병은 어떤 명장의 유작에, 최종보스에게 진상되어 장식장 가운데 진열중인 설정으로 진화했고

최종보스를 쓰러트린 PC는 보온병과 감동적인 재회(?)를 했고, 에필로그에서조차 그 보온병으로 술을 마셨다.





보온병이 이렇게 중요한 물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