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님께서 아래서 말씀하셨듯이, 사이버펑크의 '펑크'는 원래 섹피 같은 펑크임.
옷 찢어 입고, 마약 좀 하고, 극우파 테디보이들을 자전거 체인으로 패고,
그러면서 이 경직된 사회를 벗어나자는, 그런 펑크의 정서.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펑크'의 용도가 변해 버렸다는 것이 사실이겠지.
비유하자면, 리얼충의 '충(充)'이 한국에 전해지면서 일베충의 '충(蟲)'으로 바뀌어 버린 거랄까.
스팀펑크/디젤펑크의 경우 이런 '폭력성'을 전제로 하는 장르는 아니잖아.
나는 개인적으로, 펑크를 '타자화', 쉽게 말하면 독자들이 '이 세계 존나 이상하네요'라고 느끼게 만들 수 있는
이질적 세계에 독자들을 집어넣는 SF(사변소설)의 방법론을 '펑크'라고 지칭하고 있음.
쉽게 말하면, 정보기술이 발달한 것 자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인체 개조가 일반화되고, 사람들은 전자마약에 찌들어 있으며, 거대기업이 세계를 지배하는...
이런 '과격한' 세계관을 던져 주면, 독자들은 처음에 일종의 '역겨움'을 느끼잖아?
그러니까, 이 '역겨움'을 유발함으로써 무언가 작가가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거지.
스팀펑크도 마찬가지. 우리의 공기역학 상식을 무시하고 떠다니는 수많은 비행체들과,
움직이는 도시까지 등장하면, 독자들은 '그럴듯하긴 한데, 그래도 뭔가 이상해!' 를 느끼게 된단 말야.
그리고 이런 이질감은 틀림없이 작가가 의도한 것일 거고.
여기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자면, 우리는 누구도 D&D 세계관에 마법이 흔해빠졌음에도 불구하고,
D&D 세계관 세팅 중 매직펑크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세팅은 거의 없다는 것에 동의할 거임?
왜냐고? 그 어떤 세팅도, '도저히 적응 못 할 거 같은 과격한 이질감'을 유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거든.
하지만, 마법으로 만들어진 골렘들이 흑인 노예 포지션을 꿰어차고 있거나,
생명과 영혼에 대한 사고방식이 우리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개념으로 점철되어 있거나,
스도내추럴 탬플릿이 붙어있는 존재들이 생활의 일부거나... 이 정도로 세계관이 '과격'해지고,
따라서 우리들이 이 세계에 대해 '이질감'을 느낀다면, 이건 '펑크'라는 이야기.
사실 모든 SF(사변소설)에서 독자들에게 이질감을 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지만,
이 중, 좀 더 과격한 방법론을 채택하여 독자들을 타자화시키는 방법론을 선택한 것,
그리고 그 방법론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기초적인 과학 기술 레벨에서 이러저러한 조정을 가해서
근본부터 우리가 이질감을 느끼는 세계를 구축해 낸 일련의 스타일이,
'펑크 장르'의 정의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음.
D&D에는 던젼 펑크라는 게 있어요. 에버론처럼.
'펑크' 장르는 구체적으로 따지자면 말한 것처럼 그냥 사변소설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는 게 좋음. 정확히는 '이질감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어떤 기점으로부터 다른 방향으로 연장된 세계선 정도로 이해하는 게 좋음. 이를테면 사이버 펑크는 20세기에서 그려낸 21세기의 모습인거고, 스팀펑크는 별다른 엔진기관의 발전없이 18세기에서 연장된 세계고(때문에 스팀펑크는 일반적으로 대체역사물이기도 함).
ㄴ슾갤에서 사고 치고 턀갤했더니, 위래님이 댓글 달아주시는 게 굉장히 오래간만인 것이에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