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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 약사인데 변신만 하면 미트헤드 염소대가리가 되는 v휴먼 블러드헌터


올드스쿨 클리셰에 완벽히 충실한 드래곤본 헬마이트 팔라딘


뽀삐 포트레잇을 쓰는데 커져라! 를 시전하는 듀에르가 로그


마찬기지로 올드스쿨 클리셰인 혁명으로 망한 귀족가의 아들인 드라코닉 블러드라인 하프엘프 소서러


시작할 때는 뭐지... 싶었지만 하다 보니 재미들리기 시작했고, 막판에 와서는 정말 재미있었음. 기-승-전-결과 후일담까지,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거 같음.


사실 초중반에는 별로 재미있었다 하긴 어려웠던 게, 내가 빠른 진행을 원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고삐를 당기는 역할을 자청했거든. 실제로 그것 덕분에 5~6세션 안에 끝나게 되었으니 나름대로 성공한 전략이긴 했지만, 나 자신의 재미가 있었냐? 하면 솔직히 그건 아니었음. 진행을 재촉하는 입장에 서니까 롤플레잉에는 소홀해 지더라고. 다른 사람들이 덜 만족스럽게 플레이하지 않았을까 고민도 되었고. 만약 그랬다면 이 자리를 빌려 사과하겠읍니다...


근데 막판에, 원래대로라면 한두시간 안에 끝날 분량을 마주하고 나니까 마음이 좀 바뀌더라고. 시간의 제약도 없으니 좀 더 느긋하게, 하고 싶은 걸 하자는 마음이 생겼음. 그래서 선두에 서는 걸 자제하고 천천히 진행했는데... 진짜 재미있더라. 처음 티알피지했을 때 룰도 잘 모르지만 암튼 재미있었던 그 때 재미가 다시 느껴졌음. 내 캐릭터의 성격, 특징, 충동 등에도 좀 더 신경을 썼음. 물론 변신했을 때 호전적인 모습을 보이고 더 과격하게 싸우는 거야 항상 보여왔지만 구체적으로 묘사를 한 적은 없었거든. 근데 그러니까 훨씬 재미있었음. 물론 다른 플레이어들 입장에선 얘가 왜 갑자기 미쳐날뛰지?? 라고 생각했을 거 같긴 함. 그것 또한 이 자리를 빌려 사과...


전투에 있어서도 더 창의성이 생겨났음. 원래대로였으면 공격액션으로 레이피어 찌르고-보너스액션으로 쇠뇌 쏘고-턴종료가 다였는데 전 세션에 받았던 도약 부츠가 갑자기 생각나더라. 거대화한 듀에르가 로그의 어깨를 타고 도약해 후열에 있는 드로우를 찔러버리니까 (물론 전략상으로 별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몰매맞기 딱 좋은 호랑이 굴에 발을 들인 셈이었지만) 갑자기 너무 재밌는거야. 아 이런거 하려고 티알피지를 했지 하고 생각이 들더라. 거대화한 듀에르가가 동료를 인간 투포환으로 쓰는 운용법도 보여줬었음. 물론 주사위 값이 낮아 실패했지만 실패했음에도 진짜 재미있더라고. 한편으로는 이런 특이한 아이디어에 인스피레이션을 팍팍 넣어준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음.


그리고 판델버를 하면서 이랬으면 더 좋았겠다~ 싶었던 건 마을이 좀 더 살아있는 것 같은, 생기 넘치는 장소였으면 싶었음. 어느 장소 가면 그 안에 있는 npc가 오 안녕 난 이런이런 놈이야 식으로 하는 것보단, 좀 더 다양한 접근 방식을 보여줬으면... 뭐 그런 게 있었던 거 같음. 물론 진행은 매끄럽게 잘 되었으니 문제는 없었고.


또 마지막 전투에서 CC기 3대를 연속으로 쳐맞고 3라운드 내내 묶여서 아무것도 못 했는데, 한편으로는 그래 크보엑이 얼마나 ㅈ사기였으면 이런 강수를 뒀을까... 하고 이해가 되더라. 크보엑 너무 양심없음. 물론 재밌긴 한데 존나 양심없음. 다중공격 얻기 전까지 혼자서 두대씩 피해뽀너스 받으면서 줘패니까 졸라 아퍼.


여하튼 후일담에서 팔라딘은 헬름의 충실한 사도로 여전히 임무를 수행했고, 로그는 크래그마우 은신처의 새 대장 이믹과 친구를 먹어 벽화에 자신의 모험담을 그려냈으며, 소서러는 자신의 가문에 씌여진 누명을 벗겨냈으며, 블러드 헌터는 정상적인 삶을 구가하는 듯 했으나 야성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금 숲 속으로 뛰쳐들어가는... 뭐 그런 엔딩이 나왔음. 원래는 평범한 졸부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었는데 염소털가죽을 뒤집어쓰고 다크엘프 골통을 빠개던 놈이 연금술 강의를 한다고 만족할까 생각해보니까 안 그런 것 같더라고. 저번 주에 러브, 데스 + 로봇의 늑대인간 에피소드를 봤는데, 그게 영향을 미친 것 같기도 함...


그래서 주저리주저리 주접떨던 것의 결론은, 판델버 재미있었다고... 판델버라는 어드벤쳐가 재미있었다기보단, 사람들이랑 알피지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던 것 같음. 팀원들이 날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 노잼개그를 자주 던지긴 했지만 나쁜 의도는 없었다고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