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시나리오가 아닌 자작 시나리오라면 더욱 그러함. PC들이 어디로 튈지는 플레이 시작 전까지 아무도 짐작 못하고, GM 본인도 생각 못한 시나리오 상 허점을 PC들이 파고들기 시작하면 준비해놨던 분기별 이벤트는 다 휴지조각이 됨.


그렇다고 아무 준비도 안해가는게 맞는가? 그건 GM 자격이 없는 애들임. 시나리오 상 분기는 어쨌든 플레이 내에서 '제시'는 되어야 함. 플레이어들이 내막을 모르기만 하면 됨.


A라는 사건 발생 후에 B 루트와 C 루트를 선택하는 씬이 나왔다고 생각해 봐. 플레이어들은 B와 C 사이에서 고민하거나 B와 C 사이의 절충인 BC같은 창의적인 루트까지도 고심해서 개척해내려고 할거야. GM은 B와 C, BC와 CB같은 모든 경우의 수에 맞춘 이벤트를 준비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주 중요한 이벤트에서나 할 수 있는 정력의 소모고, 모든 플레이에서 그런 식으로 대처하려고 들면 GM이 먼저 나가떨어지기 일쑤임.


그냥 '하나의 결과'만 준비해두고 B와 C 사이에서 선택하도록 유도하면 돼. B를 선택하든 C를 선택하든 동일한 결과를 내보내는거지. 아 물론 인카운터 구성에 좀 변화를 주면 유의미하게 느껴지긴 하겠지. 고블린 무리에 오우거가 섞이든가, 혹은 오크가 섞이는 식으로. 플레이어들만 모르면 되는거야. 수많은 이벤트들을 준비하고, 하나만 쓴 뒤 나머지를 내버리는 것보다 이벤트 하나를 공들여 준비하고 그쪽으로 티나지 않게 유도하는게 GM의 실력일테고 말야.


플레이어를 속이는거 아니냐고? PC들을 기만하는거 아니냐고?


사실 GM은 시작부터 플레이어들과 PC들을 자신의 세계로 유도하고 놀아주는 입장임. 본인도 거기서 즐거움을 찾는거고 말야. 이기려고 들면 PC들이 아무리 발악해도 못이기는게 GM의 권한이고, 그걸 잘 정제해 만인의 즐거움을 이끌어내는 것도 GM의 의무야. 아 물론 플레이어들에게도 주는 것만 받아먹는게 아니라 본인이 무대 위에서 능동적인 RP와 선언으로 만인의 즐거움을 위해 힘써야 하는 의무가 있어.


3줄 요약

1. 분기 쓸거면 이벤트 하나만 준비하고

2. 뭘 선택하든 거기로 잘 유도하면 됨

3. 순발력 믿고 즉흥적으로 이벤트 짜내는 애들도 있는데 본인이 잘하면 그것도 괜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