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Chummer들아
상시플 서버에서 내 데커가 200 카르마급 프라임 러너(고참 러너)가 된 후로 한동안 입문~중급 난이도 런에 참가를 안 시켰는데, 그 구간에서 데커를 할 사람이 아직도 없다는 말을 듣고 테크노맨서를 새로 만들어봤어.
(출처: https://www.artstation.com/artwork/8Qm9q )
제로데이(Zero-Day)는 플러프상으로 보기 드문 노인 테크노맨서야. 정확히는 2040년대에 오타쿠였다가 능력이 없어진 뒤 한참 나중 뒤에 다시 테크노맨서로 각성하고, 한동안 런을 뛴 뒤 15년간 은퇴했다가 다시 되돌아왔다는 설정을 짜봤어. 은퇴한 노인네라는 설정을 살리기 위해 전투 능력과 물리적인 스킬을 완전히 빼버리고 신체 능력치도 일반인 수준으로 제한한 다음, 이전 경험을 반영하는 차원에서 남은 자원을 엣지에 전부 부었어. 따라서 테크노맨서 기술과 엣지 7을 제외하면 사실상 민간인인 거지.
그리고 서버를 돌리면서 쌓아둔 자유 경험치로 카르마를 교환해 승급(Submersion)을 한번 하고, 스킨링크(Skinlink) 특수 능력을 얻었어. 테크노맨서가 디바이스를 만지면 그 디바이스와 전선을 물리적으로 연결한 것 처럼 조작할 수 있는 특수 능력이야. 전선을 뜯어낼 하드웨어 스킬이 없는데 스킨링크조차 없으면 게임이 너무 어려워질테니까.
정확한 빌드는 여기 참조: https://drive.google.com/open?id=1dn4XoZwGXGjFozcvD5m3BTGEAnr3Z4mN
제로데이가 벌인 데뷔 런의 과정은 아래와 같아.
소집:
제로데이의 데뷔 런에 모인 나머지 팀원 4명은 전부 피지컬 어뎁트와 스트리트 사무라이였어. 바에 모여서 무슨 총을 쓰니, 갑옷은 무엇이고 웨어는 뭘 이식했고 차는 뭘 타느니 하는 대화가 오가는 와중에 민간인처럼 보이는 노인네가 스쿠터를 뽈뽈뽈 타고 나타나니까 다들 약간 황당해했지. 그래도 매트릭스 담당이라고 하니까 다들 데커인가보다 하고 넘어갔어.
존슨과의 만남, 협상:
존슨이 의뢰한 임무는 암살을 가장해서 뉴스거리를 만드는 거였어. 분노의 질주 13편이 마케팅이 잘 안되서 망할 위기에 처해있으니까 주연 배우를 상대로 가짜 암살극을 벌여달라는 의뢰였지. 그나마 사무라이 중 하나가 협상법을 알고 제로데이 본인도 테크노맨서라서 카리스마가 있으니까 둘이 협상을 통해서 페이를 1인당 7천 뉴엔 -> 9천 뉴엔으로 늘렸어. 정확히 말하자면 제로데이는 협상 스킬이 없었지만 엣지가 7점인 걸 활용해서 엣지로 강화된 협상을 굴려 보조했지.
존슨은 배우의 개인 정보와 스케쥴, 방문하는 장소를 알려주고, 파파라치를 배치할 수 있게 암살극을 실행하기 전에 미리 연락해달라고 했어. 그리고 배우가 암살극이 있을 거라는 예보는 받았지만 애드립을 전혀 못하니까, 암살극이 있는지 모르는 보디가드를 이용해서 실감나게 일을 벌여달라고 했어.
정보 수집, 계획: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일만한 곳은 바와 촬영장이지만, 둘 다 도심 한복판에 있어서 경찰이 너무 빨리 올 거 같으니까 기각되었어. 그 대신 비교적 한적한 동네에 있는 고급 헬스장에서 덮치기로 했어. 배우는 월, 화, 목, 금요일에 헬스장에서 매일 2시간 가량 운동을 하고, 운동을 마치면 저녁 8시 반이었어. 의뢰를 받은 시점은 금요일이니까 월요일에 배우가 헬스장 밖에 나오는 시점에서 일을 벌이기로 했어.
다들 정찰은 어떻게 해야 하고 탈출로는 어떻게 찾아야 할지, 일을 벌인 후 무기를 버려야 할지 말지 토론하던 도중에, 무기를 버리는 얘기에 이상하게 집착하는 것을 한심하게 여긴 제로데이는 마침 운동이 필요하던 차였으니까 헬스장 회원권을 끊어서 다녀보겠다고 했지. 나머지는 겉으로 드러나는 위험한 사이버웨어가 너무 많아서 범죄자나 용병처럼 보이지만, 제로데이는 겉보기에 아무런 무기도, 사이버웨어도 없는 민간인 노인이었으니까. 비싼 동네에 있는 큰 지점이라서 레슨 미포함인 기본 회원권이 1달에 800 뉴엔이었는데, 마침 제로데이에게 비상금 1천 뉴엔이 있었으니까 바로 회원권을 끊어서 가보기로 했어.
나머지 팀원들이 저격 포인트를 찾는 사이에 제로데이는 토요일 이른 아침과 일요일 늦은 밤에 헬스장을 방문해서 런닝 머신 위를 걸었어. 정확히는 운동하는 척 하면서 런닝 머신과 주변에 있는 전자기기를 탐색하는 작업이었어. 헬스장에는 운동기기와 보안기기를 통제하는 호스트(Host, 서버)가 있었는데, 제로데이는 회원권을 샀으니까 해킹할 필요도 없이 그냥 호스트 안에 손님으로 들어가서 스캔을 돌릴 수 있었어. 스캔 결과 호스트에 각종 운동기기 뿐 아니라 외부 카메라와 경찰 호출기를 비롯한 보안 장치, 그리고 헬스장 내부와 주변의 조명 시스템이 연결된 걸 발견했어. 그리고 외부 조명 시스템은 방향을 세팅할 수 있다는 걸 발견했지. 그런데 이상하게 검게 조정된 유리창을 통제하는 시스템은 보이지 않았어. 유리창을 만지면서 조사하면 아무리 노인이어도 수상하게 보일테니까 런 직전에 살펴보기로 했지.
런 실행:
런 당일인 월요일 저녁 7시 반에 제로데이와 일행은 헬스장에서 자리를 잡았어. 예상대로 헬스장 안에는 목표 배우가 있었고, 안쪽 손님들도, 호스트를 관리하는 스파이더(Spider, 보안 데커)도 배우를 보느라 정신이 팔려서 제로데이에게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았지. 그래서 제로데이는 런닝머신으로 자리를 옮기는 척 하면서 창문을 가까이서 살펴봤어. 예상과는 다르게 디바이스가 아니라 그냥 검은 유리였지 뭐야. 실감나는 암살극의 일환으로 유리창을 몇번 쏘기로 했는데, 잘못하면 민간인이 다칠 수도 있었지. 그래서 팀원들에게 자신이 안쪽 손님들을 AR로 표시할테니까 피해서 쏘라고 (컴링크로 위장된 본인의 두뇌로) 연락을 보냈어.
배우가 헬스장을 나서려고 할 때 제로데이는 런닝머신의 취약한 방화벽을 뚫고 보안 취약점을 이용해서 자기 자신과 본인의 스프라이트 3기에게 관리자 권한을 부여하고, 본격적인 해킹을 시작했어. 정확한 과정을 설명하자면:
1. 런닝 머신을 걸으면서 스킨링크(Skinlink)로 런닝 머신에 접속. 물리적인 접속이라서 호스트의 방화벽은 무력화되었고 런닝 머신이 직접 방어해야 했어.
2. 런닝 머신에 인형사(Puppeteer) 주문을 걸어서 런닝 머신의 권한 부여 모드(Invite Marks)를 가동. 런닝 머신에는 방화벽이 없으니까 당연히 뚫렸지.
3. 제로데이 본인과 호스트에 침투할 스프라이트 3기로 관리자 권한 (마크 3개) 획득.
4. 획득한 관리자 권한으로 제로데이 본인과 스프라이트 3기가 호스트에 침투. 들어간 스프라이트는 해킹용 크랙 스프라이트 (Crack Sprite) 2기, 디바이스 파괴용 폴트 스프라이트(Fault Sprite) 하나.
5. 관리자 권한이 있으므로 호스트 내부 스캔은 제로데이와 스프라이트를 전부 합법적인 유저로 인식하고 무시함. 스파이더는 아직도 정신이 팔림.
6. 폴트 스프라이트는 경찰 알람을 해킹으로 고장내고(데이터 스파이크, Data Spike), 크랙 스프라이트 2기는 협동을 통해 조명 시스템을 해킹해서 배우와 보디가드 일행에게 스폿라이트를 비춤.
스폿라이트가 비춰지자마자 바깥에서 총성과 폭음이 들렸어. 제로데이는 일을 수행한 스프라이트를 레조넌스(Resonance, 스프라이트의 고향 차원)로 복귀시키고, 남은 머신 스프라이트(Machine Sprite) 2기와 함께 내부에 있는 손님들을 AR로 표시했어. AR 표시를 본 사무라이가 유리창을 쏘자 유리 파편이 튀면서 손님들을 덮치고, 손님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갔지. 물리적으로 시선이 뚫린 것이 보인 제로데이는 지친 척 하면서 벤치에 앉은 뒤 머신 스프라이트 2기를 사무라이 2명의 총기로 보내서 보조하도록 시켰어. (Diagnostics, 디바이스 보조. 보조받은 디바이스 사용시 다이스풀 보너스)
바깥에서 사무라이 4명은 목표 배우를 근처까지만 맞추다가 보디가드에게 총을 쏘기 시작했어. 아까 언급한 협상한 사무라이가 섬광유탄을 날리자 보디가드는 잽싸게 뛰어올라서 유탄을 품에 안고 폭발을 막은 뒤 일어나는 간지를 보여주고, 배우가 긴장하는 기색이 전혀 없자 저격수는 배우의 귓볼을 맞춰서 비명을 지르게 만들었지. 나머지 보디가드는 어디서 총알이 날아오는지 보려고 했지만 스폿라이트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서 포기하고 배우를 차로 옮기기 시작했어. 배우가 차에 들어갈 때까지 나머지 팀원들은 돌격 소총 사격을 가했고, 예상한 대로 보디가드는 배우를 몸으로 덮어서 계속 총알을 막았어. 물론 이 모든 장면은 존슨이 미리 깔아둔 파파라치에 의해 촬영되고 있었지.
차 문이 열린 틈을 타서 제로데이는 파파라치에게 마지막 특종을 보여주기로 했어. 차의 무선 기기가 켜진 것이 보이자, 기기에 다시 인형사 주문을 걸어서 음악 사이트 접속을 시키고, 스피커로 분노의 질주 사운드 트랙을 최대 볼륨으로 틀었어. 결국 정신이 없었던 배우와 보디가드 일행은 총알 자국이 가득한 방탄차를 타고 분노의 질주 음악과 함께 꽁지가 빠지게 도망쳤어.
나머지 사무라이들은 경찰이 오기 전에 철수하고, 제로데이는 계속 헬스장에 남고, 경찰에 노인네처럼 진술을 했어. 경찰은 열받은 나머지 손님들을 통제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노인네인 제로데이에게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어.
런 마무리:
러너, 손님과 경찰이 다 가고난 뒤에는 제로데이와 망연자실한 직원들만 남았어.
제로데이: "참 다사다난한 밤이군."
GM: "그렇죠, 어르신."
제로데이: "어르신이라니 너무 늙은 것처럼 들리는데, 그냥 마틴 아저씨라고 해주세요."
GM: "예, 마틴 아저씨."
제로데이: "지인의 추천을 받아서 왔거든. 어제 이틀은 내가 가본 헬스장 중 제일 좋았던 거로 기억하는데. 안타깝게 되었어요."
GM: "어제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 것, 진심으로 죄송할 뿐입니다."
제로데이: "아니, 아니지. 소위 러너라는 것들이 저렇게 난리 치는 거, 힘든 일이라곤 해본 적 없는 애새끼들이 유리에 좀 베였다고 징징대는 거, 전부 원장님, 직원분들 통제 밖이었지."
제로데이: "통제 밖의 일 때문에 이 좋은 곳에 나쁜 소문이 도는 건 나도 원치 않아요. 그러니까 내 지인들에게 얘기해서 회원권을 환불하지 말라고 얘기할 생각인데."
GM: "...... 정말 그래주시겠습니까?"
제로데이: "아마 단골이 될 것 같은데, 그 정도는 해드려야지. 그나저나 가격판을 보니 단골 손님에겐 추가 혜택이 있었던 것 같은데..."
GM: "물론이죠. 그렇게 말씀해주실 수 있으시다면, 당분간 절반 가격으로 모시겠습니다."
제로데이: "어떻게 되었는지 연락을 드릴테니,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보겠소."
GM: "감사합니다, 마틴 손님. 다시 들러주시기 바랍니다!"
그 뒤로 팀은 1인당 9천 뉴엔씩을 송금받고, 영화는 총격전 장면이 바이럴하게 퍼져서 엄청나게 홍보가 되었어. 제로데이는 약속한 대로 소셜 미디어의 약관을 지키는 선에서 헬스장의 평점을 일부 긍정적으로 조정해주었고, 평점이 올라가는 걸 본 헬스장 원장은 회원비 절반을 환불해준 뒤 다음 6개월간 헬스장 이용료를 50% 할인시켜주기로 했어. 그리고 직원들은 제로데이를 마틴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마틴 아저씨가 올 때마다 인생 상담을 받았다고 해. 섀도우런에서 흔치 않은 모두에게 해피 엔딩.
후기:
사무라이 4명은 RP를 거의 안 하는 스타일이어서 내 쪽으로 분량이 더 갔던 것 같다. 그래도 런의 해결 방식이 전투니까 다들 뭔가 했다는 성취감은 있는 것 같았음.
원래 섀도우런은 소셜 엔지니어링을 시스템상으로 잘 지원하지 않는 룰인데, 그나마 이번 런의 해결 방식이 소셜 엔지니어링에 가장 가까웠던 것 같아. 대략 워치독 2의 할머니 느낌이었다고 해야 하나? 이번 런은 저난이도로 기획되었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서 제로데이가 없었어도 어떻게든 해결이 되었겠지만. 그래도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노인네가 목표 지점에 걸어들어가 민간인 행세하는 걸 보면서 재미있어했으니까 다행이었다.
제로데이는 민간인이나 청소부처럼 행동하면서 침투하는 런에서 상당한 강점을 보이겠지만, 민간인이 없는 구역이나 전투를 꼭 벌여야 하는 미션에서는 아마 적합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그래서 제로데이의 활동 영역은 대략 시애틀 내부로만 제한할 생각이야. 평범한 60대 중반이 도시 밖으로 나가면 위험하니까.
매트릭스 규칙을 알고 그 위에 테크노맨서 규칙을 덧붙이니까 그렇게까지 어렵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 전투에서 스프라이트와 매트릭스 주문(컴플렉스 폼, Complex Forms)을 적극적으로 굴리면 더 복잡해질지도 모르지만. 좀 더 굴려보면서 살펴볼게.
그럼 다음 후기나 글을 쓰기 전까지 사요나라
룰하고 데이터 문제 때문에 아직 5판임?
그렇지. 같이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까 좀 아닌 거 같아서 다들 보류중
제로데이면 살날이 얼마 안남았다는건가
해킹 기법인 '제로 데이 공격' 말하는 듯
https://namu.wiki/w/%EC%A0%9C%EB%A1%9C%20%EB%8D%B0%EC%9D%B4%20%EA%B3%B5%EA%B2%A9
알려지지
않은 취약점 이용하는 해킹 기법이라. 상대에게 의심받지 않고 않고 내부에 잠입해 있는 플레이 스타일하고도 잘 맞네
개꿀잼
너무재밌당
할배추
개꿀잼
존잼
데이터 스파이크로 알람을 부수면 호스트한테 경고 갈텐데 그건 어떻게 처리했어? 스파이더 있는 호스트면 아이스랑 스파이더 공격이 꽤 부담스러웠을텐데
정확히 말하자면 스파이더가 정신이 팔린 걸 보고 폴트 스프라이트는 데이터 스파이크를 날린 뒤 레조넌스로 귀환, 크랙 스프라이트는 호스트 안에서 런 사일런트로 전환시키고 2턴간 Subvert Infrastructure로 스폿라이트를 유지한 뒤 귀환. 스파이더와 아이스가 본격적으로 런 사일런트중인 아이콘의 존재를 감지했을 때는 이미 전부 빠져나온 뒤였지.
마크 유지가 아니라 사보타지의 방식으로 가니 치고 빠지는게 쉽구나. 다음에는 나도 그렇게 해봐야지
제로데이 본인이 사용한 능동적인 액션은 퍼페티어랑 태그밖에 없는데, 퍼페티어는 컴플렉스 폼이니까 그냥 데커는 탐지가 불가능하고, 태그는 합법적인 액션이니까 데이터 스파이크보다 조사 우선순위가 낮지. 그래서 제로데이의 최종 오버워치는 0점인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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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는 무선 통신 능력이 없었고, 나이가 들면서 창의력이 떨어지면서 능력이 점차 퇴화되는데 반해 테크노맨서는 무선 통신이 가능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능력이 저하되지 않음. 다만 파워 소스는 똑같이 레조넌스(Resonance)인 것으로 묘사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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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런에서 해피엔딩이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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