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문제는 하드코어한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용으로 짠 거라 그냥 이용하는 건 절대 무리일 듯...


내가 스페이스 오페라에서 '외계인이 너무 인간적인' 걸 끔찍하게 싫어함.

무슬림과 크리스천, 동양인과 서양인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에서, 생물학적 구조도 역사도 다른 생명체들이

가치관과 문화를 공유한다는 게 전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거든.

의도적으로 '인간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가치관'을 가진 종족들만 왕창 만들어놓았다 보니,

이걸 RP하는 건 일반적인 정신구조로는 무리일 듯...


아이디어 자체는 클리셰적인 것들만 모아 놨으니, 그냥 참조만 하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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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은하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성간 항행 기술을 개발할 정도로 기술을 발달시킨 종족은 여섯이 있다. 이 종족들은 이질적인 사고방식과 가치관, 의사소통 체계를 가지고 있어 일반적인 의미의 ‘통역’으로는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과 기나긴 관찰을 통해 얻은 서로의 문화에 관한 이해는 정보와 기술, 물자를 교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현재는 단순히 전파나 페로몬 등의 언어가 내포한 논리적 의미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어떠한 행동이 가진 내적 의미를 해석하여 다른 종족에게 이해시키는 통념기(通念機)가 널리 도입되어 비전문가들도 다른 종족들과 의사소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계 생명체들의 이질적인 사고방식과 가치관은 익숙해지기 쉬운 것들이 아니다.



인간

가장 최근에 성간 항행 기술을 개발하여 은하계 문명권에 편입된 종족으로, 그 짧은 역사 동안 이 은하계에 가장 많은 변화를 일으킨 젊고 생동력 있는 종족이다.

이들은 수명이 매우 짧으며, 육체적/정신적 능력도 보잘것없다. 하지만 그 덕분에 자기 자신을 유전적/생물학적/공학적으로 개선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으며, 어떤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향이 있다. 모험심이 강하며 위험을 무릅쓰고 무모한 행동을 자주 한다. 하지만 이런 막무가내식 행동은 인류가 좌충우돌하면서도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왔으며, 그들이 은하계에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그들이 추구하는 주요한 가치는 ‘돈’과 ‘권력’, 그리고 ‘종교’이다. 그들은 원시 문명 단계부터 화폐를 사용해 왔고, 이를 문명 발전의 주춧돌로 삼았다. 짧은 수명과 강고한 자아는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강한 욕망을 낳았다. 인류는 성간 문명권에 진출하자마자, 그들이 새로운 발전을 이룩했을 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자원과 기술을 긁어모으고 ‘국가’ 나 ‘기업’이라는 특유의 이윤 추구를 위한 공동체를 설립하여 무역과 재화의 생산에 총력을 가했다. 그들의 이윤 추구에는 군사력과 정치력의 확보 역시 주요한 수단이었다. 인류는 ‘효율’을 최우선시한 함대와 드론 병력들을 대거 생산하여 적극적으로 전쟁을 벌였으며, 크레딧을 포함한 다양한 경제적 계약의 형태로 다른 종족들에게도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냈다.



에르프

현재 은하계 문명권에 포함되어 있는 종족 중 가장 오래된 종족이며, 그만큼 가장 눈부신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종족. 그들은 다른 종족의 시각으로 보기엔 마법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화려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고대종 기술의 일부도 해독해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들은 굉장히 학구적이며, 고도로 발달된 신경계 덕분에 특별한 의학적 조치 없이도 선천적으로 높은 지능을 타고났다. 적외선을 보는 한 쌍의 눈과 자외선을 보는 한 쌍의 눈은 언제나 총기로 반짝이며, 전파 언어로 우주의 밝혀지지 않은 신비들을 노래하고, 연푸른색 피부로 덮인, 저중력 환경에 알맞게 진화한 길쭉한 팔다리는 언제나 새로운 유물을 원하고 있다. 그들은 엄격한 사회적/종교적 규약에 따라 하나의 ‘천명’을 평생 수행하는데, 탐험가나 학자의 길을 쫒는 자들은 결코 적지 않다.

종족 하나 정도는 멸종시킬 수 있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지만, 그들은 결코 무력을 앞세워 전면에서 활동하지 않는다. ‘균형’, 또는 ‘질서’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다른 종족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특유의 개념을 바탕으로 발전한 그들의 종교적 철학은, 에르프들이 우주 전체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비밀스러우면서도 섬세한 조율을 수행하도록 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평화주의적인 그들이라도, 이념의 실현을 위해 필요할 경우에는 강고한 태도로 ‘성전’을 수행하곤 한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대규모의 성전으로는 흔히 말하는 ‘샨타렐라 전쟁’ 이 있었다.

최근 에르프들은 인류가 도입한 ‘경제학’의 개념이, 우주 전체의 질서를 어지럽히지는 않을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재는 대규모 무역이 가져다 준 물질적 풍요와 자본에 의한 우주의 조율 가능성을 이유로 신중을 기하자는 주장이 주류이지만, 어쩌면 다음 성전의 대상은 인류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노이마오

노이마오 족은 생식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그들은 클론 기술을 통해 일종의 ‘공장’에서 태어나며, 노이마오 개체들 사이에는 어떤 유전적인 차이도 없다. 그들은 전부 동일하게 생긴, 고중력 환경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옆으로 넓은 타원형의 얼굴에 짜리몽땅한 회색 몸을 가진 쌍둥이 군단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이마오는 자아 개념이 희박하다. 그들은 단수 1인칭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호칭할 때는 자신이 노이마오 사회에서 자신이 맡고 있는 자리를 지칭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만큼 그들은 우주의 어떤 종족들보다도 자발적인 공동체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이기주의’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노이마오들의 가치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이마오 종 전체의 공익인 것이다. 그들 역시 개체 간의 갈등이라 할 만한 것은 있지만, 이는 어떤 선택이 노이마오 종 전체에 가장 이득이 될지에 관한 의견 차이일 뿐이다. 노이마오 용병은 동족을 살육하는 것에 어떤 거리낌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살육을 통해 얻는 신뢰보다 죽은 노이마오들의 목숨값이 더 비싸지는 그 순간까지는 말이다.

사회 전체가 공리주의에 기초해서 돌아가며, 심지어 빈번히 전파를 통해 서로의 뇌를 병렬화시키기까지 하는, 극도로 전체주의적이고 몰개성한 종족이라는 것은 무섭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노이마오들은 종족의 공익을 위해서라면, 그들의 지성이 허하는 수준까지는 무한히 합리적이다. 그들은 윤리적이지도 않고, 종교적이지도 않으며, 결코 필요 이상으로 잔인해지지도 않는다. 그들 종족 전체의 이익을 보장해 준다면, 노이마오는 우주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족속들일 것이다.



트랜시

육체가 수많은 나노머신들의 군집으로 이루어져 있는 기계 종족인 트랜시들은, 그 특성 덕분에 고대종 문명 연구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어 왔다. 육체를 변형시켜 다른 형태를 취할 수 있는, 심지어 다소 복잡한 기계장치들조차도 복제해 낼 수 있는 그 적응력은, 자연발생한 생물보다는 건설장비나 병기에 가까운 특성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들의 모성은 어떤 트랜시라도 접속할 수 있는 거대한 컴퓨터의 역할도 겸하고 있었기에, 트랜시의 조상이 고대종 문명이 만들어낸 장비일 거라는 추론은 매우 합리적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트랜시들은 그런 추측에 별 가치를 두지 않는다. 그들은 한 자리에 뿌리를 박아 식물처럼 살아가거나, 고등한 신경계를 유지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고 동물처럼 모성의 금속 정글을 끝없이 뛰어다니거나, 휴머노이드의 형체를 취한 채 우주를 떠돌아다닌다. 동족을 죽여 그가 얻은 지식과 복잡한 부품들을 흡수할 수 있는 트랜시 특유의 ‘식인’ 기술은, 그들을 동족 살해조차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극도의 개인주의자들로 만들었다. 트랜시들은 다른 종족들에겐 친절하며, 필요할 경우에는 동족들과도 쉽게 연합한다. 하지만 그들은 때가 되었다고 느낄 때면, 아무렇지도 않게 동족에게 목숨을 건 결투를 신청한다.

트랜시들은 그들의 변형 기술을 활용하여, 양팔을 강력한 무기로 만들어 용병으로 전장을 누비곤 한다. 목숨을 건 싸움이 그들을 더 강하게 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장에서 동족을 만났을 경우엔 더욱 더 맹렬하게 싸운다. 그리고 승자는 패자의 경험과 기술을 흡수하여 더욱 강해진다. 강자존(强者存), 트랜시들의 도덕은 이 세 글자로 요약되는 것이다.



스무라인

액체 행성의 대양에서 번성한 그들은, 높은 지성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콜로이드(반고체)로 된 육체 때문에 기술 발전과 타 종족과의 교류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도 그들을 담을 ‘용기’를 포함한 일종의 파워드 슈트 육체가 보편화됨에 따라, 스무라인은 놀랄 정도로 빠른 문명 발전과 활동영역 확대를 이룩할 수 있었다.

그들은 다른 개체와 육체를 ‘섞어’ 기억을 공유하거나, 아예 서로의 의식이 융합된 새로운 개체가 되고, 자신의 육체와 지성 일부를 분리하여 자손을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모든 것은 하나이며, 경계란 없다’는 다소 난해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발광 언어는 문장 전체가 하나의 단어이며, 일종의 거대한 모자이크화를 이룬다. 스무라인 언어의 미묘한 뉘앙스를 캐치하는 것은, 다른 종족에게는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정작 그들은 시각 기관이 단순하다 보니 회화 예술을 전혀 발달시키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스무라인들은 본디 물 속에서 살았기에 무중력 환경에 익숙하며, ‘정면’이라는 개념이 없기에 방향 감각이 아주 뛰어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선천적으로 우주선 조작에 매우 익숙하다. 수많은 스무라인들이 우주선이나 전투기 조종에 종사하고 있으며, 그들의 몸값은 결코 싸지 않다.



샨타렐라

우주에 개미나 벌과 같은 군집형 생명체가 결코 드물지는 않지만, 샨타렐라는 그 중에서도 다소 특별하다. 그들은 초광속 성간 항행 기술을 개발하기 전부터, 광속보다 한참 느릿느릿한 속도로 포자를 우주에 뿌려 다수의 행성들을 점령한 위험한 종족이었던 것이다. 샨타렐라 군집의 생식을 담당하는 ‘여왕’은 유전자 구조를 변형시켜 행성의 토착 생명체는 물론, 심지어 기계 장비의 구조조차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샨타렐라들은 이 능력을 바탕으로 점점 진화해 갔다.

그러던 중, 한 행성에 정착한 샨타렐라 여왕이 우연히 난파된 초광속 우주선의 잔해를 발견한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그 여왕은 초광속 항행 기술을 유전적으로 흡수했을 뿐만 아니라, 우주선 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초광속 게이트들의 위치와 우주에 수많은 지적 종족들의 식민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곧 수많은 포자들이 은하계 전체에 흩뿌려졌고, 수많은 행성들이 파괴되었다.

이것이 우주의 조화를 깨는 행위라고 판단한 에르프들은 성전을 선언, 다른 종족들을 끌어들여 ‘샨타렐라 전쟁’이 발발했다. 하지만 강력한 병기를 투입하면 할수록 샨타렐라들은 그 기술을 흡수하여 더욱더 강해졌다. 전쟁은 끝이 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이런 교착 상태를 깬 것은 인류의 참전 덕분이었다. 원체 호전적이라 우주 진출 전부터 수많은 전쟁을 겪어 봤던 인류는, 기술적으로는 수준이 별로 높지 않은 저렴한 ‘드론’을 대거 양산하여 전쟁에 투입하였다. 효율을 중시한 물량 중심의 전술은 샨타렐라들에게 매우 효율적이었다. 인류는 수많은 샨타렐라 군집들을 무자비하게 파괴했다.

대다수의 샨타렐라들은 처형당했지만, 샨타렐라는 진화하는 종족이다. 다른 지적 종족들을 흡수하여 ‘의사소통’을 학습하는 데 성공한 소수의 샨타렐라 여왕들은, 항복을 통해 목숨을 부지하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살아남은 샨타렐라 군집들은 물물교환을 통해 필요한 기술과 유전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여왕들은 거래를 위해 우주선과 육상병기 등의 다양한 생명체를 수태하여 다른 생명체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오우크’는 수많은 종족들의 장점과 기술을 합쳐 만들어낸 강력한 생체병기로, 다른 휴머노이드들과 장비를 공유하기 위해 인간형을 취하고 있는 인기 상품이다. 은하계 곳곳의 분쟁 지역에서 빠짐없이 보이는 오우크들은, 대부분의 병기들이 그렇듯이 격렬한 교전 중에 대부분 사망하지만, 운이 좋은 일부 오우크들은 계약 만료 후까지 살아남아 자유를 얻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