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뻘글은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이야기.
지난 주, 그러니까 한국 기준 추석날 카미가카리 영문 번역 킥스타터 펀딩에 폭탄이 떨어짐. 번역 담당자 중 하나가 "야 이 펀딩 주최자가 니들 돈 먹고 쨀려고 작정함!"이라고 내부 고발인지 뭔지를 한 거임. 내부 고발이라기엔 묘한 이유는 당연히 분위기 X되자 펀딩 주최자가 참여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얘가 뭘 좀 잘못 먹었나 헛소리를 함. 내가 돈 안 떼먹었단 증거로 원작 제작사인 Arclight / 펀딩 후원금 모으느냐 썼던 Backerkit 등에 돈 낸 내역 영수증 올려드림"하면서 영수증을 올렸다. 그러면서 "일단 후원 받은 돈으로 진행을 했었는데 일단 돈 여기 저기 내고 '남은 건' 내가 썼고, 그거는 PDF 팔고 해서 땜빵해서 실책을 나중에 내려고 했었음"이라고 설명함. 이 과정에서 인쇄를 맡긴 데가 망해버려서 거기에 지급한 6천 달러를 날렸다던가 뭐 그런 이야기도 나왔다....
크라우드 펀딩은 대체로 이렇다. 주최자의 계획대로 잘 된단 보장은 사실 별로 없고, 계획대로 안 될 때마다 추가로 지출이 나가게 된다. 거기다 주최자라는 놈들은 별로 신용이 안 가는 놈들이 대부분이고. 그럼에도 펀딩은 매력적이기 때문에(우리 말고 주최자들 입장에서) 계속 진행될 거다. 그러면 대체 왜 제작자들은 크라우드 펀딩을 계속 진행하는 것일까?
1. 빠르게 급전을 모을 수 있다.
펀딩이 끝나면 입금이 바로 되니까 자금의 회전이 빠르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임. 새 책 내려고 돈 모아 낑낑대고 안 팔려 좌절하는 것보다 일단 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으고 그걸 쓰는 게 더 나은 건 당연한 거. 다만 이래서 가끔씩 말이 나오는 게 펀딩하다가 돈이 떨어지면 다시 펀딩 하나 시작해서 돈 모으고 그걸로 땜빵한다는 놈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임. 저번에 이야기하긴 했지만 실제로 최근 영국 쪽 CoC 서드파티 업체 중 하나인 Stygian Fox가 지금 분기별로 펀딩 새로 시작하고 기존에 내기로 했던 펀딩 보상들은 안 나오고 있는데 혹시 진짜 이러는 거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서(사실 얘들도 수 년 넘도록 방치한 펀딩이 하나 있기도 하고) 결국 누군가의 제보로 킥스타터 펀딩 하나를 취소당하기도 했었음. 솔직히 이번에 삼두회가 인세인 새 책 내는 거도 어느 정도 그런 것이 아닐까(재인쇄 비용 땜빵 시도 같은 거 말이지)하는 의문이 들긴 한데 딱히 낼 근거는 없으니 생략.
2. 광고 효과를 공짜로 볼 수 있다.
일단 이 바닥은 몇몇 공룡 새끼들을 제외하면 굉장히 영세한 업계임. 그러니까 따로 광고비를 낼 돈이 없는 업체도 적지 않고, 그런 업체 입장에서는 커뮤니티 등에서 입소문을 통해서 광고될 펀딩 같은 걸로 돈을 모으는 게 여러모로 효과적일 수밖에 없음. 반대로 돈법사같이 좀 사이즈가 되는 경우 굳이 펀딩을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잘 안 함.
이런 홍보 효과빨로 대박을 친 게 5판 스트롱홀드 & 스트리밍 펀딩임. 이거 주최자가 구독자가 30만 명 정도 되는 유튜버인데, 펀딩 당시에 단순히 서플먼트만 제공한 게 아니라 자기 새 캠페인 하는 것을 같이 후원을 받아 웬만한 RPG 펀딩들을 다 뛰어넘는 금액인 2백만 달러, 그러니까 대충 20억 좀 넘게 모았다. "커뮤니티"의 홍보 범위가 기존 TRPG 업계보다 넓었기 때문에 나온 결과지. CoC도 크리티컬 롤에서 플레이 돌린 거 올라온 이후에 북미 쪽에서 매출에 상당히 큰 영향을 받았다는 거 같고... 국내로 따지면 보람좌 같은 사례가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서도 나중에 뻘글을 쓸 거 같은데 생각 나면 쓸 생각이니까 별 기대는 안 해도 될 거야.
본론으로 돌아가서 근데 그런 "SNS뻥" 없어도 펀딩 하면 일단 돈이 모이긴 모이니까 영세한 업체들 입장에서는 일단 펀딩을 시도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는 도움이 될 수 밖에 없음. 결과가 개판이래도 말이지. 다만 이게 돈이 많이 모인 만큼 스케일 크게 문제가 터질 때도 있는데, 카오시움의 CoC 7판과 기차여행 펀딩이 그랬었다. 두 펀딩을 합쳐서 75만 달러 넘게 모았는데 대충 이거저거 제작하며 수정하고 그러다 십수만 달러 까먹고 덤으로 배송비 계산 엄청 잘못하고 그래서 일단 펀딩 보상 완료하고 폭삭 망하기 VS 안 내고 욕 먹다 망하기 중 하나 고를 수 밖에 없는 막장 상황에 처했는데 문 디자인 퍼블리싱 애들이 사비를 털어 처리해 줬음.
신뢰도
또한 이런 펀딩을 계속 시도하려면 중요한 게 하나 있으니, 주최자의 신뢰도임. 펀딩 보상이 정확 신속하게 올 경우가 별로 흔하지 않다고 가정(인정)할 경우, 이제 중요해지는 건 크게 두 개, "얘들이 떼 먹고 도망가지 않을까"와 "얘들이 내는 물건이 정말 괜찮을까"다. 그래서 신뢰도를 얻으려고 내거는 게 전에 뭐 낸 이들의 네임밸류 같은 건데, 이거도 확실한 보장은 아니라 문제가 될 여지가 있음. 특히 골때리는 경우가 네임밸류를 제공한 이들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거.
예를 들어서 국내에 나온 D&D BECMI에 참여한 프랭크 멘처의 경우 10여 룰로 호환되는 RPG 펀딩을 주최하다 여성에게 성적인 내용의 메세지를 지속적으로 보낸 게 밝혀져서 펀딩 자체를 접고 버로우했고 The Chronicle of Future Earth 펀딩의 경우 주최자 사라 뉴튼의 남편이 암에 걸려서 투병하다 얼마 전에 숨을 거둔 덕에 펀딩 상황이 + 사라 뉴튼이 운영하던 업체의 상황이 아주 많이 꼬인 상태라고 함. 그러니까 이런 네임밸류는 일단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요소긴 한데, 크라우드 펀딩의 환경 하에서는 온갖 개판이 일어날 수 있다 이거임.
근데 삼두회의 경우 V20 펀딩 단 하나로 이 두 부분 모두 불신을 사기 충분한 업적을 세워놓은 상태임. 그러니 이거는 워낙 큰 건수라 대신 사과술사도 세우고 하면서 나름 신뢰도를 회복하려 했지만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펀딩이었는데 그게 될 턱이 있나. 개인적으로 이번 D&D 펀딩은 삼두회에 대한 신뢰도 문제를 떠나 처음부터 뭔가 꼬일 가능성이 너무 높다고 생각했었음.
D&D 펀딩에 대한 생각
뭐 D&D 펀딩 진행 중에는 산통 깰 거 같아서 굳이 말을 안 했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말을 꺼내보자. 님들 진짜 7월 28일에 후원금 받는 펀딩이 8월 20일에 바로 책 보내 줄 줄 알고 펀딩했음? 예약 구매라는 말을 믿었음? 물론 진짜로 그럴 수도 있긴 했는데, 그럴 거면 얘들이 펀딩 시작 전에 책을 찍어 놔야 했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함.
그러니까 수백 권 미리 찍어놓은 다음에 최대 후원자 수를 정해 놓고 얼마나 후원자가 모이는가 간을 보는 게 맞았겠지. 인원이 거의 차면 "여러분의 호응에 감사한다"면서 후원 항목을 새로 만들어서 더 받고 "대신 이거는 좀 늦게 받는다"고 공지하고 새로 모자란 책을 찍으면 됐을 거. 하지만 안 그랬으니 처음부터 이 새퀴들이 개과천선 같은 거 할 리가 없었단 게 자명했음. 아니면 적어도 펀딩 기간이라도 넉넉히 잡고 진행했어야 했다. "크리스마스는 D&D와 함께" 같은 드립치며 펀딩 진행했으면 재인쇄 사태가 똑같이 터져도 다들 열심히 행복회로 돌리면서 삼두회의 결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겠지? 물건 보낼 때까지는 두 달 남아 있는데 재인쇄까지 해 주면서 퀄리티까지 챙겨 준다는 거잖아?
근데 그러지 않았으니까 이 펀딩은 삼두회 딱지가 없었더라도 꼬일 가능성이 너무 높았었다고 봄. 거기다 삼두회 보정까지 생각한다면 이게 제때 올 리는 원래 없었고 물건의 퀄리티까지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음. 일단 재인쇄를 한다고는 하는데 솔직히 그러면 그 전에 인쇄된 샘플과도 차이가 날 수 있게 된 셈이니까 이제 진짜 물건을 직접 받기 전엔 어떨 지 알 수 없게 됐다고 볼 수도 있지.
긍정적인 사례는 없나?
그럼 맨날 늦게 나오고 돈은 이상한 데 쓰이고 그러는 펀딩들인데 긍정적인 사례가 있을까? 있다. 대표적인 그런 사업체는 ㅊㅇㅁ...이 아니라 OSR 계의 샌드박스 빌런 케빈 크로포드 선생의 1인 업체인 Sino Nomine Publishing 되겠다. 예를 들어서 이 회사에서 전에 갓바운드(Godbound) 펀딩 시작할 때는 9월까지 준다고 해 놓고는 6월에 줌. 물론 해를 넘기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양질의 펀딩 주최자 찾기가 사실 쉽지 않으며, 그런 주최자가 있고, 찾았다고 하더라도 내 취향에 맞는 물건을 만들어 주냐는 거지. 여기 OSR하는 사람?
결국 펀딩 후원할 거면 위에서 말한 두 개, "얘들이 떼 먹고 도망가지 않을까"와 "얘들이 내는 물건의 퀄리티가 과연 괜찮을까"와 추가로 "늦어지면 얼마나 기다릴 수 있을까" 정도를 보고 펀딩 후원 여부를 고려하는 것이 TRPG 펀딩을 할 때 가장 합리적 선택이 아닐까 싶다.
3줄 요약
크라우드 펀딩은 원래 계획대로 진행된다는 보장이 별로 없다.
D&D 펀딩은 그 점에서 보면 삼두회 보정 빼도 무리수가 컸다.
환불 안 할 거면 그냥 물건이나 잘 나오길 빌며 기다리면 된다.
일반판매 물량까지 열심히 찍어두고 옼타 신상품 예구처럼 풀리는 날 전후로 받게 배송해준다 이런걸줄 알았지.... 흑흑... -봄베이는 맛난 술이라니까
바보 맞네 써놓고보니까 -봄베이는 맛난 술이라니까
지땁은 펀딩같은 거 안 하는 공룡에 속하거든 ㅋㅋㅋㅋ
생각해보면 반다이도 한정판 예약 수량이 한정되어 있는데 의심을 안한 내가... -봄베이는 맛난 술이라니까
그러고보면 원래 300 한정인데(어디서 누가 그런말?) 많이 신청한 니들이 나뻐 식으로 쉴드 들어온 것도 있었음. 허 참...(최소금액 적게하고 성공여부 관계없이 책낸다 한건데) - dc App
턀클 펀딩 치고 잘 풀린 게 없었는데 득사니 뭐니 페이퍼 가면 하나 내세웠다고 회로 돌린 바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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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것도 그렇다. 다만 일단 해외에는 별로 해당이 안 될 이야기 같아서 패스했음.
이게 해외에선 물건을 사줄 LGS가 좀 있다보니까 영세한 출판사들도 자기들끼리 협력해서 뭘 좀 해보는 그러는 게 되서. 인디 프레스 레볼루션이나 비츠 앤 모타 같은 거 말이지.
???: DKSA는 턀클과 다르다. 따라서 안심할 수 있다
흑흑 아조시 강제개행 자비좀...
펀딩이 아니라 예구라고 해서 질렀지 당연. 6월말에 결제되서 10월 10일에 받는 펀딩이었으면 시도도 안했음. ㅆ... - dc App
전에 이걸로 인쇄비 3천이라는 말 나왔었는데 6천이었나
일단 떼먹힌 돈은 대략 그렇다는 듯.
님 글 굉장히 잘 쓰시고 굉장히 유익한데 개행만 좀 어떻게 해 주세요
보통 펀딩 보상이 지연되는 이유는, 제품 컨텐츠 개발을 끝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개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펀딩을 하는 경우임. 도서나 보드게임 같은 경우에도 내용은 다 잡혀 있는 경우라도 편집이나, 디자인 작업을 추가로 해야하는 경우 개발 자체가 완료되지 않은 것.
그런데 디앤디의 경우는 이미 자기들 입으로 컨텐츠 개발은 다 되어 있고 생산만 해서 보내면 된다고 했으니 다른 문제. 그냥 생산을 포함한 프로젝트 일정 관리를 잘 못 한거.
이건 상식적으로 넣는게 바보였음 ㅋㅋㅋ
카미가카리 킥스타터는 총책임자가 이미 사적으로 자금 쓴거 맞고 미안한데 프로젝트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이승만짓 하는 중이지 한숨밖에 안나온다
일단 사과문 내역대로 그 부분은 수정함.
제대로 진행(아직 책 다 못 끝냄) 이던가 ㅋㅋㅋ....
ㅇㅇ 영미판 고유 팩션 추가니 뭐니 계획은 거창하더니 아직 번역도 다 안 끝내놨어ㅋㅋ
말대로 예구딱지를 붙였으면 최소한 일부는(카드나 스크린셋이 아닌 책이라도) 인쇄를 들어갔어야됬음. 그게 아닐거면 진짜 한 넉넉하게 3-4달 잡고 진행을 했던가. 뭐 나는 얘네가 한 약속 중에 일반판매를 하겠다는 약속을 못지키는게 최악이라고 봐서 어떻게든 한글판 dnd는 받고자 펀딩넣고 들이민거긴 한데.. 잘 되길 비는것 말곤 할수 있는게 없지 뭐 ㅋㅋ
ㅊㅇㅁ은 신뢰도도 신뢰도인데 한정판뿅 불어넣는 방법을 너무 잘 아는듯 책장뿅 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