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뻘글은 어제 이야기하려다 만 최근 TRPG 업계와 SNS에 대한 이야기. 말은 이렇게 했지만 뻘글이니까 뭐 별 거는 없다고 보면 될 거임.


영세한 기존 시장 VS 거대한 외부 시장

다른 글에서 말 한 적 있지만, TRPG 업계는 취미 사업 내에서도 쩌리에 속함. 그러니까 여기서 도는 돈, 특히 돈법사같은 공룡이 다 해 먹고 남은 절반 이하를 갈라먹는 영세 업체들이 챙길 돈은 매우 적은 편임. 설상 가상으로 고인물 새퀴들은 누가 책을 새로낸다고 해서 다 넙죽넙죽 사 주거나 그러는 놈들이 아님. 여기도 새 CoC 물건 나오면 누가 소개글 쓰고 그러듯이 양놈들도 거의 그런 식으로 누가 보고 리뷰하고 그러면서 "어머 이건 사야 해"내지는 "후... 니들은 이거 사지 마라" 그런 이야기가 커뮤니티를 통해 입소문으로 돌고 그럼.

반면 이 영세한 시장 "바깥"의 규모와 영향력은 무시무시하게 큼. Call of Cthulhu: Shadow of the Crystal Palace의 경우를 보면, 이 CoC 플레이 영상은 7월 말에 나왔는데 조회수 80만이 넘어간 상태임. 얼마 안 된다고? 카오시움은 약 28년 동안 CoC 룰북 / 서플먼트 등을 다 합쳐서 50만 권 정도 팔았다고 주장한다. 이게 자기들이 판 영문판만 계산한 거라는 말이 있던데 저 영상도 어차피 영어잖아? 비슷한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ㅊㅇㅁ에서 CoC 룰북 국문판을 2만 권 팔았다는 것도 상당히 대단한 사례가 맞다. 어쨌든 그래서 저 영상이 나온 직후에 북미 쪽에서는 CoC 주문이 "폭주"한 덕분에 관련 글이 카오시움 블로그에 올라오고 그랬음.


이런 사례들을 보면 영세 업체들 입장에서는 기존 시장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한정되어 있는데, 대신 시장 "바깥" 인원을 약간이라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면 그에 따른 이익이 기존 시장 안에서 새로 얻는 것과 비슷하거나 훨씬 커질 거라는 결론이 나옴. 걔들은 고인물들보다 인원도 많고, 아마도 덜 까탈스러울 거니까.


보고 듣는 스트리밍의 시대
그리고 이 흐름의 선두에 있는 것은 유튜브 / 트위치 등을 이용한 스트리밍이다. 위에서 말한 Critical Role 같은 경우는 성우들이 TRPG를 하는 거라 보고 들을 만한 퀄리티를 충분히 보장해 줘서 상당히 흥행한 결과 Green Ronin에서 여기 사용한 세계관 배경 5판 서플먼트를 냈음. 당연히 Critical Role에서 마스터를 맡은 매튜 머서가 이 책 공저자로 올라와 있다. 에니 상도 받았었는데 정작 이거 책의 내용이 아니라 표지로 받았다는 것이 함정.

어쨌든 이런 TRPG 스트리밍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되어가고 있고, Critical Role 못지 않게 이쪽의 영향력을 보여준 사례가 Strongholds & Streaming 크라우드 펀딩임. 이 펀딩은 5판 서플먼트 펀딩인데, 이거 주최자인 맷 콜빌은 구독자가 30만 명 넘는 유튜버였음. 그래서 서플먼트 펀딩을 하면서 자기가 새로 시작할(거기다 스트리밍할) TRPG 캠페인 후원도 받겠다고 해서 약 28000명이 후원해 총 210만 달러를 모금했고, 킥스타터 순위 100위 안에 들어갔음. 물론 이 펀딩도 결국 제때 물건을 보내지 못했고, 물건을 받아봤는데 좀 메롱하단 말이 나오고 있긴 한데, 하여간 모금 자체는 아주 잘 됐었음. 이게 스트리밍 등을 통해서 바깥의 인원들을 끌어들인 힘임. 다른 크라우드 펀딩하고 참여 인원 수를 비교해 보면 이 점이 극명해지는데, CoC 7판 펀딩은 4천 명 안 됐고, 대박 터진 걸로 유명했던 세븐스 시 킥스타터가 후원자 만 명을 넘는 정도임. 다른 5판 서드파티 쪽 펀딩을 봐도 2만 명 규모의 펀딩은 전혀 안 나오는데 걔들이 어디서 왔겠냐? 그리고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 스트리밍이 미치는 영향력을 약간 일찍 맛봤을 지도 모른다. 윳툴루라고 말이지....

사고방식이 우리와는 다릅니다(어쩌면)

물론 이게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냥 보고 듣는 것과 실제 플레이하는 건 좀 다르기 때문이지. 이런 사고의 차이 덕에 작년에 Critical Role의 플레이 도중에 처음으로 시트를 찢는... 그러니까 영구 사망자가 나온 사건이 발생하자 순간적인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시청자들이 나온 덕에 매튜 머서가 관련 트윗을 올리기도 했고, PCgamer에서는 이에 관한 기사가 나오기도 함. 그 와중에 "우리는 캐릭터가 안 죽으면 까인다"는 드립을 쳤었던 카오시움이 참 인상적이었어. 뭐 어쨌거나 이렇게 기존 인원들과 신규 인원들의 사고 방식이 좀 많이 다른 사례는 트이타 중심으로 도는 크툴루의 부름을 들 수도 있겠다. 여기에다 트이타 이야기를 퍼오지 말라는 원인 중 하나기도 하니까 패스.


그러니까 이게 시장 업체들 입장에서는 신규 인원이 유입되는 게 아주 좋은 일이지만, 기존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뭔가 좀 요상한 일이 생겨 날 여지가 있긴 하다는 거임. 전체적으로 PC하게 가려 하는 분위기 또한 어떻게 보면 그런 인원들의 유입과 맞물려 나온 산물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이건 너무 나간 추측일지도 모르겠음. 어쨌거나 그런 면에서 나는 니알랏토텝의 가면들의 펀딩 실물을 받아본 이후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 지고 있다. 아주 말이지....


3줄 요약

TRPG 시장에서 SNS 등은 현재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다.

기존 시장이 영세했어서 신규 고객층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플레이어들 입장에서 좋기만 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