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프린세스와 레비아탄을 평가하고, 이제 지니어스를 1~2판 쓰까서 평가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어서 적는다.

평가 중에서 딜링 항목이 있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은, 딜링이 구리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연적 수단으로 대단한 수준을 갖추기 어려운 방호력과 환경 조종 능력이나, 기본적으로 자연적 수단 위에 덧대지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사회적/정보수집 능력들은 자연적 능력과 초자연적 능력이 경쟁할 일이 거의 없어서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딜링은 다르다. 뉴쨍의 돌격소총은 +3 피해 수치를 가지고 상대 방어 무시(D&D로 치면 회피 AC를 무시한다)에 상당수 구형 장갑을 관통해 버리며, 3점사나 연사, 완전자동난사, 거기에 상대 턴에 제압사격까지 켜줄 수 있는 킹갓 무기다. 예시가 특이하게도 슈타이어 AUG인데 150미터까지 노페널티 조준, 42발들이 탄창으로 되어 있다. 물론 제대로 쓰려면 근력 3도트가 필요하고 선제권에 -3 페널티를 받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몇몇 개조로(각진 손잡이, 멜빵 등) 완화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런 고급 총기류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배경에서는 아무리 초자연체라도 "내가 이 딜링기 찍을 도트를 사격 능력+재산에 투자해서 총을 장만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다. 레비아탄이 딜병신 소리 듣는 이유도 고변신에서 팔다리가 없어지기 때문에 총칼을 못 들어서 그렇다.


실제로 초자연체 중에서 데몬은 모든 직발 딜링기가 총기를 드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물론 자체적으로 악마 폼에 리벳 건이라는 총기를 장비하고 나올 수 있는데다가 그 딜링기들이 효율이 쏠쏠해서 큰 문제는 없지만.


그렇다면 일반인이 선택할 수 있는 세 교전 수단, 즉 격투, 무기술, 총기술에는 각각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격투는 당연히 무기술이나 총기술에 비해 매우 약하다. 격투 도트가 아무리 높아도 그걸로 입힐 수 있는 피해는 배싱 피해 뿐이며, 데미지조차 보정이 없어서 성공수만큼의 피해밖에 입히지 못한다. 물론 어디서든 항상 쓸 수 있고, 선제권에 어떤 페널티도 입히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지까지나 보험용으로 보인다.

격투의 진정한 힘은 장점 포인트를 들이부었을 때 나온다. 격투 장점들은 총기나 무기술 관련 스타일 장점들에 비해서 상당히 효율이 높다. 무술 장점 4도트는 모든 격투 피해를 치명 피해로 가할 수 있게 해주고, 5도트는 자신의 몸을 2 치명 피해 무기로 쓸 수 있게 해준다. 2 치명 피해 무기면 장검이랑 같은 급으로 데미지가 나온다. 

그리고 무기의 종류에 따라서 종류가 달라져서 중첩시키는 게 불가능한 무기술에 비해서 격투 장점들 다수는 조건만 맞는다면 중첩시켜서 사용할 수 있기에 더욱 강력하다. 또한 초자연체들이 받는 자연적 무장(깨물기, 발톱, 촉수 등)과 잘 어울린다는 것도 무시하지 못할 점이다.


격투의 두 번째 장점은 바로 비살상 제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붙잡기 상태에 들어가서 상대를 꼼짝 못하게 붙들고, 수갑을 채우거나 외상 없이 무력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쨍은 전통적으로 일반인이 쓰는 폭력에 자비가 없다. 별다른 배경 없이 사람한테 칼 휘두르고 총 쏘고 다니면 온전성 굴림을 먹기 쉽상이다.


요약하자면 초보와 고수의 경계가 극명히 갈리는 대기만성형 스킬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근거리 무기류를 다루는 무기술은 격투에 비해서는 무기의 이점을 살릴 수 있고, 치명 피해를 조건 없이 가할 수 있다. 총기에 직접적인 보정을 더해주는 게 없는 사격술 장점에 비해서 무기술 장점은 무기의 포텐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장점이 여럿 있다.

문제는 무기류를 어떻게 쓸 것이냐이다. 총기보다 구하기는 쉽고, 한국에서도 몇몇 절차만 걸리면 개인이 여러 무기를 소지할 수는 있지만 길거리에서 장검을 들고 돌아다닐 수는 없다(칼을 포 같은 것에 싸지 않고 들고 돌아다니면 도검소지법 위반이다). 경찰이 자기의 신상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몇몇 캐릭터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며, 한국 법 특성상 칼부림을 하고 쉽게 퉁치기는 어렵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총기가 널널한 남부 주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도검(너클이 붙는 등의 몇몇 제외)를 별 등록 없이 소유하고 휴대하고 다닐 수 있으며, 몇몇 공공시설에만 출입이 제한된다. 뉴욕 등 총기규제가 빡센 곳에서는 한국처럼 길거나 위험한 다수의 도검은 면허가 제한되며, 도검을 컨실드 캐리할 수 없다. 무조건 보이게 들어야 한다.


또한 무기술의 두 번째 문제는, 높은 무기술 도트를 가지는 것을 합리화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격투술은 학창 시절에 주먹다짐을 많이 했거나 MMA 격투가라고 하면 되고, 총기술은 군경 경력이 있다고 하면 되겠지만 무기술은 딱히 주로 쓰는 직업이 없다. 검도/펜싱을 배웠다고 해도 실검과 죽도/펜싱검 사이의 검리에는 차이가 크기에 스토리텔러가 일정 도트 이상 제한을 걸수도 있고, 뒷세계에서 칼빵 놓으면서 다닌 캐릭터는 이미 전과가 덕지덕지 붙은 범죄자형 캐릭터로 제한된다.


결국 실생활에서 쓸만한 무기는 다음 두 종류로 제한된다. 감추기 쉬운 회칼 등의 단검류/소지하고 다녀도 크게 이상하게 보지 않는 쇠파이프나 야구배트 등의 크로우바 계열. 둘 모두 피해 1~2에 선제권 1~2 페널티를 가하고 힘 제한은 없다. 결론을 내리자면 무기술은 일반인이 발악용으로 쓰기에는 기능의 부재가 좀 심하게 크고, 전문적인 전투원이 쓰기에는 총기류에 비해서 위력이 떨어진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일반인 입장에서 치명 피해를 먹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 투자 가치가 있겠지만, 미국 등 총기류가 흔한 배경이라면 굳이 투자할 이유가 없는 기능이 된다.



총기술은 만병지왕이다. 위에서 썼듯이 총은 상대의 방어를 무시하고 장갑을 관통하며, 장거리에서 공격을 가할 수 있고(쨍에서는 사거리 페널티가 -1 정도로 널널한 편이라 중거리/장거리 사격에 대한 부담이 적다), 여러 형태의 연사를 통해 명중률을 올리거나 여러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 거기에 대부분 피해 보정치도 다른 무기에 비해서 높은 편이다. 유일한 흠이 있다면 돌격소총류의 선제권 페널티가 좀 크고, 근력 요구치가 좀 있다. 섀도우런처럼 무기 포르노를 지향하는 건 아니니까 무기 스탯을 보면 태클걸고 싶은 부분도 많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총의 근본적인 문제는 다음으로 압축된다. 어떻게 구하고 어떻게 쓸 것인가? 대한민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아무리 돈을 들여도 구형 리볼버/자동권총 하나 구하면 다행이다. 총기술 도트를 찍는 거야 4~5도트를 찍지 않는 이상 큰 문제는 없지만(그마저도 전역한 특전사 출신이라고 하면 그럭저럭 퉁칠 수 있다) 꺼내지도 못할 총기를 위해 그렇게 과투자할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다. 경찰 요원이면 총기류를 좀 쓸 수 있겠지만(그마저도 제일 약한소구경 리볼버다) 행동 제약이 제법 커진다. 미국으로 가면 총기류 소지는 (주에 따라서) 널널해지지만, 그래도 남부 일부 주를 제외하고는 돌격소총류를 대놓고 들고 다니기는 어렵다. 쓰기 편한 권총류는 근접전에서(10~20 사이의 거리) 단검에 비해서 강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주 압도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피해도 1~2에 3점사 기능도 없어서...


두 번째 문제는 모두가 잘 알 그놈의 소음이다. 소음기를 부착해도 누군가가 총을 쐈다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에게 알려지고, 마스커레이드를 필수로 여기는 대부분의 초자연체들에게 이는 그리 좋지 않은 일이다. 이는 주력 무기로 총을 쓰는 것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정리하자면, 최고의 무기이지만 그만큼 구하기도 어렵고 쓰는 리스크도 크다.


그러면 각 초자연체는 어떤 수단을 택해야 할까?

흡혈귀: 딜링기가 워낙 구리다 보니 총 드는 경우도 많다. 다만 뱀파이어에게 총은 타격 피해밖에 못 주기 때문에 뱀파이어 상대로는 프로테안, 비고르와 격투를 결합해서(이 피해는 뱀파이어도 방지하지 못하고 치명으로 들어간다) 쓰는 편이 속 편할지도 모른다.

늑대인간: 대부분의 능력이 격투나 무기술과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총은 선택지에서 제외된다. 자체 내장무기가 좋아서 보통 격투를 고르는 편.

마법사: 걍 마법 쓰자. 마법으로 직접적 딜링을 할 것이 아니라 딜링 보조를 할 거라면 어느 쪽이든 상관 없다.

프로메테안: 딜링기가 생각보다 그럭저럭 있고, 어그로를 끌면 안되다 보니 주로 격투. 마침 맨손이랑 상호작용하는 변형술도 많다.

체인질링: 2판 기준 직접 딜링기가 좋지 않고 주로 환경 효과나 소환술로 딜을 대체하는 편. 원소계약으로 무기를 만들어서 무기술을 쓰거나, 아니면 그냥 정신계로 뒷일 감당할 생각하고 총을 쏘자.

가이스트: 2판 가이스트는 딜링기들이 전부 변신격투 위주여서 주로 격투지만, 그 쪽을 포기한다면 당근빠따 총.

데몬: 위에서도 말했듯이 대부분 총기랑 상호작용하고, 정신계가 좋아서 총 쏘고 문제를 덮기 쉽다. 격투 쪽 능력들도 나쁘지는 않은 편. 변신 시 근력을 올리거나 내장 총을 꺼낼 수 있어서 무기 소지에 대한 필요성은 적은 편. 물론 변신 부담은 크지만.

비스트: 일단 비스트 특징상 총을 쏘기가 힘듬. 대상이 뿜어내는 공포로 먹고 살아야 하는 터라... 레이어 전투도 대비하고 격투 관련 능력도 좀 있으니 보통 격투 찍는 편.

지니어스: 1판 기준 다른 어떤 딜링기보다 강한 카타스트로피가 있는데 총 따위를 왜 쓰죠? 3도트에서 악성 피해가 나가고 4도트에서 치명을 8 재굴림으로 굴릴 수 있는데요? 카타스트로피를 포기하면 일반인이랑 선택 기준은 거의 똑같다.

레비아탄: 변신 5단계 이후로 총을 아예 못듬. 닥치고 격투.

프린세스: 좀 특이한 예시인데, 프린세스의 레빈볼트는 기본적으로 경량 기관단총의 상위호환이고(선제권 페널티 없음. 완전무음. 힘 요구치 없음) 업그레이드 다 붙이면 저격소총의 구경과 사거리, 돌격소총의 연사력, 그리고 권총의 사이즈를 가진 결전병기가 되어서 나옴. 다만 마법소녀들이 총기술 도트를 어떻게 가지는지 설명하기가 좀 곤란하다는 단점이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