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뻘글은 현대물에 대한 이야기. 아래 글이 나왔길래 덧글로 써 보려다가 더 늘어지면 좀 그럴 거 같아서 아예 따로 글을 쓰기로 했음.
이번에는 일단 마스터 입장에서 현대물을 하기 싫어지는 요소 세 가지, 총, 법,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자. 유명한 책 제목에서 따온 거 맞음.
총 - 현대의 기술수단 활용
현대물을 할 때 마스터의 머리를 가장 먼저 아프게 하는 것은 현대적인 / 기술적인 요소들 그 자체다. 특히 이것을 마스터가 통제할 수 없을 경우 굉장히 곤란해지기 쉽다. 쉬운 예로 총을 생각해 보자. 총을 들고 싸울 경우 사람끼리의 전투는 대개 선빵필승 혹은 이긴 새퀴도 병신이 되기 딱 좋은 전개가 나오기 일쑤며, 이러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기가 참 묘해진다. 비전투 선언이라면 그냥 "구글에 검색한다" / "유튜브에 올린다" 등의 0레벨 마법 선언이 이렇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기 참 묘하게 만들고. 그러기에 대부분의 "현대물"은 이런 부분들을 해결하는데 골머리를 앓으며, 한 술 더 떠서 때로는 룰북에서는 '잘 모르겠고....' 내지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식으로 마스터에게 떠넘기는 식으로 아무 조언도 안 하기도 한다. 그래 카오시움 이 1920년대 역사물 덕후 새끼들아. 그래서 답은 대개 두 가지로 나뉘는데...
1. 현대 기술을 쌈싸먹을 뭔가를 내놓아 현대 기술을 엿먹인다.
크툴루 댕댕이 좀비 패왕상후권 기타 등등 초자연적인 요소를 내놔서 총만 갖고는 무리인 상황을 만들거나, 반대로 총을 써도 상관없는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러면 어느 한 쪽이 총을 들어도 겉보기에는 괜찮아지고 구글에 검색하거나 유튜브에 올리는 것도 어떻게 땅에 그림을 그려서 차단할 수 있다거나 해서 마스터의 몸과 마음이 편해짐. 플레이어들이 반발해도 그냥 여기서는 그러면 그렇게 된다고 하면 되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돼. 불행히도 가장 일반적인 해결책이다.
2. PC들이 할 수 있는 / 당할 수 있는 것의 범위를 교묘하게 제한 / 통제한다.
특별히 '교묘하게'라고 설명하는 이유는 "아, 잘 들으세요. 여러분은 총을 사용할 수 없어요. 아무튼 총은 없다 이 말입니다." 같은 단순무식한 방법으로 제한하는 게 아니라, 이 룰에서 무엇을 어떻게 다루냐를 가지고 '개연성이 있게' 제한을 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본격 야X병동 RPG인 MASHED는 전쟁물이지만, 전선에서의 사투가 아니라 전선 뒤의 군의관들 / 간호병들 / 기타 의료부대 병사들의 삶을 다룬다. 그러니 이 룰로 플레이할 때는 총이 PC 소지품에 있어도 그거 가지고 뭐 할 일이 그닥 없다. 뭐 전선까지 차 몰고 나가서 중국인을 죽인다거나, 누구 프래깅이라도 할 게 아니라면 말이지. 다른 예로는 에소테러리스트 같은 세팅을 쓰는 걸 들 수 있는데, 이런 경우 대개 현대 기술을 싸먹을 뭔가를 스까해서 '세계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암약하는 비밀조직의 요원들' 컨셉으로 외부에 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사실 PC들이 현대 기술을 사용해 날먹하려는) 행위에 대해서 마스터가 제한을 걸거나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세팅을 사용한다.
다른 방법은 그런 거 다 인정해 주고, 추가로 룰적으로 '주인공 보정'같은 요소들을 인정해 주고 들어가는 거다. 영화에서 쫄따구들은 픽픽 쓰러지지만 주인공이나 보스는 안 그러는 걸 메카니즘 적으로 보정해준다고 생각하면 쉽다. 본격 세기말 RPG 아포칼립스 월드에서는 대놓고 총알 한 방 정도는 패스시켜 주라고 하고, 온가족의 CoC 펄프 크툴루에서는 아예 PC들은 기본적으로 체력 2배 보정을 받고, 그 외에도 추가적인 보너스를 얻은 상태로 시작하는 식으로 이런 '주인공 보정'을 채용한다. 물론 이게 괜찮은 이유는 보스도 쫄따구와는 차별화되는 게 당연하듯, 나중에 가면 이것들을 상쇄할 '최종보스 보정'을 받은 NPC가 기다리고 있어서 나중에는 충분히 흥미로운 대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 - 현대의 사회규범의 활용
또한 현대의 사회라는 틀 역시 현대물 RPG 플레이를 좀 묘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서 네가 이웃집 아저씨가 포장된 어린이 팔뚝 같은 물건을 떨어뜨린 뒤에 얼른 주워서 품에 숨기고 집에 들어가는 걸 보면 어떤 반응을 할까? 그야 경찰에 일단 신고하겠지? 이웃집 무단침입 대탐험 그런 거 안 하고? 이렇게 CoC 시나리오 한 편이 시작하자마자 끝났습니다 짝짝짝. 이렇게 현대의 사회라는 틀은 PC들이 다른 장르 RPG에서 할 법한 모험 같은 것을 하려 들 여지를 덜 만든다. 그러기에 현대물은 대개 이런 사회적인 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주로 배경으로 하며, 그러지 않으면 그 사회적인 틀을 유지하기 위해서 / 기타 목적을 부여해서 PC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야만 하는 위치에 갖다놓고 시작하는 쪽을 택한다.
예를 들어서 위와 같이 PC들이 '경찰에 신고하고 잊어버리기로' 할 경우 경찰이 신고를 듣고 출동했다가 빈 손으로 돌아간 다음 이웃집 아저씨가 홈즈를 뺨칠 추리력으로 PC들이 신고했음을 알아내서는 "자네들을 제거하도록 하지"라고 말하고 처절한 싸움(스탠드 배틀이 아니어도 된다)이 벌어지는 전개로 간다거나, 혹은 플레이어들이 원래 PC 대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캐릭터를 맡아서 이웃집 수색 대탐험을 하는(그러다 경찰들이 다 죽을 경우 계획대로 "자네들을 제거하도록 하지"로 진행) 식으로 전개를 이어갈 수 있다는 거다.
책 = 상대적으로 '충분한' 배경 지식
또한 현대물의 다른 골칫거리 - 위의 둘 보다는 별로 안 중요한 골칫거리 - 는 배경지식이 때로는 마스터보다 플레이어에게 더 많이 주어질 수 있다는 거다. 그런 지식을 머리 좋은 플레이어가 활용해서 마스터가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만들려고 하면 마스터는 플레이어가 약을 파는 광경 앞에서 어... 어? 하고 넘어갔다 나중에는 한숨만 팍팍 쉬게 될 여지가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지.
물론 다른 룰이라고 이런 거 안 생기는 거 아니긴 하다. 다만 이렇게 뭔가 이득을 보려고 하면 대개 룰과 세팅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전제되는데, 그러니까 일반적으로는 나보다 '고인물'이며 동시에 굳이 그렇게 이득을 보려는 철이 덜 든 놈과 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면 마스터가 배경 지식 같은 걸 충분히 깔고 시작해서 이런 걸 줄일 여지가 있음. 근데 현대물은 거의 다 아는 세팅을 깔고 시작하니까, 마스터 입장에서 그렇게 '따로 챙겨 둘' 밑천의 확보 수단이 별로 없을 경우가 많음. 그래서 대부분의 현대물이 위에 말한 현대 기술을 쌈싸먹을 무언가를 도입하는 거임. 이러면 이 부분에서는 마스터가 확실히 지식적으로 불리하지는 않을 거거든? 그런데 그렇지 않다면 배경 지식이 플레이어 쪽이 더 많을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지니까, 위의 둘만은 못해도 좀 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여지가 다른 세팅에 비해서 많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그것은 이래서 안 된다고 끊는 마스터의 결단이겠지 뭐.
어쨌든간에 결국 이 세 가지는 모두 하나의 결론을 낳는다. 원래 생각할 게 많은 마스터 입장에서 훨씬 생각할 게 많아진다는 거지.
현대 배경 룰
그냥 생각나는 대로 몇 개 소개.
월드 오브 다크니스(World of Darkness) / 크로니클즈 오브 다크니스(Chronicles of the Darkness)
뱀파이어 / 마법사 / 늑대인간 / 미라 등이 인간들의 이목을 끌지 않고 몰래 활동하는 두치와 뿌꾸스러운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룰. 2000년대에 끝냈다가 예토전생중인 구판 World of Darkness와 그거 끝난 뒤에 시작되어 지금은 창씨개명당한 Chronicles of the Darkness가 있음. 구판의 Vampire the Masquerade 20주년판은 티알클에 의해 번역되어 처참한 결과를 남겼고, 현재는 역설사가 Vampire the Masquerade 5판을 내는 중임. 신판은 별로 인기는 없는데 기본 룰은 훨씬 구판보다 나은 편임.
더 테일즈 프롬 더 루프(The Tales From the Loop)
밤의 검은 사자들(Night's Black Agents)
인류 사회의 뒤에서 암약하는 흡혈귀들과 싸우는 전직 특수요원 RPG. 초여명을 통해서 국내에 번역되어 들어와 있다. 초여명이 번역할 지 모르겠는데 최초로 세계정복을 시도하려 했던 드라큘라 백작님(이 세계관에서는 영국 정보부가 영입하려다 파토났다는 설정)과 맞다이를 깔 수 있는 캠페인도 있는 그런 물건.
현실을 침식해 들어오는 이계의 존재들과 걔들을 불러내 이득을 얻으려는 에소테러리스트들을 때려잡는 비밀요원을 플레이하는 룰인 에소테러리스트 / 같은 세계관 또는 다른 룰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위치에서 플레이하는(전투 제한 같은 거도 마스터가 걸 수 있다) 두려움 그 자체. 후자는 초여명이 번역했다.
델타 그린(Delta Green)
PC들이 미국 정부의 비밀기관 델타 그린의 일원이 되어서 인류와 미국을 위협하는 초자연적인 위협들을 제거하고 그와 동시에 대중들이 광기어린 세계의 진실을 깨닫지 못하게 막아야 하는, 그렇게 몸을 비틀면서 개개인의 인간성을 소모해 나가는 룰이다. 원래 CoC 5판 서드파티 세팅이었는데 신판에서는 독립해 나감.
크툴루의 부름(Call of Cthulhu) / 크툴루의 자취(Trail of Cthulhu)
크툴루의 부름이나 크툴루의 자취 둘 다 현대를 배경으로 쓰기 좋은 룰이다. 다만 카오시움의 현대물 시나리오 짜는 능력이 구리고 크툴루의 자취는 제작사가 위에 소개한 작품들 몇 개 내는 펠그레인 프레스라 이쪽은 현대 배경 시나리오를 아예 안 내기 때문에.... 가급적 좋은 시나리오를 찾아 고르거나 각색할 것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서 어둠의 끝자락(Edge of Darkness)이나 핏 속의 춤(Dance in the Blood) 같은 건 각각 1920년대 / 1930년대 배경이지만 적당히 현대물로 각색해 플레이해도 무리가 없을 명작들이라고 생각함.
울트라모던(Ultramodern)
D&D 5판으로 현대 / 미래물 돌리는 룰, 물론 완전히 현대 요소만 나오는 건 아니긴 함.
페이트(FATE), 겁스(GURPS), 새비지 월드(Savage World) 등의 공용 룰
대부분의 공용 룰은 현대 배경 플레이를 지원한다. 다만 대부분 룰적 데이터 지원만 하지 나머지는 마스터가 신경쓰거나 서플먼트 사야 함 ㅅㄱ라는 건 접어둔다면 말이지! 셋 다 국내에 번역되어 들어왔으니 안심... 해도 되나?
근데 구글링은 어케 제약걸어야할까, 폰자체를 못쓰게해야하나?
세팅 / 상황마다 다르지. 예를 들어서 구글에서 찾아도 별 거 안 나왔다....고 할 수도 있고, 아예 통신을 제한할 수도 있고, 통제할 방법은 다양함. 문제는 그걸 어떻게 풀어내냐지.
구글링을 한다고 해도 배경지식 없으면 바른 정보를 가려내기 어렵고 오래걸림. 판정시켜서 조지면 잇님덜..을 줘버려 - dc App
구글링으로 해결이 안 될법한 문제를 내는게 중요하지. 당연히 헤드라인으로 떴을 법한 사건사고를 구글링으로 못 찾는다고 하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어이가 날아갈테니까.
플레이어가 검색을 '못 쓰게'하는것도 좋지만 더 좋은건 검색을 '꺼림칙해'하도록 하는 거임. 가령 적이 '구운 치즈 샌드위치'에 대한 신앙심에서 초자연적 힘을 얻고, 이에 대한 인터넷 활동(구글링, 유튜브, etc)이 많아질수록 세상의 파멸을 가속한다던가.
구글링에서 나온 정보가 나무위키발이라고 하면 됨 맞을수도 있고 틀릴수도 있다
신쨍 영칭 뒤의 )는 뭔가용
밤에 쓰다보니 손톱자국이 남았었나봄 ㅎㅎ;
손톱 좀 깎어 아조시~~~~
울트라모던은 어디서 찾을수 있나요
https://www.drivethrurpg.com/product/190188/Ultramodern5-5th-Edition?term=ultramodern
https://www.drivethrurpg.com/product/196905/Ultramodern5SRD-OGL-5th-Edition?src=also_purcha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