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코볼트는 판타지 셋팅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종족이다.


자그마하고 꼬질꼬질한 이들의 역할은 초보 모험가들의 밑거름이 되어 영웅신화의 첫 장을 장식하는 것으로,


그들의 서식지는 다름아닌 먹이사슬 피라미드의 최하층이다.



그런데 이들에겐 독특한 가십거리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표현형이 작품마다 현저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일부는 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고, 일부는 파충류 인간, 나머지는 심지어 쥐 인간의 모습을 띄고 있기도 하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유명한 코볼트는 파충류 계열이 차지하고 있지만


나머지 형태들도 가끔가다 모습을 드러내곤 하니, 판타지 문화의 소비자들 사이에선 혼란이 가중되기만 하는 것이다.


이번 시간엔 이 정체불명의 족속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1. 민간 신앙에서의 코볼트






- 우선 코볼트는 독일의 민간 신앙에서 유래되었다.


기원을 자세히 추적하자면 13세기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생각보다 근본이 확고한 종족이라 할 수 있겠다.



- 민간 신앙에서의 모습은 고블린과 유사하다.


아예 고블린이란 낱말 자체가 코볼트가 영어권으로 전파되면서 생겨난 단어라는 얘기가 있으니


따지고 보면 코볼트가 원조인 셈이다.



- 설화에서 주로 맡는 역할은 한 마디로 표현해서 성질머리 나쁜 집요정이다.


집이나 마구간 등지에서 숨어 살며 짓궂은 장난을 치지만, 우유 한 대접을 대가로 집안일을 대신 해주기도 한다.



- 광산에서 거주하는 코볼트도 있는데, 이들은 주로 광부들을 골탕먹이는 삶을 산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며 다른 금속을 오염시킨다고 여겨졌던 코발트(Cobalt)가 실제로 코볼트에서 유래된 낱말이다.







2. D&D에 데뷔하다



- 코볼트가 본격적으로 판타지 셋팅에 등장하기 시작한 건 D&D의 공로가 크다.


D&D는 60~70년대 싸구려 판타지 소설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므로


그것들 중 일부에서 먼저 등장했던 설정을 단순히 차용만 한 걸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대중들에게 널리 퍼지기 시작한 건 D&D가 시초라고 할 수 있다.







- 코볼트 자체는 오리지널 D&D (1974)부터 등장한다. 하지만 이 때는 그저 수많은 고블린의 아종들 중 하나일 뿐이었고.


제작진들도, 플레이어들도 이 미천한 족속들에게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냥 흔하디 흔한 잡몹일 뿐이었으니까.



- 아무도 신경을 안 썼기 때문에 배경설정은 아주 두루뭉실해서, 아래에 적혀진 내용이 사실상 전부였다.


고블린의 친척인 이들은 주로 동굴이나 지하던전 속에 서식하며 부계혈통 기반의 부족을 이룬다.


그들은 '개처럼 생긴 인간형 종족이다'.



-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데, 이 외양에 대한 서술이 그다지 명확하지가 않았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조사해본 바로는 최소한 '개처럼 생긴 인간형 종족'까지는 모두 일치하는데


그 이후에 붙는 서술은 증언하는 사람마다 조금씩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 코볼트는 확실한 개 인간이었다는 둥, 개처럼 생겼지만 털이 없었다는 둥...


여러가지 증언들이 난립하는 사이에서 가장 믿음직한 영문 위키에 적힌 설명을 참고하면 다음과 같다.


그곳에 따르면 코볼트는 다름아닌 '처럼 생긴 머리와 의 꼬리를 가진, 온몸에 비늘이 나있는 인간형 종족'이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을 받아들이면 코볼트의 표현형 세 개 모두 나름의 정당성이 확보되는 셈인데, 이래서는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이 개짬뽕 설정이 수록된 AD&D 2nd Edition : Monstrous Manual은 1993년 경에 발매되었다는 점이다.


증언이 갈리는 걸로 보아 그 이전의 오리지널 D&D 또는 AD&D 1판 등에는 이 정도로 자세한 설명이 되어있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오리지널 D&D와 AD&D 2판 사이에는 장장 19년의 시간 차이가 존재하므로 이 기간을 무시할 수가 없다.



- 하여튼 공통되는 부분은 개처럼 생겼다는 것이니 최소한 초기의 코볼트는 자그마한 개 인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93년쯤부터 비늘과 쥐 꼬리가 추가되는 바람에 단순히 개 인간이라 지칭할 수는 없는 존재가 되고 말았지만,


위에도 적혀있다시피 그런 설정이 추가되기까지는 거의 19년 남짓의 시간이 필요했다.







3. 멍멍이 코볼트



- 아무튼 판타지 종족으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한 코볼트는 수많은 D&D 파생작을 통해 차원이동하여 새로운 땅을 밟기 시작한다.


신세계에서도 여전히 좆밥의 위치를 벗어날 수 없었던 그들이었지만 최소한 널리 퍼지기라도 했다는 게 어딘가?





- 중요한 건 이 시점까지만 하더라도 코볼트들은 여전히 '개 인간'으로서의 위상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한 코볼트를 등장시킨 작품들 사이에선 후대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명작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만한 두 개가 바로 'Wizardry 시리즈(1980)''로도스도 전기(1988)'이다.



- 이 두 개가 왜 중요할까? 바로 일본에서 대박을 쳤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상관이지? 왜냐하면 여기서 분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둘은 '개 인간'으로서의 코볼트를 일본으로 실어 나름과 동시에 일본식 판타지의 뿌리가 되어버린다.


Wizardry 시리즈는 그 유명한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를 탄생시켰고,


로도스도 전기는 판타지 소설 등지에서 수많은 베낌을 당하며 근본중의 근본으로 자리잡고 만다.



- 그리고 일본인들의 코볼트에 대한 관심은, 그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여기서 정체현상이 발생한다.


일본식 판타지 셋팅에선 코볼트가 여전히 '개 인간'으로 등장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80년대의 설정을 받아들인 뒤로 거기서부터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 여기까지 고려해봤을 때 현재의 매체에서 코볼트가 '개 인간'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라고 볼 수 있다.


1. 일본식 판타지 셋팅을 차용했거나, 그에 영향을 받은 것.


2. 오래 전부터 개발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 (ex. 돌죽)








4. 파충류 코볼트



- 그렇다면, 분기를 설명했으니 다시 본가로 돌아와보자. 여기서 본가라 함은 물론 D&D를 말하는 것이다.


사실 코볼트의 외양에 대한 모든 문제는 본가의 변덕이 그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다름아닌 D&D 3rd Edition (2000)이 발매되면서 코볼트의 설정에 중대한 변경사항이 생겼기 때문이다.






- 가장 큰 건 바로 코볼트가 완전히 '파충류 인간'으로 쐐기가 박혔다는 점이다.


그동안 수많은 모험가들에게 제노사이드를 당하며 무가치한 생명으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던 그들에겐


좀 더 명확한 배경설정이 요구되기 시작했고, 이 시기에 배경설정 추가하기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으니


그 결과물이 바로 코볼트의 파충류화였던 것이다.



- 더 놀라운 건 이 찌끄레기 종족들에게 드래곤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3판 이후의 코볼트들은 이제 드래곤의 머나먼 친척이다. 갑자기 파충류가 된 것도 사실은 이 설정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드래곤은 어찌됐든 파충류이고, 따라서 드래곤의 후예인 코볼트들도 완전한 파충류가 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어째서 코볼트들이 이런 특혜를 누렸는가? 글쎄... 이 부분은 작가가 딱히 언급한 게 없어서 알아낼 방법이 없다.


그저 코볼트에게 눈에 띄는 차별점을 부여하는 동시에 졸라짱센 드래곤과의 연결고리를 집어넣어


무언가 아이러니를 일으키려는 시도가 아니었을까, 하고 추측만 해볼 뿐이다.


하긴 게임 이름부터가 던전 앤 드래곤이니 드래곤이 많이 나와서 나쁠 이유는 없지 않은가?








- 그래서 코볼트들에게 볕 들 날은 오는가. 그렇다. 그런 날이 오고 있었다.


나름 멋드러진 설정도 붙었겠다, 좆밥 노릇도 30년이면 인정을 받는다고,


코볼트를 두들겨패면 경험치 나오는 가죽포대 이상으로 보는 플레이어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공식 어드벤쳐에서도 코볼트 영웅이 등장했다. The Sunless Citadel의 미포, 네버윈터 나이츠의 디킨 등등이 그들이다.


코볼트는 더이상 '흔한' 잡몹이 아니었다. 약간 특별한, D&D 고유의 잡몹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 이후에 D&D 5th Edition이 발매되면서 흥미로운 시도가 한 번 더 일어난다. 코볼트의 두상이 개와 닮았다는 설정이 끼워넣어진 것이다.


아마도 과거 설정과의 적절한 혼합을 추구한 결과일 따름이다.


코볼트는 이제 '드래곤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개의 두상을 가진 파충류 인간'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획득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가장 널리 쓰이고 받아들여지는, 현대의 코볼트다.








5. 쥐새끼 코볼트





- 그런데 별종이 하나 존재한다. 바로 블리자드 사의 코볼트 말이다.


사실 한국인이라면 블리자드의 코볼트가 가장 친숙하기도 할 테고, 이들에 대해서 다루지 않을 수가 없다.





- 블리자드 사의 코볼트는 워크래프트 3 (2002)에서 처음 등장했다.


물론 이 때는 흔하디 흔한 크립 A 정도의 위상이었고, 대가리에 양초를 꼽고 있긴 했지만


딱히 양초에 집착한다는 설정은 없었던 걸로 추정된다.


특이하게도 외양이 쥐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AD&D 2nd Edition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종족 단위의 편집증적인 양초성애자가 된 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발매된 이후이다.


'너 양초 못 가져간다!'라는 대사 하나로 플레이어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기기 시작한 시점이다.



- 그런데 양초에 집착한다는 설정이 꽤나 흥미롭다.


다시 D&D 이전 시대로 돌아가서, 이 모든 것의 원전이 되는 독일의 민간 신앙을 살펴보면


코볼트들은 '광산에 거주하면서 어둠 속에서 을 낸다'라는 설정을 찾아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블리자드 사의 직원들은 D&D의 영향을 받아 코볼트를 만들어낸 뒤에


다시 원전 설화를 참고하여 그들만의 독특한 설정을 창조해낸 것이 아닐까?


꽤나 창의적인 각색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때만 해도 블리자드는 절정에 달한 황금기를 누리며 갓겜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 아무튼, 블리자드 사의 코볼트는 '광산에 살며 양초에 집착하는 쥐 인간'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갖는다.


기본적으론 AD&D의 영향을 받았으나 자신들만의 독특하고 재밌는 설정이 추가되어있는 모습이다.


나는 왠지 이들을 볼 때마다 전성기 시절의 블리자드가 생각나곤 한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베껴올지언정 그것들의 재배치와 재활용에 능숙하고,


자신들만의 테이스트를 첨가해서 독특하고 훌륭한 맛을 내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던 블리자드 말이다...






6. 요약정리


- 하여튼 도표로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 모아놓고 보니까 별 거 없다.





7. 본론



- 마지막으로 현대의 매력적인 코볼트 그림들을 살펴보며 마치도록 하자.







[출처]






[출처]








[출처]



여기까지 보면 파충류인 이들에겐 찌찌가 없으므로 허벅지와 골반을 잘 강조해서 그리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럼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