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리에 든 게 If(저놈=무교자)
{도살}
Else if(저놈=이교도)
{포교 후 도살} 밖에 없는 머더머신 클레릭 말고

이번 모험이 초행길인 착하고 상냥한 사제 소녀를 생각해봐

사람들을 구하고 신의 가르침을 전파하겠다는 꿈에 부풀어서 눈이 반짝반짝 빛나겠지

하얗고 깨끗한 사제복에 지팡이 하나 들고 세파에 찌든 일행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성가도 불러주고, 틈틈히 전도도 빠뜨리지 않던 신실한 소녀가

오 씨발 유적 경비인지 호위인지 하는 첫 임무에서 재앙을 만나버린 거야

노가다 십장이 그러는데 인부들이 농땡이를 피우느라 안나온대

무시하려 했는데 이놈의 십장이 들으라는 듯이 계속 투덜거려

믿었던 동료 어른들은 내 일 아닌데 뭐~ 하면서 코나 후비고 있고

결국 마음씨 착한 사제만 주변 눈치를 보다가 머뭇머뭇 손 들고 일어난 거 아니겠어

같이 갈 사람은 아무도 없고, 사냥꾼은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사제는 곤궁한 자를 반드시 도와주라는 자기 종교의 계율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게지

크 씨발 그림이 그려진다

뭔 유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스카이림 드워븐 유적 비슷한거라 치고

지팡이 끝에 매단 랜턴 하나에 의지해서 온갖 기괴한 장치 사이로 주춤주춤 나아가는 사제복 소녀

"라그나 씨! 김트롤 씨! 어디 계세요!" 부르는 가냘픈 목소리는 압도적인 공간감에 먹혀 사라지고

두려움과 싸우고자 가슴에 꼭 댄 주먹에서는 콩닥콩닥 자기 심장박동만 느껴지겠지

멀건 이르건 결국 발견하게 됐을 거야, 문득 희미한 빛에 이끌려 시선을 내렸을 때,

아까부터 자기 발에 툭툭 채이던 물컹한 물건들이 사실은 폐허 따위가 아니라 사람의 파편이었다는 걸

혹여 비명이 튀어오를까,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입을 틀어막고

한 걸음 물러서려는 순간 어깨에 톡 떨어지는 기분나쁜 체액의 감촉에 허리부터 소름이 쫙 올라오겠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천천히 올려다보니, 천장에 딱 달라붙은 H.R. 기거풍 뒤틀린 괴물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
씨발 그날은 밥을 안먹어도 배부른 거지

순식간에 멀어지는 비명, 떨어진 지팡이와 깨진 렌턴만 어둠 속에서 깜빡거리는 모습을 클로즈업해주면 딱...






사제가 불쌍하고 마스터가 병신이고 이런 건 차치하고서

미학적인 관점에서는 정말 한치 결점도 찾을 수 없는 아름다운 시퀀스라고 하지 않을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