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대전제는 플레이어들이 단서를 찾아서 끼워맞추는 지적 퍼즐에 흥미를 느끼느냐임.

플레이어들이 추리물에 관심없다면 마스터들은 그냥 단서 알려주고 진행이나 시켜라. 힘만 들고 보람도 없음.



단서는 과하게 많이 뿌려야함


마스터랑 플레이어의 정보량 차이는 이미 다들 알지만 체감해보지 않으면 그 차이는 정말 알기 힘듬.

마스터는 이 쉬운걸 왜 몰라서 질질 헤메고있지 멍청한 새끼들이...하고 짜증이 날거고

플레이어는 아 뭐 어쩌라고 뭘 해야할지도 모르겠고...ㅎ 상태가 됨

이럼 그날 세션 구질구질해지고 후담때 "ㅎㅎ 재밌었어요 ^^" 하고 맘에도 없는 립서비스하고 헤어지지.


거의 플레이어들이 가볼만한 모든곳에 단서들을 뿌려두는게 좋음.

던젼이라면 갈만한 곳들에 전부, 대저택이라면 방 대부분에.

그럼 플레이어들이 그 중 한두개는 적어도 집어보게 되거든.

이정도 줬으면 됐다 싶으면 나머지 단서들은 도로 감추면 될일이고.


마스터에게 가해지는 부담을 좀 줄이기 위해서 또 써먹는 방법은 그 단서들을 두 가지로 나눠서 분류하는거.

범용적인 단서와 특수한 단서로 나누면 되는데,

범용적 단서는 어떤 상황, 대부분의 장소에서 발견되어도 어울리는 종류의 단서임.

바닥에 남은 수상쩍은 발자국이라던가, 미지의 인물이 흘리고 간 소지품같은거.


이런 단서들은 플레이어들이 엉뚱한 곳을 쑤시고 있을 때 원래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갖다놓을 수 있음.

다른데 간다고? 그럼 거기로 또 옮겨놓으면 됨.


특수한 단서는 특정인물이 가지고 있는 정보나, 특수한 장소에서만 발견될것 같은 단서들임.

범용적 단서들로만 채우면 플레이어가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고, 좀 더 눈치가 빠르면 이거 어디에 가건 주어질 단서구나 하고 김이 새버리는 리스크가 있는데

반대로 특수한 단서들로만 채우면 플레이어가 거길 뒤질 생각을 안하면 그 단서는 그대로 묻혀버림.

그래서 둘을 적당히 섞어야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아 이 장소 안왔으면/이 사람에게 말 안걸었으면 몰랐겠구나! 하는 착각을 플레이어들에게 심어줄 수 있음


추가팁으로 범용적 단서를 특수한 단서로 이끄는 이정표로 쓸수도 있음.


가령 특수한 단서는 매드사이언티스트의 실험실에서 그가 시체소생실험을 했다는 증거라고 치면.

그 실험실은 비밀문에 의해 감춰져 지하에 위치했다고 설정하는거지.

플레이어들이 이 실험실을 못찾으면 이 떡밥은 그대로 묻히겠지만...


바닥에 비밀문을 향해 들어가고 나왔던 흙묻은 발자국을 범용적 단서로 남긴다면 이 단서가 실험실이라는 특수한 장소로 이끄는 이정표가 되는거지.


어쨌건 수사씬에서 가장 중요한건 흐름임.

어...엘프여왕도 잘 모르겠고...ㅎ 하고 루즈해지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수사는 망한거임.

단서에서 단서로 자연스레 계속 유도해서 플레이어들이 거의 망설이는 시간이 없이 물흐르듯 흘러갈수록 좋음.

플레이어끼리 추리하거나 상의하는것도 시간이 짧을수록 좋음. 리얼 타이머로 시간제한을 주는 상황들을 넣어주면 도움이 될수도 있음.

몰입해서 숨가쁘게 흘러가는 템포가 있으면 수사 추리물에서 평타는 칠수있음.



꼭 주목하게 만들고 싶은 기믹이나 정보가 있다면 분명하게 찝어서 강조해줘야함


알피지는 비쥬얼이 없는 게임이라 플레이어와 마스터가 상상하는 이미지가 다 다름.

이게 장점이 될 때도 있지만 수사물은 단서와 상황이 중요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같은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게 좋음.


게다가 플레이어마다 관심사도 다르고 집중하는 부분도 달라서 이런 상황도 많지.


마스터-네 여러분은 다 잡혔어요. 그러게 도망가셨어야죠.

플레이어-네? 도망갈 길도 없다면서요. 막힌 통로라면서요?

마스터-아까 창문이 있다고 그랬잖아요. 그거 깨고 뛰어내리면 되잖아요? 답답들하시네ㅎ

플레이어-? 여기 4층이라면서요. 그리고 창문이 있다고 말했던가요?

마스터-아까 그랬잖아요. 그리고 4층이어도 뒤에서 괴물이 오는데 안뛰어내릴거에요?

플레이어-.....(이 씨발새끼 좆같네)


여기서 마스터는 그냥 복도설명을 하면서 창문이 있고...복도끝이 막혔고...하고 뭉뚱그려서 서술하고 끝내서 플레이어들이 써먹을 생각을 떠올리지 못한거임.

알피지하면 계속 집중하는것도 피곤한 일이고 수 시간동안 계속 정보가 쏟아지기 때문에 그걸 다 예민하게 듣고있다간 녹초가 됨.

결국 자기에게 중요한거 아니면 대충 다 흘려버린다고. 특히 세션이 후반부라면 더 그럼.


그럴땐 적어도 캐릭터중 한명이 복도를 걷다가 유리창에 자기 얼굴이 비치는걸 본다던가.

창밖에 벽에 고정된 빗물받이 배수관을 잡고 기어올라온 도마뱀이 유리창을 기어가는걸 보고 깜짝 놀란다던가 하는 장면을 넣어줘야 함.

그럼 플레이어들에게 여기 유리창이 있고, 밖에 배수관이 있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음.


이제 뒤에서 괴물이 쫓아오고 복도가 막혀있다? 그럼 창문을 열고 기어내려가려고 할거임.

있는지 없는지 설명도 희미했던 창문을 깨고 무작정 4층높이에서 다이빙하는 대신에 말야.


옛날 애니메이션들 보면 배경이 수채화풍으로 그려져있는데 바위나 나무 한그루만 외곽선이 진하게 칠해져있는 경우가 있음.

그럼 그거 보고 대충 눈치까는거지. 저 바위를 들어올려서 던지건 나무를 뽑아버리건 하겠구나.

뭔가 장면에 등장시키고 싶은 기믹이나 사물을 강조하고 싶으면 미리 그걸 도드라지게 해주는 선언이나 씬을 설계해두면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