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작품 모두 두 명의 남자가 폐가에서 귀신 잡는 이야기다. 그런데 뭐가 다르냐고?
1. 등장인물
<금단의 저택>(이하 <금>)에서 레이드를 뛰러 가는 두 남자는 골동품 수집가이자 옛 이야기 모으는 걸 좋아하는 삼촌과 워너비 조카다. 러브크래프트 소설 좀 읽어본 독자라면 이 대목부터 정말 러브크래프트 스럽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사람이 레이드를 뛰는 동기가 무척 모호한데 순전히 사악한 것을 퇴치하고자 하는 정의감과 탐구심에서 기인한 것 같다.
<비둘기는 지억에서 운다>(이하 <비>)의 등장인물들은 흥미롭다. 먼저 친구랑 같이 남부 마을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들른 흉가에서 혼자 살아나온 심약한 여행자가 등장한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속에 나올 법한 이미지의 남자다. 여행자는 혼비백산해서 뛰쳐나와 주변을 지나던 카운티 보안관에게 도움을 청한다. 로버트 하워드의 독자들로 하여금 솔로몬 케인을 연상시킬 법한 보안관이다. 쨌단 이야기를 읽는 내내 이 두 캐릭터간의 시너지가 발생하는데 정말 흥미롭다.
이 두 사람이 레이드를 뛰는 이유는 명확하다. 여행자는 친구를 살해한 범인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위해, 보안관은 사건의 진범을 잡기위해서다.
2. 폐가에 얽힌 사연
<금>에서는 러브크래프트 소설 답게 서류와 신문기사, 설화부터 뒤진다. 폐가에서 살던 사람들이 줄줄이 죽거나 미치는데 지하에 뭔가 불가해한 존재가 있음을 눈치채게 된다.
<비>에서는 보안관이 아는 어느 늙은 부두 주술사에게 물어본다. 그는 그 저택의 권위적인 여주인과 물라토 아가씨(흑인과 백인의 혼혈) 사이에 있었던 갈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두술사는 물라토 아가씨의 애원에 못이겨 사람을 언데드로 만드는 약의 조제법을 알려준다.
3. 귀신의 정체와 잡는 방법
<금>의 귀신은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흡혈귀다. 조카는 귀신을 잡기위해 에테르 발광기 같은, 고스트 버스터즈에나 나올법한 장비와, 1차세계대전 때 쓰인 군용 화염방사기를 동원한다. 그래도 효력이 없자 황산을 잔뜩 가져다 들이붓는다.
<비>의 귀신의 정체에는 약간의 반전이 있다. 부두 주술에 의해 만들어진 그 괴물은 시체의 혈액을 뽑아 조종하는 능력이 있다. 이 괴물의 약점은 납탄이다. 즉 총으로 쏘면 죽는다. 심플하기 그지 없다.
이렇게 써놓고 \"두 작품 중에 어느게 더 재미져 보이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로버트 하워드의 작품을 고를 것 같다. 나는 장르의 차이라고 이야기하고싶다. 두 작가의 작풍을 영화에 비유하자면 로버트 하워드는 액션 활극이고 러브크래프트는 취재 형식으로 구성된 페이크 다큐다.
크툴루 신화를 공유하는 작가들은 많고 러브크래프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나름의 방법으로 즐겨주었으면 하는 것이 올드 팬의 바람이다. 냐루코가 되었든 데몬베인이 되었든 간에 ㅋ
추가
룰북에 이상하리만치 다양한 총기가 등장하는 걸 보면 coc는 순전히 러브크래프트만의 세계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성글 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