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시디언 작전은 델타 그린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였음. 다만 이 사건은 델타 그린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옛날에 이래서 X망하고 델타 그린이 숨어다님"이라는 배경이었고, "대충 10년 전에 이래서 X망한 델타 그린에 생기가 돌아옴"이라는 배경을 추가한 신판에서는 더 오랜 옛날인데 그 시절 배경 룰인 델타 그린의 몰락(The Fall of Delta Green)에서는 좀 더 자세히 설명되고 "대충 이랬으니 적당히 전개해 보셈" 뭐 그런다. 델타 그린이라는 조직이 어떤 식으로 굴러갔나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 중 하나니 소개해 봄.


배경

사첼 웨이드(Satchel Wade) 대령은 1950년대에 해병대에 입대해 군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한국에 파병을 갔음. 한국에서는 화순 지방에서 빨치산을 때려 잡았는데, 대한민국 군경이 아닌 미군이 빨치산을 때려잡은 이유는 사실 이 친구들이 진짜 빨치산이 아니라 오래고대(Olaegodae)라는 (케네스 하이트의 한국에 대한 센스 부족을 드러내는 이름과 설정의) 사교도 산악 부족... 이었기 때문이다. 하여간 웨이드네 부대는 사교도들을 죽이고 얘들의 상징이던 검은 비석(Black Monolith, 로버트 E 하워드의 작품에서 언급된다)을 파괴함. 델타 그린의 채용 전략 중 하나는 이미 이렇게 초자연적인 요인에 의한 개판을 "이미 본" 사람을 영입하는 거고, 그렇게 영입된 웨이드는 해병대와 델타 그린 양쪽에서 승진을 거듭해서 1960년대 후반에 해병대 대령이 됐고, 델타 그린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올라갔다. 문제는 이 양반이 이걸로 만족을 못해서 델타 그린의 최고 결정권을 갖는 집행위원회에 들어가고 싶어했는데, 그러기에는 정치적 연줄이 별로 없었다는 거임. 그래서 웨이드가 생각하기에는 집행위원회에 들어갈 방법은 딱 하나, 죽어라 구르면서 그럴 만한 공을 세우는 거였다.


기획

동남아 지역에서 빨갱이와 싸우는 척 하면서 빨갱이 대신 초자연체나 사교도를 잡아죽인다거나 그러던 델타 그린 활동 도중 웨이드는 캄보디아인 정부를 두었는데, 이 여자는 그냥 정부가 아니라 사실 쵸-쵸(Tcho-Thco) 족 내지는 그 끄나풀이었고, 웨이드도 그 때문에 이 여자를 곁에 둔 것으로 추정됨. 하여간 그래서 웨이드는 이 여자와 그 뒤에 있는 쵸-쵸족의 초자연적인 수단을 이용하면서까지 여러 작전을 기획하고 성공시켜왔고, 그러다가 검은 부처(Black Buddha), 혹은 앙카(Angka)라고 불리는 초자연적 존재를 숭배하는 다오 삼(Dao Sam)이라는 사교도 집단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됨. 얘 생각에는 이 집단의 거점을 파괴하는 데 성공하면 자기가 집행위원회의 일원으로 진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같았고, 그래서 그럴 작전을 기획한다.


실패

근데 이 당시에는 미국이 캄보디아 침공을 아직 안 한 상태였으므로 캄보디아 국경을 넘어가는 이 작전이 외부에 들키면 곤란했고, 집행위원회에서도 딱히 이걸 허용할 것 같지 않았는지 웨이드는 몰래 독단적으로 대충 3개 중대 +@의 병력을 캄보디아에 있는 다오 삼의 거점에 투하해 공습하기로 함. 근데 이때까지 얘가 의존해 온 쵸-쵸는 사실 엘더스크롤의 카짓만큼이나 못 믿을 새끼들이어서(가끔 이해가 일치하면 믿을 만한 놈도 나오긴 하는 듯) 이 작전은 시작부터 정보가 다오 삼 쪽에 새어나감. 덕분에 대충 수송기 절반이 초자연체들에게 공중 요격을 당하고 뭐 그랬고, 작전에 투입된 병력 중 100여 명 이상이 검은 부처를 이 세계에 강림시키기 위한 제물로 바쳐져서 하여간 뭔가가 이 세계에 튀어나옴. 작전이 실패로 끝나자 웨이드는 공습을 요청해서(사실 이 시기에 메뉴 작전이라고 델타 그린과는 별개의 비밀 작전으로 미 공군이 계속 캄보디아 국경 지대 공습을 하고 있었다) 사원과 거기서 나온 초자연체 및 기타 등등을 모두 날려버리고 작전에 투입된 인원들을 모두 탈영병 등으로 처리해 버림.


결말

일단 초자연체는 조졌으니까 웨이드는 입 씻고 발 닦고 자나 했는데 저기서 몇 명이 살아나왔음... 당연히 자기들이 짬처리된 걸 알고 개빡친 생존자들은 아돌푸스 레푸스와 도날드 포라는 두 부사관을 중심으로 뭉쳐서 웨이드의 사령부를 습격해 그와 정부를 죽여버린다. 이후 두 친구의 운명도 가관인데, 아돌푸스 레푸스는 이후 진짜로 탈영해서 인도차이나의 정글로 숨어들었다가 CIA에 포섭되어 '더러운 일'을 하게 되고, 나중에는 델타 그린 최대의 적이었던 Majestic-12 소속 특수부대 NRO Delta 지휘관이 되었다가 Majestic-12의 수뇌부가 몰락할 때 (영원히) 실종되고... 도날드 포의 운명에 대해서는 델타 그린 핸들러스 가이드에 아주 잘 나오니 생략.


한편 이 작전은 위에서 말한 대로 당시까지는 공식 조직이었던 델타 그린의 운명을 아주 크게 바꾸는데... 미군 수백 명이 그냥 죽은 거도 모자라 현재 미국과 전쟁 중도 아닌 캄보디아 국경을 넘어가서 죽었다는 게 소문이 나면 난리가 날테니 국방부가 조사 겸 입막음에 나서서 소문이 나는 것을 막으려 했고, 마침 몇 개월 후에 캄보디아에 우익 쿠데타가 터진(사실 CIA가 지원했다는 썰이 파다한) 틈을 타서 미군이 캄보디아 국경을 넘어가 공산 게릴라를 조지는 작업에 나서게 되자 이 이야기는 어느 정도 덮이는 듯 했다. 근데 예상보다 캄보디아 쪽 게릴라들의 저항이 거세서 작전이 생각대로 잘 안 되자 그 책임이 한 발 먼저 국경을 넘어 작전을 벌여서 "대비할 기회를 준" 델타 그린에게 돌아가게 됐음... 결국 델타 그린은 이런저런 책임을 물게 되어서 1970년 여름에 공식적으로 해체되었고, 이 이후 21세기까지 델타 그린은 존재하지 않는 / 해서는 안 되는 비밀 조직인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각각의 요원들이 적당히 국가 예산을 삥땅하거나 생활비를 아끼고 자기들 시간을 쪼개어 미국을, 나아가서 인류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예를 들어서 이렇게 비밀 조직화 된 델타 그린의 첫 작전인 빙고 작전(Operation Bingo)은 미 공군의 폭격 작전 / CIA의 베트콩 색출 작전 관련 서류 같은 걸 좀 손 봐서 베트콩 대신에 쵸-쵸나 사교도를 수색해 조지도록 유도하는 거였음.


여담으로 델타 그린의 음모론 중 하나는 웨이드가 쵸-쵸들에게 속아넘어간 게 아니라, 옵시디언 작전 자체가 처음부터 쵸-쵸들에게 의도적으로 노출되어 "실패하도록" 기획된 거고 그 이후에 대량의 산 제물을 받아먹고 강림한 검은 부처를 상대로 공습을 해서 완전히 날려버리는 게 웨이드, 어쩌면 (이 작전 전체를 비밀리에 승인한) 집행위원회의 진짜 계획이었다는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