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합니다. 새로운 서플리먼트에 대해 듣는다면, 어른들은 본질적인 것에 대해선 물어보는 일이 없어요. "무슨 컨셉의 피트가 있니?" "어떤 전개가 마음에 드니?" "다른 사람들에게 어느 부분을 꼭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니?" 따위의 질문은 절대 하지 않아요.
그 대신 "그 피트가 선결사항으로 요구하는 피트는 몇개니?" "그 프레스티지 클래스는 BAB를 얼마나 주니?" "그 무기는 피해 주사위로 무얼 굴리니?" "그 괴물의 CR은 몇이니?" 따위를 물어봅니다. 그래야만 그 책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고 믿지요.
만약 어른들에게 "아버지를 실망시키지 않고자 항상 전력을 다하는 딸과, 그런 딸의 고생을 알면서도 그 아이가 안주해버릴까 쉬이 칭찬하지 못해 서로 엇갈리는 부녀의 서사를 가진 PC를 만들었어요"라고 설명하면 그들은 어떤 인물인지 잘 연상해내지 못해요. 그 대신에 "인간 4레벨 파이터인데 d20+10에 2d6+15이며 그레이터 클리브가 있어요"라고 말해야 하는겁니다. 그때서야 어른들은 "아, 그것 참 멋진 빌딩이구나!" 하고 말하게 되는 것이지요.
오늘 레벨업 시키고나서 명중 피해 굴림값 미리 적어두며 떠드는데 문득 떠오르더라. 숫자 이야기만 하고 있는건 나였어...
인간 4레벨 파이터가 무기 전문화도 아니고 그레이터 클리브를 찍은 시점에서 이미 멋진 빌딩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