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pg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룰의 해석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때가 있을 것이다.
흔히 GM의 룰 적용에 불만을 토하면 룰치킨이라고 매도당하기 일쑤이지만 GM도 틀릴 때가 있으므로 꼭 틀린 것은 아니다. 특히, 서사룰의 경우 창의적인 플레이가 막힐 때가 있으므로 룰의 해석 문제는 늘 따라온다.
그렇다면 TRPG 룰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 법학에서 쓰는 방법을 가져와 보자.
법학에서 말하는 해석이란 기본적으로 학리해석과 유권해석으로 나뉜다.
유권해석이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법에 대해 해석한 바이다. 흔히들 아는 판례가 바로 유권해석 중 하나이다.
학리해석이란 학자들이 법에 대해 해석한 바이다. 보통 학설이 나뉜다고 할 때 학설이 학리해석이며 판례는 이들 하나의 해석을 택해 정해질 때가 많다.
이들 중 무엇을 선택해야 되는가? 일단 GM의 위치는 판사니까 유권해석을 해야 할 것 같다. 옛날부터 그랬다는 사실에 토 달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그러나 모든 GM이 리플레이집을 꿰고 있는 것도 아니고 경력이 많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룰치킨들이 요상한 리플레이를 들고 와서는 왜 우리는 안 되느냐고 따지면 GM의 속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일단 학리해석이 중요하다. 학리해석을 익히면 나중엔 자신의 판단을 기준삼아 유권해석도 가능해진다.
학리해석에는 4가지가 있다. 문리해석, 논리해석, 역사적 해석, 목적론적 해석이다.
문리해석이란 개념을 밝히고 그 개념을 사용하는 방법을 고려하여 해석하는 방법을 말한다. 보통 사람들이 법을 해석한다고 할 때 이 해석을 떠올리곤 한다. 그만큼 기초적이며 기본적인 방법이다.
논리적해석이란 다른 법규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해석하는 방법을 말한다. 가령, 체포의 요건과 구속의 요건은 같지만 명백히 구속이 체포보단 까다로워야 할 것이다. 그래서 체포는 범죄의 사실이 객관적이면 충분하지만 구속은 범죄의 사실이 유죄로 입증될 정도를 요구한다. 가끔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으면 언론이 소란을 떠는 이유가 법원이 유죄로 입증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역사적해석이란 입법 당시 입법자의 생각을 고려하여 해석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형사소송법에 보면 체포영장의 예외로 체포를 위한 피의자 수사라고 쓰여 있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서 수사는 수색을 의도한 것이다. 법학에서 수사와 수색은 각각 다른 의미로 쓰이므로 이런 부분은 역사적 해석을 통해(그리고 논리적 해석도) 판단한다.
목적론적 해석이란 법의 목적에 따라 법을 해석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김영란법의 목적이 부패척결에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김영란법의 해석에 대해 학설이 나뉠 때 다른 규정과 충돌하지 않는 내에서 부정부패를 충실히 막는 쪽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 경우라면 아마 공무원에게는 불리한 쪽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다.
조금 어렵다. TRPG의 경우로 바꿔 보자
룰에 적힌 대로 적용해야지=문리해석
다른 규칙을 고려해야지=논리적 해석
제작자의 의도를 따라야지=역사적 해석
TRPG의 목적을 따라야지=목적론적 해석
당연한 소리를 나열해놓은 것 같다. 누구나 고려하는 점이니까. 게다가 이 중 하나의 해석방법만 고집할 경우 그 플레이가 터질 것은 명백하다. 모두 상황에 맞게 써야한다.
하지만 여기서 무슨 해석방법을 최우선으로 두어야 하는가가 이 글의 핵심이다. 해석 방법들은 모두 중요하지만 중요성은 법마다 모두 다르다. 형법에서는 아무래도 문리해석을 중요시하게 된다.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법에서는 목적론적 해석을 중요시한다. 현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이다. TRPG도 룰인 이상 차이가 있을 것이다.
다른 의견은 있겠지만 일단 목적론적 해석이 제일 우선이다. TRPG의 본질은 게임이며 게임의 본질은 상호작용을 통한 즐거움에 있다. 따라서 게임의 즐거움을 해친다면 GM은 룰치킨을 단호히 척결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법 해석에서도 목적론적 해석이 다른 해석을 누르고 다수설이 될 때가 많다.
그 다음은 역사적 해석이다. 쓰는 룰마다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D&D를 하는데 드워프 한 명, 미소녀 세 명으로 구성된 파티를 꾸려진다면 대부분의 GM은 (물론 아닌 사람도 있을 테지만) 딴 룰이나 하라고 플을 터뜨리고 싶을 것이다.
그 다음은 논리적 해석이다. 예를 들어 럭키 피트가 다른 것에 비해 지나치게 사기라고 여겨지면 단순한 2번 굴림 정도로 바꿔서 해석한다면 럭키 피트를 쓰고 싶은 사람을 위해 탈출구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은 문리해석이다. 기본이긴 하지만 이거 못하면 데이터룰은커녕 TRPG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으니 성실히 하자.
즉, 내 사견이지만 TRPG에서는 목적론적 해석-역사적 해석-논리적 해석-문리해석 순으로 중요하다.
여기서는 데이터룰과 서사룰, 기타 룰들 사이에 있는 차이점은 고려하지 않았다. 데이터룰은 아마 문리해석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이 우선순위는 명백하게 의견 충돌이 있을 곳에 써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아무런 불만도 없는 (혹은 없을) 상황에서 룰북에 명료하게 인간은 4m까지 뛸 수 있다고 적혀 있는데 그냥 8m라고 해버리면 안 된다. 마음대로 하우스룰을 투입하는 것도, 제작자가 이런 플레이는 지양하라고 하는데 그냥 하는 것도 좋지 않다.
마지막으로 간단히 정리해보겠다.
“그냥 파티 성향 따라서 합의 봐.”=목적론적 해석
“그 룰은 그렇게 플레이 하는 거 아님.”=역사론적 해석
“그거 다른 규칙 보면 이렇게 나와 있음.”=논리적 해석
“걍 쓰여 있는 대로 해.”=문리해석
모두 자신에게 맞는 해석 방법을 통해 즐거운 플을 하자.
A는 B 할 수 없다는 룰이 없는 상황이라면...:
문리 해석: 할 수 없다는 얘기가 없으니 할 수 있음.
논리적 해석: 특별히 자원을 소모해야 하는 요소인 C는 B 할 수 있다는 룰이 있음. 누구나 B 할 수 있다면 이런 문구가 없을테니 A는 B 할 수 없음.
역사적 해석: 에라타나 현자의 조언 등에 보면 A는 B 할 수 없다고 함.
목적론적 해석: 우리 팀에는 C가 있는데, B 역할은 C에게 넘기는게 낫지 않을까? 우리 테이블에선 A는 B 할 수 없다고 GM이 결론 내림.
라는것?
A를 위저드로, B를 조용히 주문쓰기로, C를 섭틀 메타매직 배운 소서러로 바꿔서 해석하면 되겠네 - dc App
거의 정확함
위저드랑 소서러는 얘기가 좀 다르지 않냐? 주문시전요소 중 목소리는 소곤소곤 말하기 같은 꼼수는 인정 안 하잖아.
위쟈소서는 로타쟝이 한 얘기는 아니니깐~ㅎㅎ
나도 님한테 한 얘기는 아님~ㅎㅎ
댄디에는 RAW(Rules as Written)랑 RAI(Rules ad Intended)의 대립은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지. 룰이 지원하는 서플이 풍부하고 상세함과 현실성, 논리성을 중시했던 쩜오는 RAW가 제일 성행한듯 뭐 어쨌든 RAF(Rule as Fun)은 기본이긴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