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Ages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저질인 물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도 한두 번 해보면 재밌지만 장기 캠페인 하기는 조금 미묘하다 싶은 물건이더군요. 무엇보다도 현대 Changeling: the Dreaming과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다르고, 감수성도 다릅니다. 그래서인지 소개글도 별로 없길래 짤막하나마 간단한 소개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1. 배경 - 요정..? 옛 시대의 소신(小神)들


태초: 현대의 요정들은 너무나도 힘이 약해지고, 이 세상에서 이질적인 존재가 된 나머지, 인간들 속에 기생해서 숨어살지 않으면 존재할 수도 없는 것들이 됐습니다. 체인즐링의 "번데기(Chrysalis)" 과정만 봐도 사실상 이들이 인간을 숙주 내지는 방호복 삼아서 간신히 살아간다는 것을 알 수가 있지요(그 과정에서 본래 있었던 인간의 혼은 어떻게 되냐는 얘기도 있지만, 진실은 저 너머로). 하지만 요정들이 언제나 이렇게 물에 녹는 설탕과자처럼 취약한 존재였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요정은 WoD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막강한 권능을 지닌 존재들이었으며, 고대시대에 인간들은 요정들을 신으로 여기고 숭배했습니다. 요정을 반어적으로 "친절하신 분들(Kindly Ones)"이라 부르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지요.


 최초의 요정들은 세상 자체와 탄생을 같이 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세상은 어느 순간부터 창조의 안개(Mist of Creation), 혹은 단순히 미스트(Mist)라고만 부르는 신비한 힘의 안개 속에서 형성됐습니다. 그리고 그 창조의 안개로부터 최초의 요정들인 진요(true fae), 퍼스트본(Firstborn)들이 세상과 함께 태어났다고 합니다. 이들은 세계가 생겨난 순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혼돈의 힘을 지닌 가장 오래되고도 강대한 존재들이었습니다. 비록 퍼스트본은 미스트로부터 분리되어 자신들의 고유한 존재를 획득한 순간부터 다시 미스트와 융화될 수는 없는 몸이 됐지만, 여전히 미스트에 속한 마법적 존재였고, 언제라도 자신을 매개로 미스트를 끌어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생겨난 것들이 원초적 자연력의 현현인 인아니마에(Inanimae)였습니다. 이들은 불, 물, 바람, 대지 등의 가장 오래된 원소로 이루어진 존재들이었고, 퍼스트본 만큼은 아니어도 무척이나 능란하게 미스트의 힘을 끌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 오랫 동안 새로운 종류의 요정은 생겨나지 않았지만,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인간들이 나타났을 때, 몇몇 요정은 자신들만의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체인즐링(Changeling)을 만들었습니다.


 퍼스트본들은 태초의 혼돈과 가능성 자체인 미스트의 힘을 끌어와 원하는대로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어렸을 때 세상은 아직 무한한 가능성으로 차 있었고, 다른 생물들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생겨난 직후 점차 미스트가 걷히며 일정한 패턴을 이루어갔습니다. 이러한 자연적 패턴들로부터 인아니마에가 나타났습니다. 인아니마에는 세상을 점점 예측 가능한 곳으로 만들어갔기에 순수한 혼돈의 존재들인 퍼스트본들과 대립했습니다. 퍼스트본들은 인아니마에라는 어린 친척들이 자신들의 장난감을 빼앗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기에, 세상에 예측할 수 없는 요소를 배가하기 위해 대량의 미스트를 끌어와서 새로운 창조물들을 풀어놨습니다. 퍼스트본들이 만든 것들은 바로 생물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퍼스트본들의 예상과는 달리 세상은 더욱 다양해지기는 했어도 점점 더 패턴화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처음에는 서로 무리를 지을 이유가 없던 요정들도 점차 서로 마음에 드는, 혹은 싫어하는 세계의 속성에 따라 네 가지 방향으로 극화되기 시작했고, 결국은 궁정(Court)이라고 하는 네 개의 무리를 만들었습니다. 이들 네 개의 궁정이 바로 네 계절을 상징하는 계절 궁정들이었습니다. 처음에 네 개의 궁정은 각각 네 개의 땅으로 영역을 나누어 싸우지 않고 살아갔습니다. 그러나 곧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계절 전쟁: 역사적으로 특정할 수는 없는 원시의 어느 시간대에 가을의 땅에 살던 한 인간 무리가 거대한 불길을 일으켰습니다. 이 불은 가을의 땅에 있는 모든 것들 집어삼키며 날로 커졌고, 결국은 다른 계절의 땅으로까지 번졌습니다. 봄의 땅에서는 무수한 생물들이 죽었고, 여름의 땅에서는 사막의 모래가 녹아 검은 사암이 됐으며, 겨울의 땅에서는 눈과 얼음이 녹아 물이 되었습니다. 결국 이 불은 꺼지고 말았지만 네 개의 궁정은 모두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겨울 궁정은 인간들을 모두 죽여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겨나지 않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봄 궁정은 이 또한 발생할 수 있는 자연적인 사건의 범주 내에 있으므로 처벌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여름 궁정은 인간들을 멸절시키지는 않되 그 수를 줄여 더 사고를 치지 못하게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반면 가을 궁정은 단순히 어떻게 야만적인 짐승에 불과한 인간이 그처럼 커다란 불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지 궁금해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사실 요정들은 인간들이 언제부터 나타난 종인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심지어는 이게 자신들이 만든 창조물이 맞는지도 알지 못했지요.


 네 궁정은 저마다 세상과 인간에 대해 다른 조치들을 취하길 원했고 의견의 합치는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결국 보다못한 끝에 봄 궁정에서 처음으로 다시 한 번 미스트로부터 대량의 힘을 끌어내 엮어서 세상을 변화시켰습니다. 그렇게 해서 봄 궁정은 세상 전체를 봄의 땅처럼 생명이 만개하고 따스한 환경으로 바꾸어놓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요정들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 다음에는 여름 궁정이 똑같은 일을 저질러 세상을 온통 여름으로 바꾸어놓았고, 그 다음은 가을, 그 다음은 겨울이 이 일을 반복했습니다. 결국 이런 방식으로 세계의 패권을 뺏고 빼앗길 반복하던 요정들은 상대를 처치하지 않는 이상은 무의미한 쟁탈전이 계속 반복될 거라고 여겼습니다. 그렇게 네 개의 계절 궁정은 서로를 제거하고 세계라는 장난감을 독점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요정들은 미스트로부터 막대한 힘을 끌어와 세계를 변모시키고, 또 파괴시켰습니다. 네 궁정의 요정들은 때로는 직접 싸우고, 때로는 대리자들을 통해 싸웠습니다. 이 시절의 이야기는 많은 경우가 인간들 사이에서 신화로 남아있습니다. 켈트족은 여름 궁정과 겨울 궁정의 전쟁을 투아하 데 다난과 포모리안의 전쟁으로 보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고대 헬라인들은 요정들 사이의 불화를 티타노마키아와 기간토마키아로 보았고, 메소포타미아에서는 티아마트와 마르두크의 싸움으로 보았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많은 요정이 다른 괴물들과도 관계됐습니다.


 고대 발트해에서는 봄, 가을, 겨울 궁정이 지역의 패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다 이내 협정을 통해 최종 승자를 가리기로 하고 한 장소에 모였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나온 면면을 보니 봄과 겨울 궁정은 모두 외교관이랍시고 최고의 전사들과 주술로 매료시킨 인간 영웅들을 보내왔었습니다. 오직 가을 궁정만 한 명의 외교관과 한 명의 조언자를 보냈지요. 하지만 그 조언자는 요정도 인간도 아닌 흡혈귀였습니다. 그것도 아주 오래 전에 광기에 물든 핏줄의, 아주 오래된 뱀파이어였지요. 이 뱀파이어는 봄과 겨울 궁정의 전사들을 모두 미치게 해서 고통받게 하다가 가을 궁정의 제안에 무조건적으로 동의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13세기에도 리투아니아에서 간혹 열리는 "피의 평화"라고 하는 괴물들의 모임에서는 가을 궁정이 모든 요정들을 대표해서 나타나며, 이 뱀파이어의 후손이 중재자로 참석합니다. 그리고 모든 가을 궁정의 요정들은 이 뱀파이어를 존중하지 않을 경우 이성을 잃고 광기에 물들어 스스로를 잃고 만다는 "맹약(Oath)"이 걸린 상태지요.


 또한 고대 아일랜드에서는 여름 궁정이 늑대인간들을 속여 겨울 궁정의 요정들을 살해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고결한 신들로 가장하고 나타난 여름 궁정의 요정들은 저 흉측한 "포모리안"들을 물리치게 도와달라고 요청하며 철제 무기들을 쥐어주었고, 늑대인간들은 겨울 궁정의 요정들을 힘겹게 사냥했습니다. 일설에 따르면 겨울 궁정의 한 거인 요정을 살해하기 위해 여러 무리가 뛰어들어야 했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늑대인간들은 자신들이 여름 궁정의 요정들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내 여름 궁정에게 복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요정이 순수한 철에 약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것은, 늑대인간들이 자신들의 인간 친척에게 요정들의 약점을 누설해서 퍼트린 결과라고도 합니다. 반면 요정들은 인간 영웅들을 홀리고 늑대인간이 은에 약하다는 사실을 말해주었지요.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치명적인 무기를 들고 서로를 사냥한 일은 요정들 사이에서 "은과 철의 전쟁"으로 불리며 아직도 회자됩니다.


 그러나 결국 "돌의 전쟁"으로 불리는 약 기원후 4세기 초의 전쟁으로 인해 네 궁정은 모두 지도자를 잃었고, 몇 안 남은 생존자들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채 고향으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그 후로 무수한 세월 동안 각 궁정의 요정들은 저마다의 영역(일종의 주머니 차원; 고분 아래로 들어가면 땅 속 요정 궁전이 나오는 식)으로 돌아가 칩거하며 상처를 회복해야했습니다. 마치 아서왕처럼 말입니다. 요정마다 어느 정도의 힘을 되찾고 깨어난 시기는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약 11~12세기에는 회복하여 활동을 재개합니다.


세상으로 돌아오다: 살아남은 요정들은 놀랍게도 세계가 전과는 너무도 달라진 것을 발견합니다. 세상을 둘러싸고 있던 미스트는 이미 너무도 많이 "걷히고 말았고," 이 혼돈과 신비의 힘을 끌어오는 것은 옛 시절에 비해 너무 힘든 일이 됐습니다. 과거에는 무한한 것처럼 보이는 저수조에서 무한정으로 물을 퍼다 썼는데 어느 순간에 물이 저수조의 1/3도 안 남은 것을 발견한 셈이었지요. 또한 한 가지 충격이 더 있었습니다. 이는 바로 교회의 존재였습니다. 과거에 요정들은 그들 자신이 옛 신들로 군림했습니다. 요정들도 유대교나 예수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돌의 전쟁"의 깊은 상처를 회복하고 다시 이 세계로 돌아온 요정들은 곳곳에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한 목수 신의 신전들이 있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기도문이나 종소리가 자신들에게 실제로 끔찍한 고통을 주어 도망치게 만드는 불가사의한 현실에 직면했습니다. 이처럼 알 수 없는 이유로 요정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효과를 "메아리(Echoes)"라고 합니다.


 세상이 어릴 때 요정들은 메아리에 덜 취약했습니다. 세상이 아직도 변화무쌍한 원초적인 힘인 미스트에 감싸였을 때는 요정들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존재였지요. 하지만 세상이 점차 패턴화되고 미스트가 희미해짐에 따라 혼돈의 존재인 요정들은 점차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이제는 고대에 맺어진 맹약, 혹은 저주, 아니면 그저 알 수 없는 이유들로 무수히 많은 메아리들이 존재합니다. 마치 많은 전설들 속에서 요정과 악마들이 저마다 괴상한 약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름을 거꾸로 외우면 폭발한다거나, 거울을 바라보면 사라진다거나, 초대 없이 집에 들어가면 힘을 잃는 등... 당연히 원시에 그랬던 것처럼 미스트로부터 혼돈의 힘을 대량으로 불러와 세상을 뒤바꾸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 됐습니다.


 어떤 요정도 세상이 왜 이렇게 변해버린 것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일부 요정들은 신학적 탐구를 통해 이 기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며, 어떤 요정들은 사실 자신들이 기억하지 못할 뿐 타락한 천사들이 아니었는지 의심하기도 합니다. 사실이야 어쨌건 세상은 요정들에게 낯설고 위험한 장소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에 네 궁정은 협정을 맺어서 12세기부터 13세기까지 서로 싸우지 않고 이 변해버린 세상을 탐구하고, "돌의 전쟁" 이후로 소실된 많은 힘들을 되찾기 위한 휴전 기간을 갖기로 결정합니다.


맹약: 이미 고대세계를 무대로 패권전쟁을 벌이던 요정들은 점차 자신들이 총력을 다해서 미스트로부터 모든 힘을 끌어와 싸운다면, 승자가 누구든 간에 상으로 다 박살난 세계만 갖게 될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정들은 세상에서 전장을 몇 곳으로 한정해서 싸웠는데, 이로 인해 어떤 요정들은 자기 근거지로부터 멀리 떠난 곳에서 궁정을 위해서 싸워야만 했습니다. 이 때문에 요정들은 인간이나 다른 괴물들과 "맹약"을 맺어야만 했습니다. 맹약은 종류에 따라 그 대상의 범주가 달랐습니다. 태초에 맺은 황금의 맹약은 반도 전체에 사는 한 문명을 상대로 할 정도였지만, 돌의 맹약은 기껏해야 한 가문을 상대로 하는 정도였습니다. 이 맹약에 따라 요정들은 여러 기묘한 조건들을 통해 맹약자에게 힘을 주는 대신, 자신 또한 계약자로부터 일정한 봉사의 이행을 요구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경우 이 봉사의 내용을 맹약자들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매 해마다 특정한 날짜에 집 앞에 크림 한 사발을 준비하라는 등의 알 수 없는 조건도 있었지요. 그러나 어쨌든 이 맹약들은 알고 하든 모르고 하든 간에 힘을 발휘했습니다.


 맹약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구성됩니다.

1. 요정이 해주는 것 - 나는 이렇게 해주겠다(I will...) ex: 나는 감히 네 가문의 성원을 위협하는 자가 있다면 대신 죽여주겠다(돌의 계약 4점).

2. 인간이 해주는 것 - 만약 네가 이렇게 해준다면 말이다(if you...) ex: 나를 기리는 의미에서 한 해마다 한 명씩을 인신공양해준다면(돌의 계약 4점).

3. 요정의 맹약이 깨지는 조건 - 이리 된다면 내 맹약은 깨어질 것이다(I will fail my oath if) ex: 만약 내가 그러한 위협이 응징받지 않고 넘어가게 둔다면(돌의 계약 4점).

4. 인간의 맹약이 깨지는 조건 - 이리 된다면 네 맹약은 깨어지고 고통받을 것이다(You will fail the oath and suffer the wrath of the bond, if...) ex: 한 해라도 인신공양을 하지 않거나, 희생물을 인간이 아닌 동물로 대체한다면(돌의 계약 4점).

5. 맹약이 깨진 데 대한 처벌 - 만약 맹약이 깨어진다면...


 이 맹약은 요정들의 본질인 혼돈에서 기인되는 약점인 "메아리"로부터 요정을 보호해주는 힘을 주었습니다. 요정의 패턴을 짜는 힘인 "엮음(Weaving)"으로 구성되는 계약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맹약은 요정들이 자신들의 변화무쌍한 정수 중 일부를 인간에게 묶어서 그 존재를 안정화시키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요정들은 인간들과의 맹약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보다 안정적으로 이 세상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됩니다. 맹약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 요정들은 메아리에 극히 취약합니다. 따라서 맹약을 어기는 것 자체는 인간에게 초자연적인 저주를 유발하지는 않지만(대신 요정이 직접 깜), 요정들은 맹약이 없으면 메아리로부터 안전할 수 없고, 또한 맹약이 자신에 의해 파기될 경우 새로운 메아리에 의한 제약이 생기므로, 맹약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맹약을 새로 맺고, 갱신하고, 유지하는 것은 요정들이 인간들과 맺는 주요한 관계가 됩니다. 이 부분은 신토의 가미들 떠올리시면 상상이 쉽습니다.


옛 신들의 마지막 발악: 하지만 12세기에 다시 깨어난 요정들이 인간들과의 계약을 갱신하고 힘을 되찾는 것은 수단에 불과합니다. 이들의 목적은 여전히 세상을 자신들의 장난감으로 삼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말입니다. 많은 요정들은 이미 중세에는 잠들어있는 옛 시대의 마법과 야수들을 깨워서 세상을 다시 옛날로 되돌리고자 합니다. 잠든 흉포한 용을 깨워 다시 한 번 세상을 떨게 만들고, 차갑고 어두운 바다 속으로 떠났던 옛 거인족을 다시 불러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적어도 중세까지는, "메아리"에 의해 약해지지 않는 한 요정은 정말로 지상을 배회하는 신화 속 괴물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한 시나리오에서는 옛 인아니마에인 "전설의 크로아"가 등장하는데, 이 요정은 검고 붉은 바위로 이루어진 12ft.짜리 Thing(판타스틱 포)처럼 생겼습니다. 이 존재가 일어나는 순간 대지를 따라 흐르는 Vis(Quintessence)의 흐름이 뒤바뀐 나머지 마법사들조차 크로아를 의식할 정도입니다. 심지어 OoH의 설립자 중 하나인 티탈루스는 요정 여왕 중 하나에게 도전하러 갔다가 실종되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대마법사조차도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존재들조차도 시대의 흐름에 완전히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미스트는 걷히고 있고, 메아리는 강해지고 있으며, 이 세상에서 고대의 존재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처럼 강대한 요정이라 해도 옛 시절의 힘과 영광을 되찾는 것은 말 그대로 발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정해진 미래에 그들 모두가 이 세상을 포기하고 다른 움브라로 떠나야만 하는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DA:F는 요정들의 마지막 전성기이자, 마지막 발악입니다.


 그렇기에 DA:F는 어느 정도는 크로스오버를 전제하고 있는 물건입니다. 특히 DA의 모든 라인들을 관통하여 흐르는 분위기 중 하나인 "비-기독교들의 마지막 발악"이 DA:F에서 아주 극단적으로 나타나지요(실제 역사 속에서 이교도들의 영향은 그보다 오래 전에 뽑힙니다만). PC들은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 속에서 선택을 하게 됩니다. 낯설고 이질적인 새 세상에 적응해서 살 것인가, 혹은 옛 세상을 다시 한 번 불러올 것인가. 혹시 길예르모 델토로의 [헬보이 2: 골든 아미]를 보셨다면 이러한 분위기가 잘 파악되실 거라고 봅니다. 뭐, 헬보이가 될 건지 누아다 왕자가 될 건지는 플레이어들의 결정으로 남겠죠.


 이렇게 아주 간단히 DA:F에 대한 배경 설명이 끝났습니다. 매우 축약한 것이지만 대충의 분위기는 전달이 됐을 듯합니다. 만약 관심 있는 분들이 계시고 저도 기회가 된다면, 다음 번에는 각 요정들의 종족에 해당하는 기원(Origin; 퍼스트본, 인아니마에, 체인즐링)과 네 궁정에 대해 소개해보겠습니다.


 글이 매끄럽진 못하지만 탈고하긴 귀찮으니까 아래는 요약.


*요약 1: 태초의 혼돈에서 태어난 게 요정. 본질적으로 혼돈의 존재들임. 세상이 어릴 때는 지상에서 신으로 군림함. 그런데 자기들끼리 세상을 어떻게 가지고 놀 건지를 두고 싸움. 싸우다 서로 너무 심한 부상을 입어서 잠수. 다시 깨어나고 보니 세상이 너무 패턴화되어 있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님. 세상을 다시 예전의 "순수하던" 시절로 되돌리고 싶어서 발악함. 근데 안됨. 인간 입장에서는 싸이코 고대신들.

*요약 2: 엘더 스크롤 시리즈의 데이드라 프린스를 PC로 삼아서 노는 게임.

*추신: 그러고보니 젤라즈니의 앰버 연대기나 그림자 잭이랑도 비슷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