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Chummer들아
어제는 처음으로 헤르메틱 메이지를 만들어서 돌려봤어.
사실은 상시플 서버에서 다들 겉보기 능력치가 더 뛰어난 미스틱 어뎁트만 만들고 퓨어 메이지를 거의 안 하는데다, 퓨어 메이지 중에서도 지성(LOG)을 중시하는 헤르메틱 메이지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서버의 추세에 반대해서 지식을 중시하는 메이지를 만들어봤어. 지난 달만 해도 실패한 학자였고 전문대에서 시간 강사를 전전하는 민간인이었다가 돈이 궁해서 런을 뛰기 시작했다는 설정을 짜왔어.
그런데 이 메이지가 처음으로 받은 런은 학자로서 적합한 탐정 일이나 목표 추적 같은 게 아니라 갱을 청소하는 임무였지 뭐야.
치매끼가 있었던 트롤 존슨은 레드몬드 황무지에 있는 3층짜리 저택 중 1층을 청소해달라는 임무를 맡겼어. 비교적 쉬운 임무였기에 페이는 1인당 5천 뉴엔. 협상 끝에 임무를 잘 해결하면 페이와 함께 진짜 음식 재료로 만든 라이스 크리스피 간식을 제공하겠다고 했지. 진짜 간식이란 말을 들은 팀은 흔쾌히 수락했어.
팀 구성은 아래와 같아.
테일즈워스(Tailsworth, 본인): 인간 남성 헤르메틱 메이지, 나이 듦 (고령 1단계)
* 인류의 정령, 포스 6, 테일즈워스와 계약됨 (명령권 15회)
* 공기의 정령, 포스 6
사보타지(Sabotage): 엘프 여성 테크노맨서/저격수. 크리스프와 동료
* 머신 스프라이트, 레벨 6. 본인의 저격 소총 보조
* 머신 스프라이트, 레벨 6. 크리스프의 장비 보조
크리스프(Krisp): 인간 남성 화염방사기 사무라이. 사보타지와 동료
럼버잭(Lumberjack): 트롤 남성 도끼 사무라이
조 쓰로우(Joe Throw): 엘프 남성 투척 어뎁트
지난달만 해도 민간인이었던 테일즈워스의 눈에는 웬 우락부락한 깡패 셋, 깡패와 같이 다니는 싸이코 여자밖에 안 보였던 거지.
팀이 목표했던 저택 근처에 도달하자, 테일즈워스는 영적 정찰로 2층과 3층에 마법적으로 매우 불길한 기운이 돌고 있고, 사보타지는 잠시 바람을 쐬러 나온 갱단원을 보고서 할로위너(Halloweener) 갱단이란 걸 알아냈어. 그리고 할로위너라는 말을 들은 나머지 팀원들은 신이나서 저택에 돌진했어. 럼버잭은 더더욱 신이 나서 갱단원을 도끼로 찍어 죽이고 저택에 혼자 돌진하고, 나머지는 럼버잭의 뒤를 따라갔어.
럼버잭이 지나쳐간 첫번째 방에서 팀원은 포르노 촬영을 하고 있는 갱단원 셋을 발견했어. 크리스프는 신이 나서 화염방사기로 방에 불을 지르고, 사보타지는 카메라맨의 머리를 터뜨리고, 조 쓰로우는 침대에 누워서 호박을 쓰다듬고 있던 갱원의 이마에 칼을 던져 꽂았어. 지난 달만 해도 민간인이었던 테일즈워스는 이런 참혹한 광경에 기가 막혀서 방에서 애써 시선을 돌리고, 탐색 마법으로 벽 너머에 있는 나머지 갱단원의 위치를 파악해 팀에게 알려줬어.
나머지 방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지. 럼버잭은 팀원들보다 한참 앞서나가면서 눈 앞에 보이는 갱단원을 도끼로 반으로 쪼갰어. 저택에 불을 지르지 말라고 사보타지와 테일즈워스에게 지적을 받은 크리스프는 소방도끼를 들고서 갱단원을 반으로 갈라버렸어. 곧 저택은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고 칼침이 나고 바람구멍이 난 갱단원 십수명의 시체로 가득 찼어. 마지막 방에 도달할 때 쯤, 테일즈워스는 반쯤 체념한 상태에서 정령들을 할로위너에게 보내 전기로 태워버리고, 레비테이션 마법으로 천장과 바닥에 갱단원을 패대기치면서 본인도 드디어 손에 피를 묻혔어.
테일즈워스가 정신을 차린 것은 마지막 남은 갱단원을 팀원들이 협박하고 있던 때였어. 아직 1층밖에 못 봤으니까 갱단원에게 2층 입구가 어디인지 말하라고 독촉하고, 미끼가 되서 올라가라고 말하고 있었어. 지난 달만 해도 민간인이었지만 상식이 남아있었던 테일즈워스는 왜 존슨이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려고 하냐, 마법적으로 불길한 것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마법적인 위협을 고작 5천 뉴엔만 받고 처리하고 싶으냐고 말했어. 2층을 루팅하고 싶어했던 크리스프는 그래도 5천 뉴엔은 너무 짠 것은 사실이라고 동의한 뒤, 남은 갱단원을 참수했어.
저택 1층을 샅샅이 뒤진 크리스프와 사보타지는 자신들과 일면식이 있는 구울 타운에 줄 시체 4구를 골라 운반 포대에 담고 차에 실었어. 저택에 오기 전만 해도 민간인이었던 테일즈워스는 이 광경을 마지막으로 섀도우러너가 되는 것에 대한 환상이 완전히 산산조각났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것 처럼 멋있는 일을 하는 게 아니었고, 결국에는 돈이나 이득을 거래하고 챙기는 것일 뿐을 직시한 것이지.
힘이 빠진 테일즈워스는 사보타지가 치매끼가 있었던 존슨에게 성공 보수가 6천이었다고 거짓말을 해서 돈을 더 받아내려는 걸 미처 듣지 못했어. 그 말을 들자 온몸이 사이버웨어로 도배된 존슨의 아내가 라이스 크리스피 쟁반과 크레딧 스틱을 들고 나왔고, 사보타지는 이 존슨의 아내에게 한번 더 보수가 6천이라고 거짓말을 했어. 플레이어인 나는 사이버웨어로 가득한 사람이면 분명 몸에 녹음 장치가 있다는 것을 테크노맨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텐데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존슨에게, 그 것도 치매가 있는 노인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은 거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캐릭터인 테일즈워스는 반쯤 현실 도피를 하면서 아내분이 내주신 간식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었지. 결국 이 거짓말은 팀원들에게 묻은 약간의 오점으로 남게 되었어.
런이 끝나고 테일즈워스는 (개인 RP 글에서) 런을 중개해준 중계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신을 이런 막되먹은 짐승들과 매칭시켜주다니 무슨 짓이냐고 따졌지만, 원하는 런을 골라서 가려면 경험이 좀 쌓여야 하니까 처음에는 좀 험하게 구를 수 밖에 없다, 미안하다는 말 밖에 듣지 못했지. 그리고 테일즈워스는 더 이상 자신이 무고한 민간인이 아니라 본격적인 범죄자임을 절감하게 되었어.
런 보상:
1인당 5천 뉴엔
4 카르마
트롤 머리만한 라이스 크리스피
악명 +1 (사보타지의 거짓말, 그리고 거짓말을 제지하지 않은 팀의 연대 책임)
만약 라라비처럼 더 경험이 있는 캐릭터를 플레이했다면 팀원들의 라그나 경향을 캐릭터의 명성과 경험으로 통제할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이번 런은 라라비가 오기에는 지나치게 쉬웠고(GM은 더 어려운 2/3층 청소 런에서 고려해보겠대.) 테일즈워스는 사고 방식이 민간인에 가까웠기 때문에 전혀 통제가 되지 않았지. 그래도 나를 포함한 플레이어와 청자 입장에서는 헛웃음과 진짜 웃음이 많이 나와서 반응은 괜찮은 편이었다. 다음번에는 조사 파트가 더 있는 런에서 좀 더 활약할 수 있도록 플레이해봐야겠다.
런이나 캐릭터와 관련해서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고. 그럼 다음에 볼 때까지 사요나라
재밌게 잘보고 있다. 근데 너희팀은 6판 거르고 계속 5판하나봄? - dc App
6판으로 테스트를 해보니까 기본 굴림 메커니즘이 별로여서 계속 5판으로 하고 있어. 6판으로 넘어간다고 해도 한 2년은 기다려야 될 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