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뻘글은 CoC 서플먼트, 특히 특정한 지역 기반 세팅 등을 포함하는 서플먼트인 소스북(Sourcebook)의 구성에 대한 좋은 글에 대한 설명 되겠다.

글을 쓰는 데 참조한 글을 볼 사람은 https://cthulhureborn.wordpress.com/2019/12/16/dna-of-a-cthulhu-sourcebook/ 를 참조할 것.


위의 글을 쓴 딘 엥겔하트(Dean Engelhardt)는 Cthulhu Reborn이라고 호주가 죄수놈들 소굴이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크툴루 세팅인 Convicts & Cthulhu의 제작자이며, 그 외에도 이것저것 크툴루 관련 작업에 참여했는데, 저번 달에 자신이 2013년에 호주 배경 소스북(현재 Terror Australis 2판으로 나온 책) 제작에 참여했던 경험을 살려서 정리한 글을 올렸다. Convicts & Cthulhu는 CoC에서 아예 떨어져 나가 독자 룰을 쓸 모양이라고 했었는데 아직까지 소식은 없음. 하여간 소스북을 사서 볼 생각인 사람이라면 내가 뭐가 필요해서 이걸 사 보는지 등을 생각해볼 계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소비자층 분석

딘 엥겔하트는 소스북을 사는 소비자(여기서는 키퍼들)을 크게 세 종류로 분류한다. 각각 시나리오 돌리려고 사는 사람(Scenario-Runner), 자기 시나리오에 참조하려고 사는 사람(Homebrewer), 시나리오 맘대로 개조해 돌리려고 사는 사람(Tweaker)이다. 굳이 키퍼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소스북을 사서 볼 생각을 할 정도의 마스터라면 이 정도로 분류가 가능할 것이다.


Scenario-Runner

그냥 책에 나오는 시나리오를 잘 보고 따라하려고 사는 사람들. 아마 현재 국내에서는 이 종류의 키퍼가 가장 많지 않을까 싶은데... 해외에서는 대개 키퍼 / 마스터 대상 투표같은 거 결과 보면 이게 가장 적은 쪽으로 나오는 쪽이긴 함. 시나리오를 잘 보고 그냥 따라하는 것도 사실 쉽지 않으며 때로는 그게 더 병맛스러운 상황도 심심찮게 나오기 때문이다. 거기다 소스북은 시나리오 비중이 시나리오집보다 낮기도 하고.


Homebrewer

그냥 적당히 필요한 소재만 챙겨 갖고 시나리오를 대충 자작해서 돌리는 쪽. 이런 사람들은 책에 실리는 시나리오의 내용보다는 거기 사용된 특별한 소재들에 관심을 더 가진다. 그걸 내가 잘 갖다가 내 시나리오 어딘가에 쓸 여지가 없을까 하고 말이지.


Tweaker

이쪽은 기존 시나리오를 참조하긴 하는데 그냥 돌리지 않고 자기 편한 대로 / 좀 더 말이 되는 쪽으로 / 소재 등이 취향에 안 맞는다는 등의 이유로 고쳐쓰는 쪽이다. 솔직히 카오시움이 낸 '기대 이하의' 시나리오들을 보고 있자면 / 막을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플레이어들의 노선 이탈을 보고 있자면 너도 나도 일단 이 부류가 되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받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이쪽으로 나섰거든.


다만 이 구분은 휴전선처럼 딱딱 나뉜 건 아님. 나만 해도 귀찮으면 시나리오 그냥 돌리지만 대체로 기존 시나리오를 적당히 필요에 따라 고쳐쓰는 쪽이고.... 상황에 맞는 시나리오가 아예 없을 경우 만들어서 돌리고 그럼. 따라서 좋은 소스북은 대체로 저 셋의 니즈를 모두 적당히 채워줘야 하는...데 솔직히 '시나리오 그냥 돌릴 놈들이라면 그냥 그러라고 나오는 시나리오집 보라고 하면 되잖아?'라는 게 개인적 생각임. 어쨌든 아래에 설명할 소스북 내용들은 이 세 분류의 소비자들이 각각 '무엇에 얼마나 관심을 갖냐'에 따라서 중요도가 달라지게 되며, 그게 소스북 내의 내용 구성 비율 등에 영향을 주게 된다고 한다. 그 부분은 갤럼들이 소스북 쓸 것도 아니니까 생략.


키퍼를 위한 소스북 내용

소스북에 들어갈 내용은 크게 키퍼와 탐사자 중 누구를 위한 내용이냐로 구분되는데, 일단 키퍼를 위한 내용 쪽부터 설명하겠음.


사실적 세팅에 관한 특색있는 정보(Basic “Colour” information about factual setting)

원래 CoC는 단순한 판타지 룰이나, 미지의 공간에서 클로즈드 서클 찍는 룰이 아니고 '유사현실'을 다루는 룰임. 따라서 원래 이 룰에서는 '사실적 요소'가 생각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짐. 온가족의 크툴루를 지향하면서 탐사자가 좀 더 강해지며 제트팩도 쓰고 그럴 수 있는 펄프 크툴루 같은 게 좀 특이한 거다. 개인적으로 7판에서 이런 사실적 요소 표현 방향에 어느 정도 정치적 올바름의 영향을 받아서 웬디고(Wendigo)를 웬디고라 부르지 못하고 윈드-워커(Wind-walker)라 하고 그러는 거 진짜 졸라게 마음에 안 들지만 그건 내 개인 관점이고... 하여간 CoC만이 아니라 다른 장르라도 따로 소스북을 내면서까지 팔아먹으려는 "특별한" 세팅은 이 세팅이 특별히 따로 떼어서 설명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무엇인가라는 점을 이런 특색있는 정보를 통해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유사현실을 다루는 CoC에서는 거기에 사실적 세팅 관련 요소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함. 드림랜드가 아닌 이상 말이지.


크툴루 신화적인 특색있는 정보(Cthulhu‐skewed basic “Colour” information)

그렇지만 단순히 사실적 요소만 나오면 크툴루 신화물이 아니겠지? 그래서 이 지역의 특별한 뭔가(민간 전승, 괴담, 실제 사건 등)를 크툴루 신화와 스까해서 소스북 세팅 안에 "이 지역만의 크툴루스러운 무엇인가"를 박아넣음. 간단히 말해서 시나리오 보스나 적으로 내놓을 만한 무엇인가를 추가해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시나리오를 만들 가이드라인(Guidance on creating evocative scenarios)

시나리오를 만들어 쓰는 키퍼들도 있고 하니까 그런 키퍼들을 위해 여기 나오는 소재들을 가지고 어떻게 시나리오를 만들면 좋을 지 그런 예시를 넣어주고 그러는 거. 캠페인 서플먼트가 이런 걸로 좀 심한 예로는 크툴루의 자취의 아미티지 파일스(Armitage Files)가 있는데, 제대로 완성된 시나리오는 단 한 편도 안 주고 이런 뼈대 예시만 준다.


적당히 만들어진 시나리오 구성(Partly‐constructed “Scenario Components”)

대충 나쁜 놈 / 피해자 등을 주고 직접 시나리오 만들어보라고 주는 떡밥. 방금 설명한 아미티지 파일스는 이런 구성들만 모아서 캠페인을 네가 완성하라는 스타일의 물건임. 따라서 그냥 시나리오를 돌릴 사람에게는 희대의 쓰레기 서플먼트겠지만 다른 두 부류에 속하는 키퍼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물건 되겠다. 사서 고생만 한다면....


세팅 내의 특별한 게임 메카닉(New Game Mechanics Unique to Setting)

위의 "특색있는 정보"들이 룰로 구현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쉬움. 잘 모를 사람을 위해 예를 들자면, CoC의 1920년대 비서구권, 특히 서구의 식민지 배경 소스북에서 흔히 나오던 메카닉 중 하나가 원주민 탐사자의 Credit Rating에 조건부로 패널티 붙여버리는 거였음. 구판에서는 저 기능이 지금같이 "재산"을 나타내는 게 아니라 "사회적 신용도"를 나타내는데 더 비중을 두었고(개인적으로는 저걸 재산으로 맞춘 게 7판의 몇 안 되는 개악점이라고 생각함), 그 때문에 백인들이 지배하는 식민지에서 원주민들은 사회적 차별을 받는 "사실적 요소"를 반영하는 규칙이었음. 위에 언급한 Terror Australis 2판에서도 원주민의 Credit Rating은 7판 룰북의 "재산"과 달리 기존의 사회적 신용도로 적용될 수 있으며... 역시 여기서도 원주민은 똑같은 방식으로 패널티를 먹게 되어 있다. 또한 이 메카닉 부분은 탐사자에게 적용되는 경우가 아주 많으므로 아래의 탐사자를 위한 내용과도 중복되는 부분이 적지 않은 영역임.


완성된 시나리오(Fully Self‐Contained Scenarios)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지?


탐사자를 위한 내용

솔직히 좀 특이한 책 아니면 이쪽 비중은 별로 안 큼. 근데 국내에 번역된 CoC 소스북이라 할 만한 책은 펄프 크툴루 뿐인데 이게 소스북들 좀 읽은 사람은 알겠지만 소스북 치고는 좀 특이한 축이고.... 초여명은 전에 트윗한 거 보면 다른 지역기반 CoC 소스북 출판에는 별 관심이 없는 눈치였다....


탐사자와 관계되는 "특색있는" 정보(Basic “Colour” information relating to characters)

위의 "특색있는" 정보 시리즈인데, 이쪽은 키퍼만이 일방적으로 / 혹은 키퍼만 졸라게 이용하는 쪽이 아니라 탐사자들이 캐릭터 제작 등에 이용할 수 있는 내용을 말한다.


배후지(Home‐base)

세팅은 대개 "특별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함. 따라서 이 특별한 시공간 내에도 탐사자들이 비교적 안심하고 쉬거나 정보를 구하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쯤 있어야 함. 예를 들어서 식민지 세팅이라면 '서구화된 항구도시'라든가 '탐사자들에게 우호적인 부족의 마을', "베이스 캠프" 뭐 그런 곳들 말이지.


새로운 상황 / 장비 규칙 (Rules for new situations/equipment)

위의 특색있는 정보의 규칙화 사례 중 하나. 특히 캐릭터 외적인 요소를 다루는 부분임. 예를 들어서 히말라야 산맥을 다루는 소스북이라면 탐사자들이 플레이 도중에 신경써야 할 요소로 고산병 규칙이나 동상 규칙, 피켈(무기로 사용 가능함) 등의 규칙이 나온다거나 뭐 그런 식이다.


새로운 캐릭터 제작 규칙 (Rules for new character options)

이쪽은 반대로 캐릭터를 다루는 부분. 위의 예시에 이어서 히말라야 소스북을 다시 예로 들면 히말라야 산맥 기반이니 셰르파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거나 그런 식이다. 당연히 셰르파는 고산병에 저항력이 더 강하다거나 피켈 사용 기능에 보너스를 받는다거나 그런 환경에 관계되는 요소를 적용받겠지?


3줄 요약

대충 특정한 동네 배경으로 플레이 시켜주는 소스북 설명글임.

누가 왜 사보나 / 책에 뭐가 나오나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글임.

근데 국내에는 CoC 소스북 발매될 일이 거의 없을 거 같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