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의 임무 중 하나는 플레이어 캐릭터를 검토하고 이들이 이 캠페인에 어울리는지를 살펴보고, 캐릭터 메이킹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을 보조하고 여러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임. 그래서 사실 오늘 가이드의 더 정확한 제목은 캐릭터 검열이 아니라 캐릭터 메이킹 보조여야 함.
그런데 왜 하필 이렇게 부정적이고 권위적으로 보이는 단어를 썼느냐.
지루한 일상 vs 대환장 파티
간단히 말해서, 마스터가 캐릭터 메이킹 보조를 안해서 PC와 캠페인에 연결 고리가 없고, PC 간 케미도 없고, 플레이어의 몰입감이 부족해진다고 해서(이게 작은 문제라는 건 아님.) 게임이 바로 터지진 않음. 캐릭터보다 사건 위주로 진행을 하면 대부분의 룰은 그럭저럭 굴러 감. 만족도는 당연히 신경 써준 것보다 낮겠지만.
그런데 마스터가 소위 "라그나", "비릿한 미소", "50cp 우주멸망" 이런 거 컷 안하는 순간 그 게임에서는 시한폭탄이 돌아가는 거임.
그리고 초보 마스터는 거절하는 걸 잘 못함. 요즘 룰이 마스터의 권한을 플레이어에게 위임하는 추세기도 해서 은근 캐릭터에 아니라고 하는 거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음.
그런 사람들한테 꼭 말하고 싶음. 저런 라그나 캐릭터들을 캐메 단계에서 짜르지 않는 건 마스터의 책임 방기임. 개같은 캐릭터가 들어오면 자기만 손해보는 게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들의 황금같은 시간이 싸그리 날아감. 이제 마주칠 수 있는 각각의 폭탄들을 살펴보겠음.
예시) 마스터 A는 캐릭터 시트를 봐주기로 하고 단톡방을 판다. 개별적으로 여기서 상담을 받은 후, 하루 날을 잡아서 카페에 모여서 최종 검토와 토의를 하기로 한다. 문제는 플레이어 갑, 을, 병, 정이 각각 에이스 꿈나무, 관심저조 뉴비, 혼모노 컨셉충, 고인물 룰치킨이라는 거다.
1. 에이스
다른 말로 하면 S급. 자기 돈으로 서플 사고, 시키지도 않은 설정까지 찾아서 읽고, 캐릭터 시트 아예 엑셀 파일로 자동화시켜서 들고 오고, 친화력 좋고 선 잘 지키는 친구들. 물론 고인물들도 위에서 언급한 특성을 다 가지고 있지만, 여기서는 의욕 넘치는 뉴비라고 가정하고 설명하겠음. 마스터 입장에서는 꿈의 플레이어임. 플레이를 해본 결과, 다섯 명이 있으면 보통 한명의 쓰레기가 있는 이상으로 한 명의 에이스가 있음. 얘네들은 티나지 않게 우대해서(경험치를 조금씩 주는 방법으로) 다른 플레이어들한테 본받으라는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음. 그리고 뉴비가 노력하는 건 절대 혼내지 마셈. 고인물이 뉴비팟에 서플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빌드질 하는 건 꼴불견인데, 뉴비가 그러는 건 칭찬해준 뒤, 이 세션에서는 그런 건 필요없다고 정중하게 거부하거나, 약간 허용해서 플레이어한테 자극을 줘도 괜찮음.
예시) 갑은 프린세스 더 호프풀의 컨셉이 마음에 들었는지 사이트에 들어가서 로드 오브 던 서플리먼트까지 받아서 읽고, 서플리먼트에 등장하는 잔의 여왕의 맹금희라는 캐릭터를 구상해 온다. 그리고 플레이가 과거의 진실을 알아내는 플레이라고 하자 과거 자신의 어머니도 마법소녀였지만, 10년 전에 행방불명되었다는 설정까지 짜 놓고, 현재 자신은 자기 자신의 정체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치유해 주는 활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A는 원래 서플리먼트 여왕들(타락한 여왕들의 타락하기 이전 상태라는 설정이다)을 더할 생각은 없었지만, 초보인 갑이 이걸 악용할 것 같지는 않다고 본다. 일단 나머지 컨셉은 좋고, 컵의 여왕이 괜찮을 지는 다른 사람들과 상담한 후 말해주겠다고 한다.
2. 의욕 저조자
뭘 하든 기운이 없는 애들. "뭘 하나요?" "어... 뭘 할 수 있죠? 일단 공격할게요." 마스터 입장에서 상상 이상으로 끌고가기 어려운 애들이다. 룰치킨이나 혼모노처럼 플을 터뜨리는 일은 없는데, 그냥 있는 것 만으로 테이블 분위기를 끌어내린다. 해결법은 왜 얘가 자기 시간을 들여가면서 이러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만약에 친구 따라서 여기 왔다면 친구에게 말해서 좀 더 의욕을 보이라고 하고, 아니면 게임 진행에 불만이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뉴비 중에서도 있을 수도 있는데, TRPG는 재밌는데 복잡한 룰을 익히긴 싫음 + 자신감이나 적극성 부족이 더블로 붙으면 우물쭈물하는 경우가 많다. 캐릭터 메이킹 단계에서는 어쩔 수 없다. 마스터가 밀착마크하면서 열심히 제안하는 수 밖에.
예시) 을은 캐릭터의 이름도 정하지 못하고 끙끙대고 있다. A가 컨셉을 물어보자, 모두를 이끄는 리더 컨셉을 하고 싶다고 말한 뒤 막막한 채로 있다. A는 그런 컨셉이라면 하트의 여왕, 그리고 귀인이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알려 준다. 을이 리더 컨셉을 원하는 것을 보니 소극적인 것은 아니고 프린세스 더 호프풀처럼 데이터-헤비한 룰을 버거워 한다고 생각한 A는, 을에게 멘토(하트의 여왕) 5도트, 상식 장점, 미모 2도트를 장점으로 정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한다. 이러면 하트의 여왕이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되어서 플레이의 조명도 받을 수 있고, 상식 장점으로 나서기 애매한 상황에서도 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능력치와 스킬을 정할 때 사회적 능력치들에 투자를 많이 하게 한다. 을의 캐릭터 한민지는 사회적 상황의 얼굴마담으로 자주 나서게 해서 을의 적극성을 유도할 것이다.
3. 혼모노 라그나
턀갤에 악명높은 그 새끼들이다. 분위기 파악 못하고, 틈만 나면 씹덕드립 던져대고, 자기 캐릭터 못 뽐내서 안달인 애들. 이런 애들은 처음부터 분위기와 가능한 행동들을 명확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빠지면 어떻게 하냐고? 라그나 하나 있는 것보다 플레이어 하나 적은 게 더 낫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타입은 그나마 나은데, 수동적으로 비릿한 미소 드립치면서 자기 설정딸만 치려고 하는 놈들은 1세션에서 강하게 제지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플레이어 분들, 지금은 협조해서 이야기를 진행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라고 직설적으로 말해야 한다. 다행히 얼굴 보고 하는 TR에서는 잘 안 생기고, OR, 특히 보이스 없는 순수 텍스트 OR에서 범람한다.
예시) 병은 자신의 캐릭터가 이와사토 호무링이고, 시간과 관련된 능력이 있는 캐릭터를 원한다고 선언한다. A는 톡으로 이걸 보고 뒷목을 싸맨다. 이건 배경이 한국이고, 일본인 유학생을 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모를까 굳이 이런 씹덕 캐릭터는 받아줄 수 없고, 분위기도 우중충하고 현실적일 예정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병은 곰곰히 생각하더니 그럼 어머니가 일본계에서 일본어를 할 수 있고, 보컬로이드 조교를 즐기는 캐릭터는 어떠냐고 물어본다.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A는 병에게 분위기를 납득시킨 후에 캐릭터를 만든다. 일본인 혼혈 반예림은 학교에서는 겉도는 츤데레 안경 미소녀로, 친구들 몰래 보컬로이드를 만들어서 여러 커뮤니티에서 인지도가 높은 다이아몬드의 서정시인이다.
4. 고인물 먼치킨
자기가 배운 지식으로 팀에 기여하는 데 안 써먹고 자기자랑하는 데 써먹는 애들. 오히려 역사가 깊은 양웹에서 자주 보인다. 그냥 이거 하고 싶다는 순진한 마음에서 모인 경우랑, 초보들 양학하겠다는 배배꼬인 심성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둘을 구분하는 건 결국 평판이다. 좁은 TR계에서 검색 몇번만 하면 고인물들 거르는 데는 충분하다. 물론 이전 기록이 클린하다고 해도 초보들은 고인물을 받기 거북한 경우가 있다. 에러플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솟고, 고인물이 툭툭 평가하는 듯이 던지는 사소한 지적들도 꼰대질 같이 들린다. 그래도 평판 좋은 네임드면 일부러 그러진 않으니, 차라리 대놓고 초보라서 잘 못한다고 한 뒤 룰이나 마스터링을 도와 줄 수 없냐고 물어보자. 인성에 결격사유 없으면 대부분 들어 줄 거다. 캐릭터 빌딩에서는 빌드가 의심스럽다 싶으면 검색하는 것도 괜찮다.
예시) 정은 뉴쨍 고인물이다.(주의: 작성자의 망상이 듬뿍 들어간 게시물입니다) 프린세스 더 호프풀을 하겠다고 해서 참가는 했는데, 자신이 혹시 마법소녀 말고 다른 초자연체를 할 수 있을지 물어본다. A는 경계했지만, 물어보는 태도도 정중하고 자신이 관련 자료를 모두 제공하겠다고 했으며, 안된다고 하면 깔끔하게 프린세스 짜겠다고 하는 말에 악의가 있는 건 아니라고 판단한다. A도 한번 다른 라인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궁금하기도 했고, 마법소녀 말고 다른 초자연체가 있으면 신선할 것 같다. 그리고 어차피 나머지 세 캐릭터가 개성이 굉장히 특출난데 하나쯤은 허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OK를 한다. 정이 제안하길, 뉴쨍의 다른 라인 중 뱀파이어, 프로메테안, 데몬, 데비앙, 레비아탄은 플레이에 녹여내는 데 무리가 있으므로 자동으로 컷. 워울프와 체인질링은 역시 자기들끼리 노는 경향이 강해서 힘들 것 같다. 남은 메이지, 신이터, 비스트, 지니어스 중에서 메이지와 지니어스는 파워 레벨이 너무 다르므로 자르고, 신이터나 비스트 중 하나가 어떠냐고 제안한다. A도 동의하며, 신이터는 과거의 진실을 밝혀내느 현 컨셉과 일치해서 매력적이지만, 정보 수집 능력이 심하게 강력할 것 같아서 걱정된다고 했다. 그리고 비스트는 프린세스가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괴물이라 흥미로운 서사가 있을 것 같지만, 워낙 악평을 많이 들어서 의아하다고 한다. 정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러면 비스트로 하겠다고 선언한다. 어차피 신이터는 아직 2판 정식 출판이 아니니까. 김수정은 거대한 거미의 영혼을 가진 탈라씨 폭군으로, 정의로운 마법소녀들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해줄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유형별로 생길 수 있는 캐메 유형을 봤고, 다음 글에서는 실제로 역할 분배나 조정 같은 걸로 캠페인과 캐릭터를 맞춰가는 방법에 대한 글을 쓰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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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팀원 탈주)
그치만 저건 마스터를 제외한 플레이어 분류가 아닐까?
마지막 예시정도로 뉴쨍에 관심있는 고인물이 있음?
글쓴이
글쓴 갤럼 뉴쨍TR 여기서 구인했잖음
경험치 따로 주는건 티나...템을 한발 빨리 주는 선에서 끝내는게 나음
룰 별로 다르지만, 플레이어 간 경험치 차등이 가능한 룰이면 공개적으로 갑 플레이어님이 모범적인 태도를 보였기에 약간의 경험치를 준다. 이런 식으로 공개적으로 하라는 말임. 물론 댄디나 패파처럼 레벨 통일 필요하면 그런 게 힘들지. - dc App
예시) 정은 뉴쨍 고인물이다.(주의: 작성자의 망상이 듬뿍 들어간 게시물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린세스 더 호프풀 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저런 캐릭터를 짜지말고 참피나 하면 되는데수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