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독에 사이버펑크를 스깐 팀 구인이 있었다. 내 생각엔 거기 지엠이 턀갤 섀도우런 전도사들 리플레이를 굉장히 감명깊게 본 것 같은데, 여러 명을 모아두고 그때그때 시간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서 의뢰를 수행하는 소위 '상시플'스러운 구조의 팀이었기 때문이다.
사이버펑크+밀리터리 조합을 보고 혹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개중에는 예로부터 스프롤, 섀도우런 등 사이버펑크 세션들을 배회하던 악명 높은 망령도 끼어 있었다. 알약과 비슷하게 생긴 펭귄 로지스틱스 로고를 썸네일로 쓰던 그 플레이어의 유저네임은 '엠페러'였다.
캠페인 세팅은 섀도우런 립오프에 가까운 세상의 미국령 하와이였고, 엠페러는 '이나비'라는 캐릭터를 가져왔다.
(이미지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프로필 사진은 가렸다)
이름이 시사하듯 한국인이었던 이나비는 인기 많은 고양이 수인이란 이유로 성노예 생활을 하다가 하와이의 갱단으로 도피한 24세 여성이었다. 물론 프로필 사진은 독자 여러분도 짐작하실 수 있듯이 애니풍 고양이귀 미소녀였고. 갱단 고위 간부의 애첩이자 천부적인 전투감각을 지닌, 언니의 뇌가 이식된 총을 들고 다니는 쾌활하지만 냉소적인 고양이 수인... 조금 고개가 갸웃해지긴 해도 사이버펑크라면 뭐... 대강 용납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인종차별성 욕이 입에 밴 게토 인간 해커와 이 바닥에서는 산삼보다 귀하다는 남성 엘프 중화기병 등, 다른 팀원들도 하나 둘 캐릭터를 만들었다. 대망의 첫 의뢰가 시작되었다. 비인가 마약을 유통하는 마약사범들을 소탕하기 위해 모인 세 펑크는 가장 먼저 마약사범들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원의 은신처를 방문하기로 했다. 그러나 은신처는 개판에 정보원은 없었고, 펑크들은 단서를 찾아 은신처를 뒤지기 시작했다.
한창 조사를 하던 중에 마약범죄자들이 보낸 암살자가 은신처에 찾아왔다. 곧바로 전투가 벌어졌다. 작전 회의 중에 난데없이 캣닢 먹을래요?같은 드립을 던지거나 은신처에서 남들 열심히 조사하는 중에 '소파에서 뒹굴거립니다. 고양이가 그렇지 뭐~' 따위의 화려한 행동 묘사를 선보이던 이나비의 RP도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불을 뿜기 시작한다.
팀원: (화염방사기로 제압한 후) 이새끼 무기 치워!
이나비: @시끄러운데 죽이죠. 죽이고 싶은데
팀원: 아직 죽이지 마! 정보를 얻어야 하니까!
이나비: @숨통을 끊어줍니다. 탕탕!
(채팅방 정적)
마스터: 음... 그럼 나이프로 제압하는 걸로 하죠...(근접무기로 비살상 제압 가능)
이나비: 칼은 갖고 있지도 않은데요? 가슴에 두발 머리에 한발 확인사살하겠습니다.
다이스갓의 가호인지 뭔지 이나비의 사격 굴림은 펌블을 띄웠고, 다행히 팀은 그 암살자를 붙잡아서 정보를 얻는 데 성공했다.
어찌저찌 진행된 다음 전투에서도 이나비의 천부적인 전투 감각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팀원: 우리 앞에 깡패(적) 하나 있는데 사격 잘하는 이나비가 좀 잡아주세요
이나비: 전속력으로 저쪽(적진 한복판)으로 달려가서 닫힌 문 열어볼게요!
팀원: ???? 적은 무시? 저한테 맡긴 거에요?
이나비: 네 무시무시~
문제는 그 팀원이 한없이 비전투원에 가까운 해커였다는 거다. 권총따리나 들고 있던 해커는 저항다운 저항도 못하고 깡패의 다음 사격에 맞아 쓰러졌다. 한편 적들 다 뒤에 남겨두고 용맹하게 개돌한 이나비 역시 시야 밖에서 불쑥 나타난 깡패의 산탄총에 배때지를 뚫리고 무력화당한다. 건독에서는 이 경우 [몽롱함] 상태가 되는데, 몽롱함은 강인도 판정에서 성공하지 않으면 턴 전체를 그냥 넘기게 되는 치명적인 상태 이상이다.
그리고 해커와 이나비는 모두 강인도 판정에 세번 연속 실패한다.
마지막 남은 중화기병이 3턴 동안 분투해서 남은 적들을 잡았지만 세션 분위기는 급속히 악화일로를 걸었다. 팀원들은 이나비의 노브레인 개돌 성향에 대해 한두 마디씩 에둘러 지적했고 그래도 애매하던 이나비의 RP양은 급속도로 적어졌다. 캐릭터 '이나비'가 이 정도 실패에 마음 상하지 않는 쾌활하고 호탕한 성격이면 뭘 하겠는가. 그 안에 있는 파일럿, 엠페러의 수동공격성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개똥망룰... "
"어차피 중화기병이 다 잡았는데 깨어날 필요 있나요?"
"(중화기병에게) 턴좀 빨리 처리해요ㅋㅋ 우린 5초씩 쓰는데 왤케 오래걸려요;"
다키스트 던전에서나 볼 법한 주옥같은 명대사들을 견디며 파티는 어떻게든 일어났다. 전열을 정비하고 다음 방으로 진입... 하려는 순간 천부적인 전투 감각을 지닌 이나비가 또다시 수동공격성의 교과서적인 행태를 보여준다.
이나비: 전력이동으로 들어갈게요(=개돌)
팀원: 네? 진짜 그러다 죽어요;; 일단 감지 굴려서 뭐 있나 확인하고 들어가죠;;
이나비: 저 총질밖에 할줄 아는거 없는데요
팀원: 사격집중을 쓰거나 엄폐물 뒤로 이동하시거나...
이나비: 아; 할수 있는게 없으니까 걍 턴종할게요
중화기병: 아니면 여기나 여기로 이동하시면 거리도 적절하고 나오는 적들도 바로 보일 텐데...
이나비: 그럴거면 그냥 중화기병님이 제 캐 굴리시죠?
그렇다. 싸움 터진 거다.
어떻게든 서로 쌍욕하는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싸움 직후 엠페러는 부상을 핑계로 세션을 떠났다. 남은 팀원 두 명은 어떻게든 세션을 이어가려 했지만, 꿋꿋이 고난도 인카운터를 그대로 쏟아부은 지엠에 맞서지 못하고 중과부적으로 패배하며 세션은 막을 내렸다.
이게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리고 2주가 다 되갈 때까지 설사빌런 엠페러는 단 한번도 팀챗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스프롤 마스터링을 한다던 설사빌런의 건독이라는 새로운 도전은, 함께한 팀원 두 명에게 설사만 흩뿌리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첫째, 설사빌런 엠페러는 사실상 떠난 작자이기에 썰 풀어봐야 팀에 누가 될 일이 없기 때문이고
둘째, 나도 반쯤 나간 팀이라 뭐 팀에 누가 되건 말건 솔직히 신경도 안 쓰이기 때문이다
설사... 설사빌런을 조심하라...
설마 엠페러라는 닉도 황제펭귄 그거 때문에 한건거
아는 사람 썰 더 풀어줘 너모 재밋어
건도그 사펑이면 총기류 같은 장비들은 어떻게 했어? 데이터 그대로? 아니면 광선총같은 데이터 따로만들어서 넣고그랬어?
ㅇㅇ 지엠이 미래틱한 무기는 데이터 따로 넣고, 이미 있는 총들도 대충 몇가지 데이터로 한꺼번에 묶고 하더라 전투권총/권총/구형 권총 이런 식으로
설사가 이렇게 위험한 질병이다
다들 손씻고 다녀라 설사도 질병이다
후 쉬바 빼박이네... 전술이 좀 애매한거 말고 아직 트러블은 없는데 우째야 하나.
잌ㅋㅋㅋ
ㅇㅇ으로 구인전 면접 오픈채팅하는건 다 걸러야지 뭐 어쩔 수 있나
사람은 고쳐 쓰는게 아니다
내가 참을 수 없는건 고양이 수인이라면서 고양이 귀를 단 좆간을 들고왔다는 거네
퍼리충 aut
ㄹㅇㅋㅋㅋㅋ
한결같은 쓰레기 믿고 있었다구
저 엠페러라는게 어떤 서브컬쳐의 무엇이라는 걸 알고있는 내 자신이 수치스럽다. 이래서 씹적씹이라는 말이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