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마스터를 위한 가이드 - 첫 세션 준비 1

초보 마스터를 위한 가이드 - 첫 세션 준비 2

초보 마스터를 위한 가이드 - 캐릭터 검열 1

초보 마스터를 위한 가이드 - 캐릭터 검열 2

초보 마스터를 위한 가이드 - 첫 세션 실행 1


첫 세션 후기들이 잘 올라오고 있는 거 같음. 세션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팁은 엄청나게 많지만, 이 두 가지 첫 세션 팁에서는 "플레이가 터지지 않는 법"을 위주로 강의하겠음. 왜냐면 초보들은 터지지만 않으면 플레이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경우가 많거든. 이번에도 다시 하와와 여고생 마법소녀들의 예시를 본 뒤 대처법을 적는 식으로 하자.


예시) 송희정을 제압한 마법소녀들, 플레이어들인 갑,을, 병, 정은 고민하다가 일단 송희정을 보건실에 보내서 휴식과 안정을 취하게 하기로 결정한다. A는 보건실이 예정에 없기에 당황한다. 하지만 다행히 첫 세션 준비에서 이름 목록을 만들어 놨기에 양호교사의 이름을 나소민이라고 정한다. 양호실에 학생들이 있을 지 고민하다가, 어떤 학생도 있지 않다고 선언한다. 학창시절 경험을 살려서 A는 양호실 RP를 적절하게 하는 데 성공한다.


예상치 못한 길

뭐, 여기서는 괜찮은 마스터링이었지? 내가 기본적으로 예비 이름 목록을 길게 만들어 놓으라고 한 것도 이런 걸 위해서임. 물론 양호교사의 이름을 안 대고 퉁칠 수 있지만 이름이 있는 거랑 없는 거는 플레이어들이 느끼기에 "마스터가 준비를 해왔구나"랑 "이거 급조된 NPC인거 같은데.." 사이의 차이가 있음. 다만 완벽하지는 않은 게, 이러면 양호실에서 보낸 시간은 그냥 잡담하고 떠든 셈이 되거든, 가능하다면 예비 떡밥/단서 목록도 만들어 놔서 여기에서 투척해 주면 더 좋음. 만약 양호교사가 빈번하게 만날 캐릭터라면, 여기서 캐릭터성을 좀 묘사해 주는 게 좋고.


예시) 양호교사와 만난 후, 정은 마스터가 흘려가듯이 묘사한 "학교에 어떤 교사나 학생의 흔적도 없다"에 집중한다. 정은 어쩌면 우리가 평행세계나 결계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선언한다. 갑, 을, 병도 여기에 동조하며 학교를 샅샅이 뒤지며 인간의 흔적을 찾아보기로 하고, 그 와중 존재하는 양호교사 나소민에게 탐문을 시작하기로 한다. A는 이 상황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 학교에 아무도 없다는 것은 전투에 간섭을 받지 않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 선언을 받아 주면 시간이 부족해서 송희정 집에서의 카탁프락토이와의 전투를 할 수 없다. 아니, 아예 캠페인이 외할머니와의 전투와 승부에서 학교의 결계 조사로 완전히 바뀌었다. A의 정신은 아득해져 가기 시작한다...


전문용어: 세션이 터졌습니다

자... 지금까지 준비한 이후 시나리오가 다 소용이 없어졌지? 심지어 플레이는 아직 반도 안 온 상태고. 거기에 캠페인 플랜을 짜놓지 않았기 때문에 시나리오에서 벗어난 세상에 대해서는 아예 준비가 하나도 안 되어 있는 상황임. 여기서는 대놓고 떡밥을 던져주면서 자기가 떡밥 던진 줄도 모른 마스터의 잘못이 크긴 함. 그나마 다행이란 점은 PC들이 비가역적인 행동(양호교사를 줘팬다던가)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원궤도로 복귀시키는 건 가능하다는 거임. 이런 상황에서는 크게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음. 1. 세션을 원 궤도로 돌려놓는다. 2. 플레이어들의 흐름에 맞춰서 가 준다.


세션을 원 궤도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함. 플레이어들한테 대놓고 "저 이거 준비 안했는데 그냥 원 궤도로 가주시면 안 될까요?" 라고 선언해도 됨. 충분히 가능한 일임. 근데 이걸 말하는 시점에서 마스터의 권위는 좀 깎일 거고, 너무 많이 쓰면 팀원들이 실력없는 마스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

두 번째 방법은 플레이 내적 선언을 통해서 플레이어들한테 이 길은 없다! 라고 선언하고 원래 짜놓은 길로 대놓고 유도하는 거임. 여기서는 가령 양호실에서 나왔는데 학생들이랑 교사들이 멀쩡하게 행동하고 있다던가(하고 이제 그 때 아무도 없었다는 우연의 일치이거나 착각인 모양입니다 하고 못박아 주는 거임.), 아니면 학교를 뒤졌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학교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무래도 이 현상에 대한 비밀은 희정의 집에 있을 것 같습니다..." 라고 선언하거나. 문제는 플레이어들이 이 유도에 넘어가 준다는 보장이 없고, 이거 레일로드 전개라는 인상을 강하게 줌. 첫 번째 방법은 플레이어들의 양해를 구하는 방법이라 레일로드에 다시 탑승해 주겠지만, 이 방법은 플레이어들한테 불쾌감을 줄 가능성이 있음.


플레어어들의 흐름에 맞춰서 가 주는 것도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일단 기존에 준비한 데이터를 현 상황에 맞게 급조해 넣는 것도 가능함. 송희정의 오빠나 동생을 이 학교에 남은 유일한 학생들로 만든 뒤, 외할머니 카타프락토이를 (정체를 숨긴 채로) 학교 옥상에 등장시켜서 싸움을 시키는 방법이 있겠지? 데이터적 준비는 덜 필요하지만, 반대로 이걸 어떻게 우겨넣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함. 실패하면 많이 어색해 보이거든. 또 이렇게 되면 아예 준비한 것을 소모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후 캠페인에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음.

다른 한 가지는 아예 포기하고 급조만으로 모든 걸 대응하는 거임. 이 시점에서 캠페인은 레일로드 중심에서 샌드박스 중심으로 변화하는 게 됨. 그래서 이걸 하기 위해서는 캠페인 플랜과 세계관이 탄탄하게 갖춰져 있어야 함. 예비 떡밥과 단서들, 지금 주요 악역들의 목적, 지금 있는 장소의 특징, 예비 적들과 괴물들 등. 보통 가장 모범적이라고 생각되는 대응이지만 가장 어려운 대응이기도 함. 실력이 좋다면 일단 이 루트를 택해서 전개를 한 뒤 원래 트랙에 매끄럽게 합칠 수가 있음. 문제는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이후 전개가 지루하고 모순으로 가득 차 있고 밋밋해진다는 거지.


일단 여기서는 내적 선언으로 플레이어들한테 길이 없다고 선언하도록 하겠음.


예시) 가까스로 플레이어들에게 그 현상은 착각이었다고 설득한 A. 정은 납득한 눈치로 이건 나중에 조사하고, 지금은 희정의 집에 들어가 보는게 좋겠다고 선언한다. 을과 병은 별 생각이 없는 듯 하고, 갑은 자기 캐릭터가 활약할 수 있는 오컬트 현상이 사라져서 약간 아쉬운 눈치다.

희정의 집에 들어가기 전에, 정의 캐릭터 김수정은 미리 모래를 한 움큼 챙겨서 주머니에 넣어 놓고, 필요하다면 이걸 적의 눈에 뿌리겠다고 말한다.

을의 캐릭터 한민지는 자원 장점을 이용, 현금 5만원어치를 초인종 앞에 흔드는 것으로 오빠가 강제로 나와보게 한다고 선언한다. 나오면 돈을 주지는 않고, 일단 그 상태에서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한다. 한민지는 소심해서 막무가내로 들어가지 못하지만 다른 플레이어라면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집에 들어간 후 방에 들어가야 하자, 갑은 저기에 무언가 수상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갑은 캐릭터 맹금희는 수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대놓고 자신에게 툭툭대는 희정의 동생 송예정이 짜증나서, 눈을 부라리면서 저 안에 들어가서 니 언니 노트를 가져오라고 윽박지른다고 한다.

송예정이 카타프락토이에게 공격당하자, 병의 캐릭터 반예림은 변신한 상태에서 휴대폰 리튬 배터리를 이용해서 집에 불을 내겠다고 선언한다. 이건 위험하다는 마스터의 말과 다른 플레이어들의 만류에도 마법소녀가 변신하면 아무도 못 알아보니 괜찮다면서, 신념 1 깎이고 말겠다고 말한다.


꼼수와 편법 - 인디아나 존스의 총질

인디아나 존스에서 유명한, 칼 든 놈을 한번에 쏴죽이는 장면이 있지? 여기서 말하는 꼼수나 편법은 그런 식으로 게임 시스템과 설정을 창의적으로 이용해서 전개를 매우 쉽게 하거나, 플레이를 크게 바꾸는 경우를 의미함. 턀갤에 쳐보면 나오는 /tg 썰들. 이런 것들은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재밌고 기억에 남는 일이지만(왜 /tg 썰들이 그렇게 돌아다닐 거라고 생각함), 마스터 입장에서는 굉장히 당황스러움. 기본적인 원칙은 받아 주되, 반복 사용을 방지하자는 거임. 인디아나 존스에서도 2편에서는 총으로 쏘려다가 총이 없어서 그냥 채찍으로 싸우잖아. 일단 이런 꼼수를 강도에 따라 네 가지로 나누겠음.


아, 그리고 이 부분의 작성은 "Return of the Lazy Dungeon Master" 책과 니컬님의 도움이 있었다는 걸 알림.


1. 약간의 도움이 되는 룰에서 정해지지 않은 사소한 꼼수

눈에 모래 뿌리는 거. 이건 큰 문제는 없지만, 처음에야 창의적이지 이걸로 적의 한 턴을 날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개나소나 모래부터 뿌리고 들어가겠지? 이건 큰 위험은 없지만 반복 사용이 용이해서 주의해야 하는 꼼수임. 처음 한 번은 받아 주고, 그 다음에는 통하지 않는다고 하셈. 주먹에 쥔 모래를 보고 적들이 경계하는 식으로.


2. 창의적이고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꼼수.

한민지가 돈을 보여주기만 하고 자원은 아예 소모하지 않으면서 문을 연 건 괜찮은 아이디어임. 역시 한 번은 받아 주셈. 다만 이러면 계속 초인종에 돈다발 흔드는 짓이 반복되겠지? 이렇게 창의적인 꼼수는 반복 사용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음 번에는 통하지 않게 할 필요가 있음. 예를 들어서 상대가 돈 흔들고 안 주니까 빡쳐서 문을 쾅 닫아버리고 첫인상이 나빠진다던가.


3. 세션 전체를 터뜨리는 꼼수.

송예정이 먼저 들어가도록 하는 거. 사실 여기서 나온 예시인 NPC가 먼저 들어가도록 하는 건 세션 전체를 터뜨릴 정도로 큰 편법은 아님. 그냥 기습 효과를 없애고 플레이어들에게 전투 외의 길을 오픈해주는 것 뿐이니까. 더 좋은 예시는 오크 대장과의 전투 전 정찰에서 드래곤도 죽일 수 있는 극독을 오크들 전체의 밥에 푼다던가 하는 거. 하지만 이렇게 세션 자체의 계획을 바꿔버릴 수 있는 꼼수는 받아주기 전 검토가 필요함. 위에서 말한 대로, 이 문제가 풀린 후 그냥 세션을 종료해도 플레이어들이 불만이 없겠는가? 아니라면 내가 이후 상황에 유동적으로 맞춰서 대응할 수 있는가? 다른 플레이어들의 활약 기회가 다 날아가지는 않는가? TRPG 하려고 모임 장소에 왔는데 1시간만에 한 캐릭터의 활약으로 모든 플레이가 종료되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기분이 나쁘잖아. 만약 위 질문들이 괜찮다고 생각되면, 승인해 주고 다음 세션에 똑같은 꼼수를 못 쓰게 하도록 하셈. 아니라면 그냥 이번부터 막고. 오크 한 명이 미리 맛보다가 죽어서 다른 오크들은 먹지 않는 방식으로.


4. 캠페인의 방향성과 주제 자체를 바꾸는 꼼수. 테이블의 암묵적인 합의 위반.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고의적으로 마스터를 엿먹이려는 행위

리튬 배터리로 불 지르는 거. 이건 일단 막아야 함. "LG 폰이라서 배터리에 못 꽂아도 불 안 타네요~" 같이. 디앤디 전투룰이라면 불 지르는 정도로는 3번에 해당함. 문제는 이 플레이는 도덕적으로 고뇌하는 것이 중점인 현대 마법소녀 수사물임. 여기서 무차별 방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 그 수단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창의적일지라도 테이블 위에서의 합의 위반임. 설사 카타프락토이가 불이 통하지 않고 살아난다고 해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이런 플레이를 기대하고 오지는 않았을 거 아냐. 아니, 마스터나 다른 플레이어 말 씹고 땡깡 부리는 시점에서 "나 이 캠페인 엎어버릴 거다"라고 선언하는 거랑 다름이 없음. 이럴 때는 직접 경고를 줘. "이 테이블에서 플레이하기로 한 내용과는 맞지 않는 것 같네요.", "우리는 미친 방화광들의 연대기를 플레이하려고 여기 온 것이 아닙니다."


예시) A는 이것을 받아줄 수 없다고 말하고, 병에게 경고를 한다. 이후 밖으로 나온 카타프락토이와 교전을 하고, 카타프락토이는 마법소녀들의 화력을 버텨내지 못하고 도주한다. 도주 과정은 카타프락토이의 승리로 끝나지만, 다음 세션에는 저 카타프락토이의 정체를 알아내 소멸시키는 것을 주 목표로 하기로 하고 게임을 끝낸다.


세션 종료!

세션이 종료하면 보통 경험치 정산이랑 피드백을 하지. 하지만 그러고 넘어가는 게 있는데, 다음 세션에 무엇을 다룰 지 미리 이야기를 해 보는 게 좋음. 그래야 원동력이 생겨서 빨리빨리 돌아가거든.


첫 세션은 여기까지. 다음 번에는 여기서 얘기가 좀 나왔던 캠페인 계획에 대해서 적어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