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아주 강력한 도구인 거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펑에서의 에로티시즘 묘사란 로맨스에서의 에로티시즘과 비슷한 비중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아니 뭐, 사실 섹스가 강력한 도구로 성립 안 하는 쪽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펑의 섹스란 건 여기에 사펑 특유의 테이스트가 붙거든.


왜냐하면, 사펑의 가장 근본적인 테마 중 하나가 \'육체와 정신\'인데,
여기서 기계화되어가는 육체, 넷으로 연결된 정신을 묘사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 섹스잖아.
서로 감각을 공유한 채로 남성과 여성의 쾌락을 같이 즐기다가,
갑자기 여성기 내부에서 칼날이 돋아나서 남성을 암살하고...

그리고 인간성의 테마(성기가 없는 애인이지만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섹스한다던가),
생명에 대한 테마(성교가 단지 쾌락의 수단으로 전락한 세계에서, 진심으로 임신을 원하지만 불가능한 커플이라던가)...
이것저것, 사이버펑크에서 다루는 주제들을 섹스를 통해 표현하기 쉽고,
동시에 그런 방법론들을 적용할 많은 성적 함의들이 풍부하게 제공되어 있으니(에바라던가...),
작가나 PL 입장에서는 써먹기 싶다는, 뭐 그런 이야기지.


당연히 섹스 없는 사이버펑크 또한 성립하지.
그리고, 폭력 없는 사이버펑크도 성립할 테고.
섹스도, 폭력도, 사이보그도, 인공지능도... 전부, 주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의 하나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들 중 하나를 \'배제한\' 쪽이 오히려 특이한 부류로 느껴진다는 이야기.


P.S. 사이버펑크 학원물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