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 이어서 씀


가이스트: 더 신이터

플레이할 수 있는 것: 한 번 죽었지만 귀신과의 계약으로 부활한 죄식자. 주제: 이승과 저승, 미련, 성불, 사회 정의, 세상의 변화, 죽음.

2판 킥스타터 완료된 라인. 1판 시절에는 회사 사정이 안 좋을 때 나와서 상태가 좀 개판이었음. 신이터는 한 번 죽어서 저승에 갔는데, 거기서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아키타입화 된 유령인 가이스트와 계약을 하게 됨. 그렇기 때문에 가이스트랑 2인 1조로, 2판에서는 아예 캐릭터 시트를 두 개 씀. 가이스트는 평소에는 잠잠하다가 스탠드 전개! 외치면 따로 떨어져서 행동할 수 있고. 그 능력으로 유령도 보고 저승도 오가고 희한한 능력도 쓰면서 한풀이 해 주는 정통 유령물임. 2판에서는 여기에 룰북 전체적으로 사회 정의 요소를 팍팍 넣어줬고. 문제는 아직도 최종 목표인 저승 민주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데도 안 적혀 있어서... 일단 1판은 답이 없고 지원은 더더욱 없는 개판 상태이니 2판 나오면 살 것.


장점: 가이스트가 딸려 있어서 분위기가 재밌음, 희한한 능력들, 미디어에서 많이 나와 익숙할 유령이라는 소재

단점: 마스터의 RP 부담 폭주, 명확한 목표의 부재, 1판 시절에 급조했기 때문에 아직도 좀 누더기같음.

추천도: 7/10. 저승이라는 중요한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참고용으로 살 만함. 메커니즘이 창의적이라서 돈 값은 하는 책.

플레이 난이도: 중상. 유령이라는 소재는 어렵지 않지만 성불/저승 혁명으로 가기까지 마스터의 도움이 필요. 가이스트의 RP 부담도 난이도 상승 요소.


머미: 더 커스

플레이할 수 있는 것: 고대 제국의 시간을 초월한 수호자들인 미라. 주제: 기억, 시한부, 저주, 의무, 과거.

2판 킥스타터 완료된 라인... 이긴 한데 1판에서 바뀐 거 없다고 욕 많이 먹음. 이름없는 제국에게서 불사의 의식을 받은 미라들. 문제는 이 불사의 의식이라는 게 판관이라고 불리는 신적 존재에 매여서 걔네들이 출동시키면 시간대에 일어나서 시한부 인생 가진 채로 문제 해결하고 다시 기억 거의 지워지고 봉인되는 거의 반복이라는 거임. 페이트 수호자 아니냐고? ㅇㅇ 맞음. 시한부 인생과 기억이 핵심 키워드이기 때문에 처음에 일어났을 때는 지진도 일어나고 벌레폭풍도 부르는 짱짱쎈 기억상실자지만 기억 되찾을수록 힘은 약해져서 결국 다시 봉인될 신세. 듣기만 해도 돌리는 거 어려워 보이지? 이걸 파티로 돌려야 한다고 말하면 어떨까? 오닉스 패스 편집진이 페이퍼 위에서 멋있는 설정과 실제로 플레이하기 좋은 게임을 헷갈렸다는 게 내 생각임.


장점: 초반 엄청나게 쎈 파워 레벨. 시한부와 기억상실이라는 뽕 차는 설정.

단점: 어떻게 돌려야 할 지 감도 안 잡히는 난이도. 엄청나게 불친절함. 딱히 감정이입할 요소 없음. 현대인이 아니라 이름없는 제국의 신민의 부활체를 플레이. 뚜렷한 빌런 로스터가 없음. 다른 라인에서 거의 언급 안되는 듣보잡.

추천도: 1/10. 단점이 많아서 모든 라인 중 제일 인기 없음. 다른 라인에 엮을 여지도 별로 없으니 살 필요도 없음.

플레이 난이도: 최상. 가면 갈수록 약해지는 PC랑 룰북에서 입도 뻥긋 안하는 최종 목표를 위해 열심히 움직여 보셈.


데몬: 더 디센트

플레이할 수 있는 것: 신-기계의 에러난 타락천사들인 악마. 주제: 첩보, 불신, 배신, 자유 의지, 저항.

처음부터 2판으로 나온 첫 번째 라인. 우주를 오컬트 행렬로 지배하는 갓머신의 천사들이었지만 어떤 이유였는지(의식적인 저항, 실수, 모순되는 명령 수행) 갓머신과의 연결이 끊기고 인간 세상으로 추락하게 됨. 인간의 겉모습을 훔쳐서 살아가는 악마들은 압도적인 갓머신의 힘 앞에서 숨어 다니며 공작과 사보타주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첩보전 분위기를 연출하게 됨. 개인적으로 무난한 수작이라고 생각하는데, 분위기도 독특하고 능력도 재밌고 캐릭터 빌딩하는 맛도 있고 적들도 명확해서 자연스럽게 어떤 분위기일지 그려지는 라인임. 문제점? 떠오르는 그 이미지 말고 할 게 딱히 없음.


장점: 독특한 분위기. 재밌는 능력과 다양한 옵션. 무난하면서도 좋은 설정.

단점: 제한되는 플레이 자유도. 악마들에게 공감이 어려울 수 있음. 모호한 엔드게임.

추천도: 8/10. 내가 체인질링 다음으로 추천하는 라인임. 만약 갓머신 크로니클 돌리면서 뉴쨍 입문했다면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수 있음.

플레이 난이도: 중. 조여오는 분위기와 첩보물 클리셰를 잘 살릴 수 있으면서 반복적인 느낌을 피할 수 있다면 쉬울 거임. 엔드게임 생각은 좀 해 놓고.


비스트: 더 프라이모디얼

플레이할 수 있는 것: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괴물의 영혼을 가진 짐승. 주제: 소수자성, 억압, 정체성, 자아, 자기인정, 운명.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라인임. 태초의 괴물인 어둠의 어머니의 자식인 짐승을 플레이함. 짐승은 태어날 때는 모르지만 점차 자신의 괴물성을 깨닫게 되고, 결국 영혼을 괴물로 대체하면서 각성함. 문제는 괴물은 다른 사람의 고통에게서 굶주림을 채우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주위에 민폐를 끼침. 다른 라인은 출시 전에 어거지로 괴물과 소수자를 끼워 맞추려고 함+비스트야 말로 다른 라인의 진실을 모두 알고 있는 초월적 존재! 하다가 욕 많이 먹었고, 수정하겠다고 한 후에도 제작진이 추하게 굴어서 말이 많았음. 실제로 나온 결과물은 억지로 노선을 튼 흔적이 역력이 나는 불량품이었고. 그래도 플레이어 가이드랑 나이트 호러 합치면 그럭저럭 할 만한 평작 정도의 위치까지 올라오긴 함.


장점: 뱀파이어보다는 제약이 덜한 괴물을 플레이 가능. 타락할 걱정 없이 시원시원하게 행동 가능. 엔드게임이 명확. 크로스오버 특화.

단점: 설정이 별로 뽕이 안 참. 악역 풀이 좁음. 능력이 몇 없음. 룰북의 분위기 자체가 쿨하지 못함. 좀 논란이 많음. 크로스오버 특화 주제에 크로스오버를 도와주는 능력이 하나도 없어서 그냥 걸리적거리지만 않는 정도. 플레이어 가이드가 반 필수.

추천도: 3/10. 제약 덜하고 공식에서 쓰담쓰담 해주는 뱀파이어 하고 싶으면 하셈. 아니면 걍 뱀파이어 하고.

플레이 난이도: 중상. 뱀파이어랑 비슷한데 흡혈 조건이랑 햇빛 빼고 주변인 고통과 영웅을 넣으면 이렇게 됨.


데비앙: 더 레니게이드

플레이할 수 있는 것: 악의 조직에 붙잡혀 개조인간으로 변한 변이자. 주제: 복수, 분노, 파괴, 일상, 폭주.

펀딩이 끝난 최신 라인. 본인이 자원했든 아니면 잘 모르고 참가했든 납치되어서 개조했든 암튼 개조당한 자들인 가면라이더... 아니 데비앙을 다루는 작품. 부처는 복수란 석탄과 같아서 남한테 석탄을 던지기 전에 자기 손이 다 탄다고 말했는데, 얘네들은 그럴 손이 벌써 집게나 해골 등으로 대체당해서 아무래도 상관이 없을 거 같음. 갈등은 당연히 널 이렇게 만든 조직한테 복수하느냐 vs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느냐인데 독특하게도 개조한 조직의 강도에 따라서 시작 레벨이 달라짐. 동네 약국 야매 의사가 개조했다면 그냥 인간하고 좀 다른 정도지만 교황청 비밀결사가 개조했다면 엄청나게 강한 식으로. 데비앙 능력이 엄청 다양하고 적 조직 룰이 자세해서 노드 하나 하나를 부수는 맛은 있을 듯.


장점: 명확한 목표와 분위기. 다양하고 강력한 능력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적들. 보드게임스러운 조직 파괴 과정.

단점: 사회 최하층에서 굴러야 함. 해피 엔딩이 딱히 보장이 안 됨. 플레이어의 자유가 심하게 제약.

추천도: 8/10. 킥스타터 백커본 보니 재밌을 거 같음. 다만 PC의 옵션을 극도로 제약하는 유사 레일로드물이라는 건 알아 둘 것.

플레이 난이도: 중하. 결국 화끈하게 다 때려 부수는 거임. 길바닥에서 구르는 거랑 일상(터치스톤) 분량 분배만 적절히 해 주면 괜찮을 듯.


이하 3개는 일반적으로 팬라인 중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 작품들임.


지니어스: 더 트랜스그레션

플레이할 수 있는 것: 세상의 규칙을 구부려뜨릴 수만 있게 된 미친 과학자. 주제: 광기. 천재성. 미래. 의무. 우월감.

역사와 전통의 1위 라인으로 제작사에 이거 공식으로 올려달라는 요구가 하도 많았음. 나는 그 급까지는 아니라고 보지만... 암튼 지니어스들은 영감이라고 하는 신비한 힘에 의해서 미래를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을 받음. 문제는 그게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는 본인도 모른다는 거임. 그렇기 때문에 만든 발명품들은 거의 광기에 가깝고 일반인은 이해할 수도 없고 손대면 바로 폭주함. 그래서 평생 외인으로 살 수밖에 없는 미친 과학자들의 한과 욕망을 다루는 게임임. 여기까지 하면 밋밋하잖아? 그래서 룰북에 온갖 B급 SF 감성들을 다 때려박음. 화성인, 지구공동설, 렙틸리언, 시간여행 등등이 얘네들 이세계에서 튀어나옴. 문제는 아마추어 룰북에 이것까지 더해지니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게 됨.


장점: 재밌고 뽕차는 능력들과 높은 파워 레벨. 이과(+사회과학) 감성. 미친 과학자 로망. 이런저런 소재가 많음.

단점: 전체적으로 난잡함. 2판 업뎃 기약이 없음. 주제의식이 흐릿하고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음. 목표의 부재.

추천도: 4/10. 재밌는 컨셉은 맞는데 컨셉 이상의 뭐가 적음. 게다가 1판 룰을 2판이랑 호환시켜야 하는 문제도 있어서 일단은 딱히...

플레이 난이도: 중상. 너무 많은 소재 중 몇 개를 쳐내고 집중할 거에 집중해야 함. 플롯보다는 PC 위주로 돌아가는 라인이니 그것도 좀 어렵고.


프린세스: 더 호프풀

플레이할 수 있는 것: 끝없이 환생을 반복하며 어둠과 싸우는 빛의 용사인 공주. 주제: 용기. 희망과 절망. 정의. 빛과 어둠. 탈진.

처음에는 드립으로 시작했다가 제대로 된 팬 라인이 된 케이스. 2판 업데이트도 제일 깔끔하게 완료됨. 우리의 마법소녀... 아니 공주들은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다가 최근 인류의 발전으로 인해 희망이 퍼지면서 해방된 빛의 여왕의 선택받은 용사들임. 강력한 공감 능력과 문제 해결을 위한 요술들로 세상을 좀먹고 타락시키는 어둠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게 목표임. 문제는 어둠의 세력은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고 인간들의 이기심은 마법소녀들이 마주하기에는 너무 당혹스럽기 때문에 인류애 잃고 타락하는 케이스도 많이 나옴. 자세한 플레이는 마스터링 가이드 연재글을 보라고~


장점: 혼모노 자극(일본어 많이 나옴). 2판 업데이트 완료. 간단명료한 구도와 목표. 무난한 어반 판타지.

단점: 다른 크오닼 라인과는 분위기 차이가 있음. 어둠은 별로 재미도 없고 지루한 적대 세력임. 무난해서 딱히 개성이나 뽕 차는 요소는 적음.

추천도: 8/10. 혼모노들한테 영업하기 적당하고, 쉬워서 첫 입문 라인으로도 괜찮음. 천천히 크오닼 세상에 익숙해지는 용도로 쓰기 적당.

플레이 난이도: 하. 워낙 선악구도가 뚜렷하고 목표가 단순한 라인이라 돌리기는 쉬움.


레비아탄: 더 템페스트

플레이할 수 있는 것: 이제는 쇠락해 죽어가는 해양 반인반괴 종족 레비아탄. 주제: 쇠퇴, 파멸, 남과 나의 경계, 신성, 종교, 비극.

콜 오브 크툴루를 크툴루 시점에서 하는 거임. 아, 아쉽지만 물론 님은 크툴루보다 훨씬 약하고 탐사자들은 CoC 탐사자보다 훨씬 강함. 레비아탄들은 한 때는 인간의 숭배를 받던 고대의 신이자 괴물이었지만, 지금은 인간의 압도적인 발전에 밀려 지하에서 사이비 교단 만들고 의식 몇 개 하는 정도로 몰락했음. 레비아탄이 뿜는 오라는 인간을자발적으로 복종하게 만들고 광기에 빠뜨리기 때문에 레비아탄은 정상적인 인간 관계를 못 가짐. 이 상태에서 뭘 이뤄 보려다가 결국 쫓아온 탐사자들한테 증기선으로 배때지 뚫리고 죽는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게임임. 어려워 보이지? ㅇㅇ. 상당히 고전적인 WoD 테이스트를 유지하는 팬라인임. 2판 업데이트는 일단 안 되긴 했는데 거의 준공식 구글 문서는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옴.


장점: 변신할 경우 화끈해지는 능력들. 사이비 종교 교주 플레이가 가능. 본모습 묘사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음.

단점: 막상 제약이 덕지덕지 붙은 능력들. 상당히 답답하고 짜증나는 플레이. 난이도 높음. 평범한 TRPG랑 많이 다름.

추천도: 2/10. 굳이 이걸 해야하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말리지는 않는데, 상당히 어렵고 복잡할 거임.

플레이 난이도: 상. 프로메테안+비스트의 난이도 올라가는 면을 합쳐 놓은 끝판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