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글이라서 지난번이랑은 다른 짤로 올려봄. 이놈들이 깨알같이 베이직 룰북에는 나이제한을 안 써놓고, 컴패니언 북에는 '10세 이상'이라고 써놓고 마스터 북에는 '12세 이상'이라고 써놨다. 나이를 먹지 않으면 레벨 높은 캐릭터는 플레이하지도 못하게 하는 걸 보니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결코 빈말은 아니지 싶다.
암튼 군대를 갔다 와서 복학해보니 인생이 눈 앞에 닥쳐왔다. 완전히 조져버린(복학 당시 성적을 돌려보니 2점대더라! 미친!) 학점을 재수강 러쉬로 사람새끼 비슷해 보이도록 포장하고, 이력서 대신 대학원 수험을 준비하다 보니 도저히 티알을 손에 잡을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엔 턀갤도 없었고, 유즈맵 죽돌이로 보내느라 바깥 모임 안나간 기간 + 군대 간 기간을 합산하면 3년이 넘어가는데 배틀넷 ID로만 연락하던 온라인 팀 같은 게 남아있을 리도 없다. 게다가 군대 가 있는 동안 워크래프트 판은 완전히 망하고 지인들이 취직을 하네 마네, 롤 프로게이머를 하네 마네 하던 때다 보니 더더욱 그랬지. "롤 김치섭 첫시즌(시즌2였나?) 기간" 정도면 슬슬 턀갤럼한테도 익숙한 시간대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그러던 어느 날, 군대에서 만난 형한테서 카톡 하나가 온다.
"XX야, 혹시 TRPG라는 거에 관심있냐?"
나는 이날 처음 Roll20을 접했고, 이날 처음 CoC라는 룰을 접해봤으며, 그 날로부터 3년이 지난 후에야 이 형이 트위터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시2발
그 당시, 초여명의 번역본은 커녕 7판 자체가 발매되기 전이었다. 우리는 6판으로 플레이했고, 롤20을 쓴다고 해봤자 자동화 시트는커녕 엑셀이랑 별 다를 바 없는 수준의 지원을 받아가며 플레이했다. 주사위? /r 명령어로 굴렸지.
사실 이 플레이에 낀 건 내게 권유해 준 GM 형 때문이었다. 전역하고 몇 번 실제로 만난 술자리에서도 시종일관 나쁘지 않은 성격을 보여준 형이었고, 나 또한 오랜만의 TRPG라서 기대치가 한껏 증폭되어 있었다. 주변 눈치도 잘 보고 호응도 맛깔나게 해주리라고 다짐하며, 나는 마치 자대에 갓 도착한 신병처럼 두근대는 마음으로 Roll20을 켰다.
하지만 내가 모르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
내가 믿었던 형은 너무 GM을 하고 싶었던 나머지, 다른 팀원들 또한 지인 중에서 대충 낚이는 대로 골라왔던 것이다.
그래. 사람마다 개성이 있으니까 누군가는 1920년대 미국을 주제로 한 CoC 세계관에서 "펭귄어를 모국어로 쓰는 펭귄교 광신도"가 참신한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시트를 짜올 수도 있겠지 이해해주자...고 말하기엔 2012년 4월에 올라온 이 동영상이 발목을 잡는다.
이런 참신성조차 없는 씨2발새3끼가?
그렇다. 그 플레이어가 바로 그 당시에 처음으로 생겨났다고 회자되는 1세대 "윳쿠리 TRPG 유입 씹덕"이었다.
"시2발, 그 좆같은 펭귄 좀 치워!"
그 모임에서 내가 상당히 뉴비인 편이었고 나이도 뒤에서 세는 게 빠를 정도로 어렸다. 주변에 있는 게 거의 다 형들이니 일단 첫 시나리오에서는 눈팅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다른 사람들이 플레이 하는 거 장단이나 맞춰주면서 소극적으로 플레이하기는 했었다. 애니 캐릭터로 도배된 다른 사람들 포트를 본 순간, 게임이 씹덕스러울 거라는 사실도 충분히 예상하고 맞춰줄 만큼 나는 마음에 여유가 넘쳤고 모임의 분위기에도 나름 잘 녹아들고 있었다.
하지만 3시간의 지옥같은 세션이 끝나고 피드백의 시간이 오자, 나는 쌍욕 나오기 일보직전인 말투로 '차라리 그냥 저택에 불을 질러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1) 캐릭터 만들 때부터 자기들만 아는 드립 치고 시시덕대다가
2) 정작 스토리 진행 포인트가 되는 부분에서는 SAN치 깎일 거 같다고 뒤로 빠지면서
3) 나중에 피드백을 하니까 '그건 니가 CoC 뉴비라서 그런 거고, 우리들의 트렌디한 뉴-메타 TRPG에 적응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물론, 나는 그 뉴메타인지 뭔지에 적응하고 싶지가 않았고, 내가 그 모임에서 다시 세션을 하는 일은 없었다. 혹시 키퍼 했던 형님이 이 글 보고 있다면, 정말 미안합니다. 롤 내전에서 짜오 서폿 픽해서 형한테 계속 EQ 꼬라박았던 거 사실 이 세션 때문에 그런 거에요.
벌써 8년이 다 되가는 옛날이야기긴 한데 재미는 없고 혐오만 가득한 썰이 되어버렸군. 미안하다.
다음에는 쉬어갈 겸 서사룰과 데이터룰에 대한 개인적인 썰이나 풀어야지.
앗... 어째서... 눈물이...?
거의 신상 까고 쓰는 글이네 ㅋㅋ
놀랍게도 신상이 까일 일은 없었다고 한다
야이씨 나도 윳쿠리trpg 보다가 coc 입문하긴했지만 저놈은 진짜 심각하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