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캐릭터를 게롤트에서 따오면 안 되냐는 글을 보고 쓰는 글.
마스터링 가이드에서도 말했지만, TRPG에서 다른 캐릭터를 베끼는 건 딱히 문제가 안됨. 장단점을 살펴보자면...
장점: 뭐 할 지 모를 때 좋은 아이디어가 되어 줌. 플레이어가 따오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의 캐릭터라면 캐릭터적 매력은 검증된 경우가 많음. RP나 행동 등을 좀 더 익숙하게 할 수 있음.
단점: 다른 플레이어의 몰입도가 깨짐. 나는 내 캐릭터 들고 왔는데 쟤는 "게롤트"라는 이름으로 게임 캐릭터가 활동하고 있으면 뭔가 이상하잖아? 게다가 작품 배경과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를 억지로 쑤셔넣으면 심하게 어색해짐.
무슨 뜻이냐면,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서 이름도 안 바꾸고 쓰는 건 매우 비추천함. 최소한 이름 정도는 바꿔야겠지? 그러니까 이번에는 적절하게 베끼는 법을 턀갤의 아이돌 "라그나 더 블러드엣지"를 모델로 해서 살펴보자.
쳐낼 부분과 남길 부분 고르기.
기성 매체에 등장하는 캐릭터, 그것도 매력 있는 캐릭터라면 굉장히 복잡한 관계와 설정, 능력을 가지고 있음. 시리즈물에 등장하는 애들이라면 더더욱 그렇고. 거기서 따올 부분은 따오고 버릴 부분은 버리는 게 필요함. 다 따오면 플레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것은 둘째치고 마스터가 이딴 설정 어떻게 다 쓰냐며 짜증부터 낼 걸. 캠페인에 잘 녹여들 수 있는 부분 한 두개만 골라서 그걸 정체성으로 삼자.
예시) R은 자신의 패스파인더 캠페인 캐릭터를 "라그나 더 블러드엣지"에서 따오고 싶다. 라그나는 확실히 괜찮은 캐릭터일 것 같다. 하지만 블레이블루의 설정은 일반적인 판타지 캠페인의 설정과는 차이가 있으니, R은 라그나의 여러 면모들 중 필요한 면모 두 가지만 고른다. "어릴 때 수도원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여동생과 은사를 잃음", "그 사건으로 자기에게 집착하며 증오하는 남동생이 제국군 고위직에 복무" 이다. 나머지 "아오의 마도서" 라던가 "신이 꾸는 꿈" 따위의 설정은 전부 버린다.
성별, 종족, 외형을 바꿔보기
제일 간단한 방법임. 이 셋을 다 바꾸면 거의 그대로 파쿠리하지 않는 이상 눈치 못채는 경우가 대부분임. 이건 마스터링 할 때도 팁인데, NPC 성별만 하나 바꿔 버리는 걸로도 누가 모티브인지 눈치채기 힘들게 할 수 있음. 성격은 캐릭터의 특징을 결정짓니만큼 건드리지 말고, 이거 위주로 하자.
예시) R은 자기 캐릭터의 성별을 라그나의 반대인 여성으로 한다. 종족은 뭐로 할 까 고민하다가, 수도원에 있던 만큼 인간들과는 이질적인 종족인 그리플리(개구리 인간) 캐릭터가 좋겠다고 한다. 외형은 이 정도로 바뀌었으니 손대지 않고, 주무기도 검에서 도끼로 변경한다. 성격은 건드리지 않고, 입이 거칠고 자신한테 편견을 가지는 사람을 싫어하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개구리로 정한다. 이름은 그리플리에 흔한 이름인 연못살이 쿠온으로 한다.
모험을 할 이유 넣어주기
기성 캐릭터들은 적극적인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문제가 터져서야 움직이는 수동적인 스타일임. RPG에서도 물론 적들의 행동을 막으려고 움직이는 리액티브형 캐릭터가 많겠지만 그래도 길을 떠나서 움직일 이유는 있겠지? 성격도 너무 삐뚫어졌으면 파티 플레이에 적합하게 교정하자.
예시)R은 쿠온이 좀 적극적으로 모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이건 쉽다. 라그나처럼 쿠온도 수도원에서 그 사건을 일으킨 범인이 누군지 쫓도록 한다. 그 와중에 다른 파티 멤버들을 만나서 함께 여행한다고 하면 될 것이다.
이 정도로만 하면 어색하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듯. 개구리인간 쿠온의 모험은 계속된다!
특히, 작중 솔로 플레이를 지향하는 캐릭터들이 간지나는건 사실이지만 Trpg같은 협동플레이에는 맞지 않으니 주의해야됨. 게롤트나 가츠같은 캐릭터가 그러함.
개추.
오늘도 아니메 캐릭터를 그대로 들고와서 깽판치는 10덕플레이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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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브 있잖아. 수도원 불탄 거랑 자기를 잡으려 드는 애증의 남동생. - dc App
'라그나의 배경이 남아있는 것'을 다른 이들이 인지하는 것이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게 골자니까, 모르게 되는게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주장 아닐까?
ㅋㅋㅋ 티알하기랑 라그나의 배경 살리기의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데
결국 저정도만 참고하는 것도 '베끼기'라고 할수 있겠느냐는 거네...뭐 난 저정도도 베끼기에 해당한다고 봄. 그러니 베끼기가 나쁘지 않다는 거겠고....실제 저정도 모티브로도 충분히 캐릭터 생성에 영감을 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