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캎에 올린글 그대로 들고와서 진지한 말투인건 죄송해염.
D&D 5판에서 사교적 스킬은 공연, 설득, 기만, 위협 네개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뭐 설득이나 기만은 다들 잘 적용하는 듯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익숙해서겠죠. 그런데 공연과 위협은 사실상 잘 쓰이지 않는거 같아요. 공연은 노래나 춤을 출때만 쓰이고, 위협은 포로를 협박해서 정보를 뜯어내거나 랜덤인카운터의 적들을 도망치게 할때만 쓰이는거 같습니다.
하지만 위협이라는 것은 상대방이 도망치거나 가진 정보를 불게 할 때만 쓰일 수 있는 스킬은 아니에요. 설득이나 기만처럼, 위협 또한 일상생활에서 우리와 아주 익숙하게 사용됩니다.
상대방이 자신이 원하는대로 움직이게 하고 싶을때, 현대사회에서 폭력을 그 기반으로 이용하는건 힘들죠. 법이 있잖아요. 양아치나 폭력배가 아니고서야 상대방에게 폭력을 행사하겠다면서 자신이 원하는걸 얻으려 하지는 않을겁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있죠. 스스로를 분노조절장애라고 일컫던 사람이 덩치 크고 근육이 우락부락한 사람 앞에서 분노조절잘해가 되는 경우를 보신 적 있나요? 그런 경우를 보지 못했더라도, 학교에서 선생님이 시키는 숙제를 고분고분 하거나, 숙제를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에게 생기는 나쁜 결과는 당연하게 받아들인 적도 있을겁니다.
덩치크고 근육이 우락부락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화를 내거나 폭력을 행사하려 했나요? 아닐거에요. 그 사람은 웃으면서 하지 말자, 이러면 안된다. 라며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상대를 설득했을겁니다. 그러나 그 기반에는 분노조절장애씨가 근돼씨를 바라보며 의식중이든 무의식중이든 스스로에게 닥칠 나쁠 결과를 상상했을 수 있으며, 그로써 분노조절잘해씨로 변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죠. 선생님이 내 온 숙제를 안해가면 어떻게 되죠? 옛날이라면 정의의 회초리가 당신의 손등을 가격했을것이며, 지금이라면 내신점수 등의 불이익이 닥쳐올 수도 있겠죠.
이런 모든것을 위협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럼 현실속이 아니라 RPG 속에서 위협을 어떻게 사용할 지 알아봅시다. 플레이어가 위협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와 그 방법, 그 위협에 마스터는 nPC를 어떻게 반응하게 할 것인지를 이야기 할겁니다. 다만 룰북에 나온대로 상대방에게 폭력을 사용할것을 명확히 말하는 경우는 제외합시다. 알아보기 쉬우니까요. 마찬가지로 대상이 겁에 질려 정보를 술술 불거나 단순히 도망치는 경우도 생략합니다.
사교스킬을 이용하는 이유는 왜일까요? 설득과 기만을 이용할때, 플레이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 대부분의 상황에서 상대방(지성체, nPC)가 자신(플레이어, PC)이 원하는대로 행동하길 바라기 때문일 것입니다. 수많은 오크떼 앞에서 겁에 질려 주저앉은 신병을 일으켜세워 전투에 용감하게 참가하게 하는것도, 변장을 하고서 궁정에 침입하여 폭군을 암살하려는 PC들을 의심하는 궁정의 대관에게 태연자약한 모습을 보여주며 의심을 거둬들이게 하는것도, 모두 플레이어가 nPC를 스킬체크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대로 행동하게 만드는 경우죠.
위협 또한 다를게 없습니다. 플레이어는 nPC가 자신이 원하는대로 행동하길 바라는겁니다. 그 경우가 정보를 불거나 공포에 질려 도망가는 경우가 많고 또 합리적일 뿐이죠. 하지만, 때때로 차분하고 논리적인 설득만이 신병을 일으켜 세우고, 재치있는 거짓말과 태연자약한 얼굴만이 대관에게서 의심을 거둬가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현실생활에서도 '권위'에 때로 복종하고는 합니다. 앞에서 예를 들었던 근육이 터질듯한 선한 인상의 아저씨는 건장한 몸의 권위를 가졌다고 봐도 되겠죠. 학생에게 있어서 선생님은, 정말 훌륭한 권위의 상징입니다. 학교라는것을 등에 업고 있죠.
겁에질린 신병을 흘겨보며, 말없이 검을 뽑아들고 적을 향해 달려들 수도 있습니다. 다만, 플레이어는 이 신병에게 어떤 기분이 들게 하고 싶나요? 이 신병이 어떻게 행동하게 하고 싶나요? 만약, 당신의 멋진 모습을 보고서 신병 스스로 정신을 차리며 일어서 싸우게 한다면, 아마 설득이 맞을겁니다. 하지만, 당신의 무시무시한 눈빛이 신병이 일어서 싸우지 않으면 적이 모두 쓰러진 후에 저 검에 목숨을 잃는것은 신병 스스로임을 깨닫게 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위협'체크에 해당할 것입니다.
궁정의 대관이 당신에게서 의심을 거두게 하는데, 어떤 방식을 쓰나요? 속임수가 아니라, 당신은 당신의 권위를 내세울 수도 있을겁니다. 궁정의 대관보다 더욱 높은 직위에 있는 아버지의 직함을 내세우던지, 아니면 스스로가 궁정의 대관보다 더 높은 사람일 수도 있을것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로 인해 대관이 어떻게 행동하길 바라나요? 대관이 당신이 분명 높은 사람이기 때문에 '당신이 폭군을 암살하러 왔음을 생각지도 못한다면', 그 행동은 기만이 맞을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대관이 당신의 권위 때문에 쩔쩔매며, 당신이 말하는것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의심을 거두지 않더라도 차마 행동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위협에 걸맞습니다.
또 다른 예라면, 상점에 물건을 구하러 왔을 때입니다. 흔히 발생하죠. 설득을 이용하여 물건값을 깎는것은 따로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마스터도 플레이어도 딱히 뒷일이 걱정되지 않는 판정이죠. 물론 이 이야기도 길게 하자면 할 수 있습니다만, 다음에. 상인을 속여서 싸구려 물건을 비싼값에 파는 것도 있겠습니다만, 이것은 기만에 해당하며 뒷일도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들키면 범죄자가 되겠죠. 혹은 난 사실 그게 진짜 비싼건줄 알았다며 끝까지 시치미를 떼거나요. 어쨌든, 이것 또한 다음에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상점에 물건을 구하러 왔는데 위협을 쓴다고요? 터질듯한 팔뚝에 검을 쥐어들며 가진것을 모두 내놓으라고 하나요? 물론 그것도 훌륭한 위협의 하나입니다. 문제라면, 당신이 사라지자 마자 상인은 경비병들을 부를게 뻔하단겁니다. 그럼 어떻게 하냐구요?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상인이 스스로 깨닫게 하는것이, 한가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아무말 없이 물건을 살피며 슬쩍 당신의 어깨에 새겨진 암흑가의 문장을 보여주어 상인이 스스로 기게 만들던지, 자신이 폭군의 심부름을 왔음을 당당히 알리며 이 거래에서 '제대로 된 값'을 치르지 않으면 상인이 차후에 자신의 가게에 나쁜 일이 생길것임을 스스로 깨닫게 해주던지요. 이런 경우엔 설득이나 기만보다는 위협이 더 어울리게 보이지 않나요?
결국 '위협'은 PC가 nPC를 시쳇말로 소위 좆되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며, 자신이 원하는대로 행동하게 만드는 사교스킬입니다. 그 기반이 PC의 육체적 위협이 되든, 능력이 되든, PC의 뒷배경이 되든, PC 스스로 가진 권위가 되든 어느쪽이든 상관없습니다. 다만, 설득도 능력이나 뒷배경,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 nPC를 행동하게 만들 수 있죠. 다른 점은 설득과 달리 기만과 위협은 뒷일을 골치아프게 만들 것이란 겁니다. 이것만은 D&D의 사교스킬 체크 부분에서 확실하게 통용되고 있는 정설이죠.
nPC가 위협을 당했다면, 그 nPC는 위협을 한 PC를 어지간해선 잊지 않을 것입니다. 언제든지 PC가 약해졌다면 약점을 잡고서 자신이 당한것을 되갚아 주려 할것입니다. nPC가 성자 성부 성령이 아닌 한에는요. PC가 내세웠던 권위를 잃었을때, 뒷배경을 잃었을때, 힘겨운 싸움을 겪고 취약해지고 빈틈을 드러냈을때, 언제든지 마스터는 PC가 위협했던 nPC를 상황에 맞게 내보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적의 등장은 PC가 세계에 미친 영향이며, 플레이어들도 납득하기 쉽습니다. 결국 이야기를 더욱 다채롭게 풀어갈 수 있죠.
랜덤인카운터에서 적들을 위협해서 쫓아버렸나요? 그들은 당신들이 약해졌을때 얼마든지 다시 달려올 수 있을것입니다. 물론, 플레이어들은 이런것을 원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해보세요. 위협을 통해 적이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당신들에게 결국 달려들지만 꺼림칙해 할 수도 있습니다. 인카운터의 지휘자가 당신들을 꺼리며 부하들만 달려들게 하고는, 한라운드동안 상황을 살펴보며 쉴 수도 있지요. 혹은 혼자 도망치려 하거나요. 또는 한라운드동안 적들의 모든 공격에 디스어드밴티지를 주는 것도 아주 훌륭한 효과가 될 것입니다. 아니면 아예 적들이 덤벼들기를 꺼리는 동안 먼저 PC들이 덤벼들게 만들어, 기습라운드를 주는 것도 좋습니다. 플레이어들이 무엇을 원했는지 물어보고, 마스터가 생각하기에 합당한 효과를 내 주세요. 단순한 스킬체크 치고 너무 효과가 강한것 같아도 좋습니다. 결국, 이들은 PC가 스스로 쌓은 '적대적 인물'들이 될 것입니다. 나중에 또 써먹을 수 있겠죠. 더욱 강해져서 돌아와도 좋고요. 혹은 이번에 받은 효과로 인해 뒷일이 생기는것을 걱정한 플레이어들이 지금 마주친 '앞으로 더 강해질 적'들을 전력을 다해 한톨도 남김없이 물리치려 하게 될 수도 있겠죠. 어느쪽이든, 플레이어들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고 이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겁니다.
진지할 수도 있지 뭐
이런 경우는 패시브 위협 같은 것도 괜찮을 것 같음. 내 패시브 위협 수치를 DC로 마스터가 NPC의 세이브를 비밀 굴림 하는거지. 5판에는 윌 세이브가 없으니 그냥 지혜로 하려나?